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대결 우리말 왕중왕 속담왕 시리즈 3
김하늬 지음, 주미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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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담왕 태백이와 사자성어의 달인 홍익이가 우리말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로, 시리즈 세번째 권이다. <속담왕 대 사자성어의 달인>을 재미있게 읽었던 우리 아이들이 기다리던 책. 이번에는 순우리말 대결을 펼치는데 순우리말과 더불어 속담과 사자성어도 곁들이고 있어 여러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는 다양한 표현을 익힐 수 있다. 동화 속에 순우리말이 잘 녹아 있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으며,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말의 다양성도 일깨워 준다. 태백이와 홍익이가 ‘순우리말’을 놓고 왕중왕을 뽑는 마지막 대결을 펼치는 구도도 흥미를 돋우고 있다.

 속담골의 삼총사, 태백, 은지, 홍익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다람쥐 꼬리 무덤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바쁜 농사철이 되자 고추를 따거나 들깨 털기, 사과 따기 등의 일을 하며 어른들의 일손을 돕는다. 가을걷이를 끝내고 벌이는 마을 잔치, 상여를 메고 가는 장례식이나 전통 혼례 등의 시골 풍경과 마을 사람들의 구수한 사투리가 어우러져 이야기의 재미를 돋우고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속담골 아이들의 모습은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부러움을 사지 싶다. 

 늘 티격태격하는 태백이와 홍익이는 왕중왕을 뽑기 위해 대결을 펼치는데, 1차전은 잠의 종류를 일컫는 순우리말, 2차전은 비의 종류, 마지막 대결의 주제는 바람 이름 대기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가장 많이 아는 것처럼 잘난 척 하는 두 아이도 알고 보면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격! 순우리말의 숨은 고수는 따로 있었으니~. - 내용 중에 개인적으로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곳('도둑고양이의 변명'편 등)들이 있기도 했는데 순우리말을 이야기 속에 녹이는 일이 녹녹치만은 않았으리라 여겨진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는 종종 들었으나 지금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 낱말들을 접할 때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고향에 간 듯한 느낌이 들어 참 좋았다. 이 책에 나오는 -밤이나 도토리 따위의 속껍질을 일컫는- '보늬'란 단어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말로 '알강달강'이라는 전래 동요에도 나온다. '곰비임비'나 '미주알고주알' 같은 순우리말에 숨어 있는 이야기도 알려주고, 수를 일컷는 옛말과 톨, 쾌, 두름 등과 같이 대상에 따른 셈의 단위도 알 수 있다. 성격이나 특징에 따라 사람을 표현한 우리말(가납사리, 떨꺼둥이, 진지리꼽재기 등)도 재미나다.

 우리나라 말은 의성어, 의태어가 잘 발달되어 있는데 이는 '사람이나 사물의 소리 혹은 움직임을 나타내는 순우리말'에서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담도담'은 아기가 무탈하게 잘 자라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고, '지범지범'은  음식을 체면 차리지 않고 자꾸 집어 먹는 모양을 일컫는 말이다. 사박사박, 야물야물 같은 낱말을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고 있자니 살짝 침이 고인다. ^^* '과연, 정말로'의 뜻을 지닌 부사로 '짜장'이라는 낱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우리말 관련 TV 프로그램(상상플러스)에서 알게 된 '설레발, 휘뚜루마뚜루' 같은 낱말도 보여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각 단원마다 본문에 나오는 "말할수록 향기 나는 순우리말"과 "어휘력을 키워주는 속담, 사자성어, 관용적인 표현 등을 정리하여 그 의미를 자세히 알 수 있게 해 놓았다. 마지막으로 본문 뒤에 '왕중왕전의 내용'에서는 대결 내용에 나온 잠의 종류, 비의 종류, 바람의 종류를 이르는 다양한 우리말 표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자주 듣지 않아 생소한 표현도 있겠으나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상황 등, 이야기 속에서 말의 의미를 깨우치니 더 쉽게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순우리말은 외래어, 외국어, 한자어를 제외한 고유어를 말하는데, 책에 나오는 낱말 중에는 나에게도 낯선 표현들이 제법 있었다. 책을 덮은 후에 혹 책에 나오지 않는 순우리말 중에 내가 아는 것은 없을까 싶어 생각하며 두루 쓰이거나 알고 있는 낱말이나 표현들을 떠올려보니 한자어가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풍부한 어휘력을 위해서 한자어도 많이 알아두어야 하겠지만 순우리말도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자산이 아니겠는가. 말은 사람들이 자주 써주어야 그 생명력이 오래 간다. 은지의 말처럼 순우리말에 관심을 갖고 자주 써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의 통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일상에서도 사용하여 말의 생명력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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