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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고래
최인훈 / 삼성당아이(여명미디어)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먼저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광장'이라는 소설을 쓴 최인훈님이십니다. 이 분 이외에도 이상, 이문열씨 같이 어른 소설책을 쓰시는 분들이 쓰신 아이 동화책이 종종 눈에 띄는군요. 책 내용은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에 싫증이 난 아기 고래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그러나 아빠와 엄마는 고래는 날 수가 없다고 하지요. 고래가 날면 고래가 아니라나요...그래도 날고 싶어하는 아기 고래에게 엄마 아빠는 한가지 엄청난 제안을 합니다. 그러나 아기 고래는 너무나 날고 싶다는 열망이 강한 나머지 그 제안의 심각성을 전혀 깨닿지 못합니다.
엄마 아빠 고래가 아기 고래에게 제안한 방법은 잠들기 전에 소원을 세 번 말하는 것이었죠. '엄마 아빠를 다시 보지 못해도 좋으니 하늘을 날고 싶다' 아기 고래는 너무나 날고 싶은 나머지 소원을 빌고 정말 하늘을 날 수 있게 됩니다. 예쁜 산호가 핀 색색의 별바다를 헤엄치면서 밤새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놀던 아기고래는 아침이 되자 잠이 옵니다. 그래서 자기가 소원을 빌었던 것은 잊어버리고 엄마 아빠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다닙니다. 이제 날아다니는 것은 전혀 재미있거나 신기한 놀이가 아니게 되었죠. 끝없이 끝없이 넓은 하늘을 아무리 날아다니며 바다를 찾아 보아도 찾지 못하는 아기 고래.
과연 이 아기고래는 엄마, 아빠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짖궂게도 아이에게 '엄마 아빠 못봐도 좋으니 디지몬 세계에 가고 싶으냐' 물어 보았답니다. 아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가 디지몬이다 싶어서 책을 읽은 끝자락에 물어본거죠. 우리 아이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너무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두 가지중에서 한가지를 택해야 할 때,다른 하나를 버릴 수 밖에 없을 때 과연 우리 아이들은 어떤 것을 선택할까요? 아니 무엇보다 단 한가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참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고, 두갈래 길에 서서 한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닥치지요. 그랬을 때 진정으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조금이나만 아이에게 알려줄 수 있는 책이다 싶었습니다.
이 책의 그림은 한지 위에 물감이나 사인펜으로 그린 것을 살짝 번지게 한 기법을 사용하는데 어찌나 고와 보이는지 스치듯 그린 선 하나 하나가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만화 기법처럼 상상하는 것들을 한 켠에 놓인 다른 한지위에 표현해 놓은 것도 특색있는 부분입니다. 고래는 날 수 없다는 엄마의 생각에 가위표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면 아이가 낙서라도 해 놓은 것 같아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푸른바다나 하늘 풍경이 펼쳐진 그림들이 맑고 깨끗해서 보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듯 해서 3-6살 정도의 아이와 함께 오래오래 들여다 봐도 좋을 책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