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수많은 유아동화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흑인이 등장하는 작품이 드문 편이다. 아니 어쩌면 나와 있어도 인지도가 떨어져서 알려지지 않은 작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흑인에 대한 선입견이 어느 정도 자리잡고 있는 나로서도 왠지 흑인이 나오는 책이라면 그 색채감때문에-흑인의 피부색이 검은 이유로- 사길 꺼려하게 될 것 같다. 깨끗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엄마의 눈에는 일단 검은 머리, 검은 얼굴, 검은 손이 거부감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아이가 잠옷을 입고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본문 첫장의 그림을 볼 때만해도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아이가 입고 있는 잠옷조차도 왠지 촌스러워 보이고, 작아 보여서 가난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가 엄마의 편협한 시선으로 평가했을 때의 이야기고, 아이들의 눈에는 지붕위에 소복히 쌓인 눈에 더 시선이 가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 에즈라 잭 키츠의 책들이 널리 알려져 있고, 사랑받고 있는 이유를 그 다음장에서부터 확실히 알게 되었다. 각 페이지마다 펼쳐진 엷은 색감을 품은 색깔있는 솜사탕같은 눈들에서 작가의 개성을 확연하게 느낀 것이다. 아직도 눈이라면 그저 흰 색으로밖에 그릴 줄 모르는 나에게는 놀라운 그림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그리고 선명한 원색의 빨간 겉옷을 입은 피터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눈밭에 발자국을 만들며 걸어가고, 빙그레 웃는 눈사람도 만들고, 눈천사도 만들면서 노는 아이의 모습이 천진하기 그지 없다. '스노우맨'에서처럼 눈이 녹아버려 너무너무 슬퍼하는 피터의 모습은 곧 우리 아이의 모습이었다. 눈을 꼭꼭 뭉쳐서 주머니에 넣어왔지만 녹아버려서 슬퍼하는 피터는 그 날 밤에 눈이 몽땅 녹아버리는 꿈을 꾼다. 그러나 다음날 다시 흰 눈이 펄펄 내리는 것을 보고 행복해 하는 피터의 모습을 보면서 올 겨울에는 눈이 좀 자주 내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