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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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고생만 하다가 암에 걸렸지만 치료비 낭비할까봐 병원을 나와버리신 할머니가 한 분 돌아가시고,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위험한 일을 하시던 쌍둥이의 아빠가 작업도중 사고로 돌아가시고... 이번에는 또 누가 죽으려나? 아, 다음에는 어떤 불행이 이들에게 닥칠까? 마치 누군가의 죽음이나 이야기의 주인공들엑게 또 다른 불행이 닥치기를 기다리는 듯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다음 불행이 없다는 것이 믿지기 않는 듯 '어, 다른 불행이 또 있을텐데..' 하는 허탈함마저 느끼게 만드는 것은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바로는 불행에는 끝이 없다는 믿음때문이다. 한가지 어려움이 지나고 나면 또 다른 고통이 찾아오고, 겨우 이겨냈다 싶으면 새로운 불행이 찾아든다. 죽음이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불행과 고통은 우리의 삶의 동반자 역할을 버리지 않을 것만 같다. 다만 그 사이 사이에 찾아오는 희망과 기쁨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주고, 포기하지 않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리라.

한복이 없어서 운동회 연습도 못하는 아이, 부모에게 버림받고 밤새도록 텔레비젼을 켜 놓고 자는 아이, 본드를 흡입하고 구치소에 가는 아이, 아버지에게 맞고 집을 나온 아이... 그리고 그들을 포용하는 한 남자.. 괭이부리말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어렵게 살아가면서도 서로를 위해 준다.

무엇보다 그 동네를 벗어나고 싶어했던 여선생이 아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서 준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마지막에 영호네 식구로 들어온-아버지에 의해 떠맡겨진- 아이가 먹을 것에 집착하면서 늘 허기져 하는 모습에서 애정에 굶주린 아이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듯 하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가슴의 허전함을 영호네 식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사랑으로 채워넣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어려운 사정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 겪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잘알기 때문일까? 꾸준히 사회봉사를 하거나 누군가를 돕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서민층이다. 사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그래서는 안되는데 공연히 잘사는 사람들이 미워지고 나무라고 싶어진다. 못된 짓으로 한재산 마련한 사람들의 재산을 왕창 털어서 못사는 사람들에게 턱 하니 내놓고 싶어지지만 내가 홍길동도 아니고 그저 전화 한통으로 단 돈 일이천원의 기부금이나마 내놓으며 마음을 추스린다.

자그마한 틈으로 들어 오는 봄날의 따스한 햇살처럼 우리 마음을 비춰주는 책 한권을 읽고나서 젖은 눈시울을 닦아내고, 숨 한 번 크게 쉬어본다. 그래, 언젠가는 그들에게도 볕 들날이 있겠지.. 나도 그 햇살 한 줄기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조바심치며 읽던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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