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뒹굴며 읽는 책 2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이상경 옮김 / 다산기획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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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의 표지나 그림을 보았을 때 조금은 실망했다. 다른 동화책들의 그림과 비교해 보았을 때 너무 단순하다고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난 후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와 엄마를 잃어 버린 아이의 마음을 잘 나타내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잃어 버려 찾아 헤매는 엄마나 엄마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쫒아다니며 울고만 있는 아이나 정말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고 영원이 잊혀지지 않을 사건이 될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기에 이 책의 내용이 너무도 사실적으로 다가왔고 아이도 그전의 경험을 예를 들면서 읽어 주었더니 그 후로도 수시로 찾아서 혼자서 읽어 보곤 한다.

다행히 몇 시간만에 찾을 수는 있었지만 5살짜리 내 아이를 잃어 버렸던 오후, 비록 단 몇 시간이었을 뿐이지만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해 보면 아찔한 느낌이다. 만일 그 때 아이를 찾지 못했다면 어떠했을까. 책의 주인공인 실베스터 엄마와 아빠처럼 몇 날 며칠을 잠 못 자고, 아무 것도 먹지 못지 못하고, 아이를 제대로 지켜보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넋을 놓고 지냈을 것이다.

아이의 동생을 태운 유모차를 밀고 다면서 놀이터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방을 돌아 다니며 찾아 보아도 보이지 않는 내 아이, 설마하는 생각조차 점차 사라지고 머리 속이 하얗게 비어져 울음은 커녕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진공의 시간이었다. 누가 데려가 버렸으면, 나쁜 사람에게 유괴되었으며, 어딘가를 헤매다 사고나 당하지 않았는지 하는 생각은 그 때 들지 않았다. 아이를 찾고 난 뒤 한참 뒤에야 그런 가능성들을 떠올리고 어찌나 겁이 났던지...

사자를 만나 위기를 모면하고자 순간 바위로 변해버린 실베스터는 낮이 가고 밤이 되어도,단풍잎이 지고 겨울이 와도 집에 가지 못한다. 결국 나들이 나온 그의 부모에 의해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 실베스터.. 공원 관리실에서 보호하고 있던,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울어서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내 아이를 보면서 그제서야 긴장이 풀려 한참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아이를 보듬으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던 그 때의 감격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실베스터와 그의 부모가 만났을 때의 마음을 나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6실베스터의 아빠가 금고 속에 넣어 버린 그 요술조약돌이 만일 우리 아이가 발견하였을 때 그것을 사용하는 것과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 보면서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누군가를 잃고 절망하는 일이 없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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