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에 대한 경이로움은 제가 꽤나 두꺼운 로마인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전쟁과 군사 정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카이사르가 영토를 확장해 나가고 원로원을 누르고 로마를 장악해 가는 과정이 큰 재미를 자아내어 눈을 땔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카이사르, 또는 시저... 확실히 그는 군중을 다스릴 줄 아는 카리스마를 지닌 천재였던 것 같습니다. 그의 군대나 세력에 의해 목숨을 잃은 이들이야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겠지만 그 천재가 너무 늦게 날개를 펼친 것도, 요절해 버린 것도 로마에게는 크나큰 손실이었을 듯 싶습니다. 그러나 5권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역시 그 유명한 3월 15일에 카이사르가 '부루투스, 너마저..'라는 말을 남기며 살해된 시점에서 그의 유언장과 함께 전면에 부상하게 된 옥타비아누스였습니다. 겨우 18세라는 나이, 우리나라 나이로 치자면 이제 겨우 대학생이 되었을 그 나이에 아직 로마인들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희미한 존재였던 그가 어떻게 안토니우스를 밀어내고 제일인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읽으면서 감탄을 금치못했습니다. 카이사르에 비해 일찍 권력을 쥐게 된 그였지만 그의 양아버지처럼 천재성을 가지지 못한 것을 일찍 깨닿고 자신의 방식대로 원로원을 장악하고 황제가 되어 가는 것을 보면 그도 영재쯤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와 함께 안토니우스의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저자의 서술도 흥미로웠습니다. 평범한 한 남자가 아닌 한 국가를 다스리는 남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잊어버리고 클레오파트라에게 달려간 안토니우스.. 어쩌면 그에게는 국가보다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이 더 중요했겠지요. 그렇기에 결국 그는 로마를 얻지 못했고, 야심을 가진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를 통해 로마를 얻으려고 했지만 로마보다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긴 안토니우스만을, 그리고 마지막에는 죽음만을 얻게 되었을 것입니다. 한가지 더 언급하자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그 시대에 대한 결혼관입니다. 여자들이 서너차례의 결혼을 하여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거나 , 아버지에 의해 이혼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도 다반사였다고 하니... 옥타비아누스가 그 남편과 담판을 지으면서까지 유부녀와 결혼한 것도 우리들의 가치관으로 볼 때 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더구나 그 남편이 버젓이 살아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자식들까지 여자와 함께 받아들이다니....(서양에서는 가능한 일이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죠) 책을 읽으면서 어려웠던 점 중 하나는 이름이었습니다. 같은 씨족내에서는 같은 이름을 많이 물려 받다보니 율리우스 씨족내에서 흔히 사용된 여자 이름인'율리아'는 몇 차례나 등장하더군요. 그러다보니 진지하게 읽지 않으면 마구 헷갈려 어떤 율리아인지 혼돈이 되기도 했어요. 아무튼 카이사르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되어가는 옥타비아누스가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칭호를 받고 로마를 통치해 나가는 6권이 자뭇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