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위니 비룡소의 그림동화 18
코키 폴 브릭스 그림, 밸러리 토머스 글, 김중철 옮김 / 비룡소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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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위니는 도깨비와 마녀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일부러 고른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의 그림을 보면 '위니'는 내가 살아오면서 이미 많은 책이나 영상매체를 통해 굳어져 버린 마녀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어른인 내게 보여 주고 있다. 늘 탱글탱글한 고양이 윌버에게 걸려 넘어져 버리는 약간은 멍청한 듯한 느낌을 주는 마녀 위니.. 주위에는 거미나 도마뱀, 해골들이 널려 있는 집에 살고 있지만 마녀라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안타까운 느낌을 자아내게 하는 애처로운 독신 아줌마 같다.

숯으로 칠한 듯한 온통 검은 색인 '위니'의 집에서 검은 고양이 윌버는 초록색 눈만 빼면 전혀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이지만 일부러 마녀가 걸려 넘어지거나 깔고 앉을 만한 위치에 있음으로 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 같다. 위니는 그것이 불만이었을까? 드디어 마녀라는 직업(?)을 확인할 수 있는 마법을 부리는 위니. 요술지팡이를 휘둘러 연두색을 만들어 버리지만 풀 숲에 있는 걸 보지 못하여 다시 한 번 걸려 넘어져 장미 덤불 속에 쳐박혀 버리자(화날만 하죠?) 아예 다섯가지 색깔을 가진 고양이로 만들어 버리고야 마는데...

알록달록, 한마디로 우스꽝스러운 고양이가 되어버린 윌버, 그 윌버의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하던 위니는 다시 검정색 고양이로 되돌려 주고, 대신 이번에는 요술지팡이를 마구 휘둘러 마법을 다시 한 번 행함으로서 아예 집을 총천연색으로 만들어 버린다. 검정색만 뺀 화련한 집을 보니 거기서 살고픈 욕구를 자아내게 할만큼 근사한 집이 되어 버렸다.

자신에게 고난을 안겨 주는 존재를 변화시키기 보다는 주위 환경을 변화시켜 사랑하는 존재가 변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그 마음이 어른인 내게는 잘 다가오지만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이는 그저 마녀가 요술지팡이로 마법을 부리는 것이 더 신기해하는 것 같다. 좀 더 크고 나면 그 속 뜻을 깨달으려나.. 아이가 잘못을 할 때마다 잔소리를 늘어 놓는 엄마인 나 자신이 아이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내 아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같이 보면서 읽어주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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