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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햄릿 ㅣ 셰익스피어는 재밌다! (초등학생을 위한 영원한 필독서) 1
로이스 버뎃 지음, 강현주 옮김,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 찰리북 / 2009년 6월
평점 :
왕이었던 아버지는 동생에게 독살당하고, 어머니는 남편을 죽인 사람과 재혼을 하고, 사랑하는 여인은 미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복수를 맹세한 주인공 역시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적인 고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속하는 <햄릿>. 이 고전은 등장인물들의 특성, 대립 구도 등도 뚜렷하고, 이야기적인 측면 또한 흥미진진하다. 다만 아이들에게 이처럼 배신과 죽음, 절망과 복수 등의 탁하고 어두운 감정으로 뒤덮인 작품을 접해 주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그런 우려를 말끔하게 불식시켜주는 특별한 것이 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은 햄릿의 대사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문장. 아이들이 햄릿의 내용을 자세히는 알지 못하더라도 햄릿이 고뇌에 차서 읊조리는 이 유명한 구절을 한 번쯤은 접하고 출처에 궁금증을 가질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책들이 많겠지만 그 중에서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글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이 책의 저자 로이스 버뎃은 햄릿 공립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문학 작품을 읽은 후에 학생들에게 그림이나 글을 써보게 하거나 연극 공연을 하는 등의 독후활동을 한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그림과 '나도 셰익스피어'라는 부분에 실린 글은 바로 이 독후활동의 산물들~~.
본문은 "햄릿"의 내용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들려주고 있다. 이에 곁들여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개성이 넘치는 아이들의 그림과 글이 실려 있다. 햄릿, 왕비, 삼촌, 오필리어 등의 등장인물을 그린 그림도 있고, 성에 유령이 나타나는 장면 등 이야기 속의 한 장면을 묘사한 그림도 있다. 세련되거나 근사한 그림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그린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들을 보니 캐릭터의 특징이나 감정 상태, 상황을 참 잘 표현해 놓았구나 싶다. 그리고 '나도 셰익스피어!'에 2학년 아이들이 -햄릿에 등장하는 인물이 되어- 상상해서 쓴 대사를 보면, 정말 아이들이 쓴 것이 맞는가 싶어 경탄하게 된다.
다양한 독후활동은 아이들이 작품-고리타분하게 여겨지는 고전도-에 흥미를 가지고, 작품 속의 인물과 주제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독후활동의 중요성이야 잘 알고 있지만 실천은 잘 하지 못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새삼 그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창의성과 감성이 충만한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을 보는 재미가 더해져서인지 햄릿이 비극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밝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본문 뒤에 아이들과 독후활동을 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 몇 가지도 소개해 놓았다. 그리고 부록으로 영어 원문을 (소책자 형식으로) 수록해 놓아 영어로 낭송하는 묘미도 즐길 수 있다.
- 아이가 이 책을 읽고 (숙제로) 쓴 감상문을 읽어보니 햄릿이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알고는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복수를 한" 용감함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적어 놓았다. 예전에 햄릿을 그림책으로 접해준 적이 있어서 줄거리를 알 텐데 그럼에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다. 덧붙여 다른 작품도 나올 거냐고 묻던데 뒤표지 날개에 실린 출간 예정 목록을 보니 "셰익스피어는 재밌다!" 시리즈로 계속 출간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