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동생이 생긴대요 벨 이마주 18
론 브룩스 그림, 줄리아 맥클랜드 지음, 서애경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어느날 문득 자신이 세상을 호령하는 권자에서 밀려났음을 깨닫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자신을 향한 완전한 사랑이 이제는 다른 사람을 향하고 있음을 느꼈을 때의 비애와 좌절감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를 것이다. 언젠가 텔레비젼에서 동생이 생겼을 때 큰아이가 겪는 상실감과 혼란감을 '왕좌를 빼앗긴 황태자'에 비유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엄청난 혼란과 슬픔과 절망, 분노를 느낀다는 뜻일 것이다.

지금까지 엄마, 아빠나 주위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자라던 아이로서는 동생이라는 존재는 '약탈자'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엄마가 아기를 가지게 되면 엄마 배 위에 앉지도 못하고, 만삭되어 몸이 무거워진 무렵에는 같이 놀아주는 것도 힘들어 하게 되어 버린다.

점점 자신이 위치가 흔들리는 것을 깨닫고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아이. 이미 뱃속에서부터 자신을 향한 부모의 사랑을 가져가 버리는 존재, 내 자리와 내 물건을 빼앗아 가버리는 존재로 인식되는 동생에게 좋은 감정이 생길리가 없다. 태어나기 전부터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가 버리는 동생이 무조건 밉고 괴물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엄마가 아기를 가지자 분노를 느끼는 앤드루의 심리를 매우 현실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늘 앉던 엄마의 무릎도 빼앗기고, 아기 침대도 내어 주어야 하니 아기에게 좋은 감정이 생길 수가 없다. 그래서 엄마에게 해서는 안될 심한 말도 하게 되고, 페인트 통을 차버리는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같이 놀 친구가 생기는 거라는 선생님의 조언도 아기가 두 살이 되기 전까지는 달리기 시합은 하지 못한다는 엄마의 말에 오히려 아기를 재미없는 존재로 느끼게 만들 뿐이다. 같이 놀아주지 못하는 엄아와 언쟁을 한 후 너무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은 앤드루는 마침내 엉엉 울고만다. 그런 앤드루를 꼭 껴안아 주면서 아기가 낯선 세상에 태어나서 어떤 느낌을 들지를 생각해 보라는 엄마, 아빠말에 앤드루는 모든 것을 망치는 괴물 대신 작고 힘없는 아기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래서 혼자 밥도 못 먹고, 코도 풀지 못하는 아기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아기가 되는 것이 그리 좋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앤드루는 세상에 태어나 모든 것을 배워야하는 아기에게'배움쟁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리고 자신의 담요도 아기 침대에 깔아주는 너그러움을 보여주어 아빠를 놀라게 한다. 마침내 세상에 태어난 아기.. 아주아주 작고 조금은 못생겨(?) 보이는 동생을 보면서 앤드루는 서운함을 느끼지만 마침내 동생을 가족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을 그의 그림을 통해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점을 꼽으라면 동생에게 느끼는 감정과 부모에 대한 반발심을 직설적이고 생동감있게 묘사하고 있는 점이다. 옮긴이의 리뷰에서 볼 수 있는, 형재, 남매간의 갈등과 시샘을 다룬 고전 그림책이 보여주는 세련된 상냥함보다는 이 책의 앤드루가 보여주는 정서가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동생이 갓 생겼거나 곧 아이의 동생을 볼 부모가 눈여겨 볼만한 책으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앞으로 겪게 될 감정에 미리 대비시켜 주기에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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