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벨 이마주 4
이언 포크너 글 그림, 서애경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 아빠와 동생 이언, 그리고 강아지 페리와 고양이 에드윈과 함께 사는 올리비아는 낮잠 자는 것도 거부할만큼 늘 엄마를 지치게 하는, 대단히 활동적인 아이이다. 그의 정열적인 모습을 한가지 색으로 표현한다면 빨간색만큼 어울리는 색도 없을 것 같다. 올리비아가 옷을 갈아입을 때면 드레스, 셔츠, 가방, 바지 등등 정말 많은 의상들이 등장하는데 모든 것이 빨간색이다. 선글래스에 어깨끈 달린 드레스 등을 보니패션감각이 뛰어난 아이인 것 같다.

그리고 일년 전에 엄마에게 모래성 쌓는 법을 배운 올리비에가 올 해에 만든 모래성은 정말 걸작이다.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만큼 높은 모래성-아닌 건물을 보고 아이나 저나 우와~하면서 감탄을 했다. 정말 대단한 올리비아~ 그리고는 수영복을 입고 몸을 태운 탓에 엄마가 실컷 볕을 쬐었는지 확인해 볼 무렵에는 수영복으로 가려졌던 부분만 빼고 온 몸이 발갛게 익은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우리 아이는 내성적인 성격인편인데도 쉴새없이 움직인다. 이 방에서 블럭을 가지고 놀다가, 인형들을 꺼내와서 놀기도 하고, 소꼽놀이랑 가방을 가져와서 유치원 놀이를 하자고 졸라대기도 한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여 나름대로 동화책을 만들고 열심히 그리고 색칠하다가도, 괴물처럼 괴성을 지르며 동생과 이 방 저방으로 뛰어다니면서 숨박꼭질을 해대는 등 정말 놀라운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 뒷수습은 엄마의 몫. 장난감 치우랴, 먹을 것 챙겨주랴, 목욕시키랴 하고 나면 정말 엄마는 늘 지칠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를 나무라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작년까지만 해도 큰아이를 너무 나무라면서 키운 것 같아서 올해에는 되도록이면 사랑을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들어올리는 것이 벅차도록 커버린 아이를 안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 것 같냐고 물어보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한다.

이 책도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해 주고 싶어서 구입한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내게 문득 떠오른 것은-책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쉰들러 리스트'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거리에서 수용소로 끌려가는, 흑백으로 처리된 유태인들의 무리 속에서 감독은 오직 한 아이에게만은 빨간색의 옷을 입혀 놓았다.

회색톤이 죽음을 의미한다면 그 아이의 원색의 옷은 삶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그 붉은색이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져서 그 아이만은 살아남을 줄 알았는데 나중에 시체들 속에서 붉은색의 옷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수많은 유태인들의 비극적인 죽음보다 한 아이의 죽음에 더 큰 슬픔을 느꼈기에 내게는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장면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