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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어디에 숨기지 ㅣ 달팽이 과학동화 1
김용란 글, 신가영 그림 / 보리 / 2000년 2월
평점 :
절판
흔히 모성애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부성애라는 말은 별로 쓰이지 않죠? 하지만 '가시고기'라는 베스트셀러가 나오면서 부성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 보게 되었잖아요. 동물의 세계를 살펴보면 거기서도 주로 암컷이 육아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만 간혹 아빠가 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곤충의 세계도 마찬가지겠구요. 이 책에는 알을 낳는 곤충들이 등장하는데 각 곤충들에 따라 알을 낳는 곳이나 지키는 방법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곤충들은 비교적 안전한 장소에, 그리고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 났을 때 먹이를 섭취하기에 용이한 장소에 알을 낳지요. 물자라처럼 알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곤충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아빠 물자라는 등에 업고 다니는 소중한 알들을 안전하게 숨길 만한 곳을 찾아 헤매입니다. 그러나 붕어가 물풀 사이에다 숨겨 둔 두꺼비 알을 꿀꺽 삼켜 버리는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지요. 물 속에 두었다가는 영락없이 자기 알도 먹혀버릴테니까...
물 밖으로 나온 아빠 물자라는 거품 덩어리 같은 알집을 만들 수 있는 사마귀나 알을 실로 꽁꽁 감싸 놓는 거미를 보며 부러워 하죠.그래서 나뭇잎 밑에 알을 숨기려던 아빠는 살아있는 벌레 몸에 알을 낳으려고 애벌레를 잡아가는 나나니 벌을 보고 또 한 번 놀라고 말죠. 결국 물 밖에서도 안전한 장소를 찾지 못한 아빠 물자라는 힘들긴 해도 자기 등에 업힌 알들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립니다. 자기 등 위에서 깨어난 새끼들을 보고 기뻐하는 물자라 아빠는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충분히 보상 받았을 것 같아요.
엄마들이 열 달동안 아기를 몸 속에서 키우며 애정을 쏟는 것처럼 아빠 물자라는 알을 등 위에 업고 다니며 깨어날 날만을 기다립니다. 몇 시간, 또는 수 십시간의 진통을 겪고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았을 때 엄마가 그동안의 고생과 고통을 모두 잊어버릴만큼 놀라운 새생명의 탄생의 기쁨을 아빠 물자라도 느꼈을 것이며, 자신의 자식을 더욱 더 애정을 가지고 돌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