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15
조대인 글, 최숙희 그림 / 보림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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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아이들과 서점에 가면 자기들이 좋아하는 디지몬이나 다른 캐릭터들에 관련된 책에 더 관심을 쏟아서 엄마가 좋은 동화책을 읽어주려고 해도 듣지 않기 일쑤이다. 그런데 이 책을 펼쳐서 읽어주었더니 옆에 붙어서서 내가 읽어주는 걸 계속 듣고 있는 것이었다. 그날 서점에서 사지 않고 나왔지만 집에 와서 아이에게 물어 보았더니 서점에서 본 책 중에서 이 책이 제일 재미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책 구매시에 함께 주문하였고 도착하던 날 다른 책을 놔 두고 제일 먼저 잡은 책이 바로 이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였던걸 보니 꽤나 이 책이 재미있게 느껴졌나보다.

내기를 하자고 말은 하지만 이미 잡아먹기로 작정하고 찾아온, 힘세고 날렵한 호랑이와 나이들어 힘없고 풀 한포기 뽑을 때마다 '에고~'를 연발하는 할머니가 내기를 한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호랑이도 힘없는 할머니를 그냥 잡아먹기는 미안했던지 생색이라도 내듯이 밭내기를 제안한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것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를 본딴듯한 '팥죽 한 그릇 주면 못 잡아먹게 하지'라는 반복되는 문구이다. 아이들은 이 문구를 읽어줄 때면 후렴구라도 되는 듯 따라한다.

호랑이와의 팥밭 매기 내기에 진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쑨 팥죽을 얻어먹는 여러가지 물건들이 이쪽 저쪽에 숨는 것이 재미있는지 책을 읽어주다 보면 '어디에 있어요? 어디에 숨었어요?' 연발하며 책을 자기 앞으로 잡아당겨 숨어있는 물건을 찾으려고 책을 살펴보는 아이의 모습이 조금은 웃습기도 하다.

호랑이가 나오는 책이라고 말로는 무서워하면서도 어떤 날에는 저 혼자서도 내가 읽어주었던데로 운율을 실어 읽어 나가는 걸 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따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전집책들 중에서도 아이가 유난히 좋아하는 책들은 저 혼자서도 읽지만 다른 책들은 엄마가 읽어주어야 듣게 되는 책들이 많다.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처럼 비록 한 권의 책이지만 아이가 흥미를 가지고 스스로 찾아서 읽으려는 책이라면 좋은 책이고 생각한다. 더구나 명작동화등에 식상했을 아이가 우리나라의 옛이야기를 즐겁게 받아들여서 읽어주는 나 역시 옛날 할머니들이 손주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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