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장은 싫어 달팽이 과학동화 1
강순옥 글, 하윤신 그림 / 보리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우선 흐드러지게 핀 복사꽃이 책 가득히 펼쳐져 있어서 첫페이지를 넘기는 것부터가 즐거운 책이다. 연분홍 복사꽃이 지천해 핀 동산에 살고 있는 가지 각색의 원숭이들은 나무들을 정성껏 돌보아 준다. 그 은혜에 보답하듯 주렁주렁 매달린 복숭아들이 참으로 먹음직스럽게 보여 나도 하나 따 먹고 싶을 정도이다. 그리고 각자 맞는 임무가 정해져 있고, 분업화가 잘 되어 있는지 노는 어른 원숭이들은 거의 없다. 수확하는 즐거움, 맛있는 복숭아 절임을 기다리는 아기 원숭이의 즐거운 표정들, 모여 앉아 복숭아 껍질을 까고, 모아 둔 복숭아껍질을 가져 가려고 기다리는 돼지들.. 모두들 억지로 하기보다는 일을 즐기는 것이 표정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런데 이 마을에 악역 전문(^^;)의 늑대가 나타나 공장을 짓는다. 원숭이들이 그 공장에서 일하게 되는데 하는 일은 예전과 다른 것이 없다. 처음에는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일하던 원숭이들도 일을 재촉하고 야근까지 시키는 늑대 덕에 이제는 식은 땀을 흘리면서 쉴 틈도 없이 일을 해야 한다. 원숭이들의 작업속도에 불만을 품은 늑대는 갖가지 기계들을 들여 오고, 화학약품까지 사용하게 된다. 자~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을까? 이미 우리가 겪어온 과정이니까...

편리한 기계때문에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화약약품 사용으로 오염된 폐수가 마구 흘러 나온다. 오염된 강에는 죽은 물고기들이 둥둥 떠 다니고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난다. 시커면 연기때문에 뿌옇게 변한 하늘.. 호흡기 환자들이 늘어 나고, 나무들이 말라 죽어 가는 것은 이미 산업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직접 겪고 있는 심각한 오염 문제들이다. 이 책에서는 사태를 깨닳은 원숭이들이 늑대를 몰아내고 예전처럼 손수 일을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우리 인간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미 문명의 이기가 주는 편리함에 익숙해져버린 인간들이 불편했던 예전생활로 돌아가려고 할까? 사실 우리들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이미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 그 원인을 제거하지는 못하고 있다. 아니. 편리한 생활을 포기 하기가 힘든 것이다. 그리고 산업화를 통해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나라들이 자신들이 더렵혀 놓은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후진국들의 발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저런 제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좀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읽어주며 깨끗한 환경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어른들인 우리 개개인도 편리함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조금 힘들더라도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 줄 이 강산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것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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