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쓸모가 있어 달팽이 과학동화 1
김용란 글, 신가영 그림 / 보리 / 2000년 2월
평점 :
절판


'너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이 말처럼 누군가를 무시하고 비하하는 말이 또 있을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이 추구하는 한가지 목적일 것이다. 처음에는 울음을 터뜨리는 것, 누군가와 눈길을 맞추는 것, 뒤집고 서서 일어나는 것 등.. 아주 작은 아기들조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날마다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농부네 아저씨 집에는 동물, 아니- 가축들이 참 많네요. 아침마다 아저씨를 깨우기 위해 '꼬꼬댁~'하고 울어 대는 닭과 아저씨가 나가신 후 빈 집을 지키는 강아지, 곡식을 훔쳐먹지 않도록 보초를 서는, 생쥐 잡는 고양이가 있어요. 그리고 밭을 가는 등의 힘든 일을 하는 듬직한 소 등 농부 아저씨 집에는 사는 가축들은 모두 자신의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동물들입니다.. 그런 동물 친구들 사이에서 힘든 일을 마치고 돌아와 쉬려고 하는 아저씨에게 '꿀꿀꿀'거리면 밥이나 달라고 재촉해대는 돼지.

밥만 축내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은 돼지는 다른 동물들의 역할을 대신 해 보려고 결심합니다. 그러나 늦잠을 자는 바람에 닭처럼 아침 일찍 농부아저씨를 깨우지도 못하고, 그 작은 생쥐 한마리도 잡지도 못하고 쟁기질도 못하는 자신의 무능력에 꽤나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나는 아무 데도 쓸모가 없어.' 이 한 마디에서 그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도 비관하고 좌절할 때 이런 말들을 흔히 쓰잖아요.

이 말은 아이에게조차 이런 말은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 오겠지요. 어쩌면 삶의 목표를 가질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화가 나서 아이에게 심한 말을 하게 되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이런 말은 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만약 아이가 정말 그 돼지처럼 자신을 무능력한 존재로 인식해 버린다면 그 아이의 앞날은 절망으로 가득 찰 테니까요..

돼지가 음식찌꺼기를 먹는 것도 자신이 할 중요한 일로 인식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같은 상황이었지만 단지 밥을 축내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음식찌꺼기를 없애는 중요한 일을 한다는 것으로 '인식의 전환'을 함으로써 비로소 돼지도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사소한 일일지라도 그런한 일을 아이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어른들이 볼 때 정말 쓸데없는 장난이나 행동같은 것들이 아이들 스스로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일일 수도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비하시켜버린다면 아이들은 자신감을 잃고 커가면서 어떠한 일도 소신있게 추진하지 못하게 될테니까요... '넌 정말 쓸모있는 아이야'라는 말을 우리 아이들에게 자주 해주어야 할 것 같다는 교훈을 제가 이 책을 통해 배웠다고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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