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의 환상 여행 뜨인돌 그림책 10
에릭 로만 글 그림, 허은실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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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그림책은 책의 출간 소식을 적은 지인의 페이퍼를 통해 먼저 알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생소한 작가로 여겼다. 그러다 며칠 뒤에 책을 보고서야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한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의 작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열 개의 눈동자>도 에릭 로만의 작품) 이 작품은 아이의 무한한 상상력과 상상의 세계에서 펼치는 향연이 주는 즐거움을 담고 있다. 표지를 보면 소녀의 까만 콩 같은 눈동자가 귀여운 느낌을 물신 풍기며 시선을 끌고, 그 뒤에서 눈길을 주고 있는 커다란 물고기는 깊이 있는 푸른색으로 밤하늘과 하나가 되어 다가온다.

 잠자리에 든 클라라는 창문을 열고 한 친구를 맞이한다. 아샤, 공원에서 처음 만난 친구. 클라라는 욕조에서 놀이를 즐기는 아샤를 위해 기다려 주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 욕조를 채울 만큼 커다랗기도 하지만 어항 속에 들어갈 만큼 작아지기도 하는 아샤. 동그란 눈덩이 속의 아샤는 그 모습-꼭 부풀어 오른 복어 같은- 자체만으로도 웃음을 안겨 준다. 클라라가 커다란 비눗방울을 타고 날아올라 아샤와 함께 밤하늘을 나는 근사한 여행은 말(글)이 필요 없다. 그만 자라는 엄마의 말씀대로 잠자리에 들긴 했지만 어떻게 잠이 오겠는가, 찾아 올 친구가 너무 많은 것을! 

 그림 전반에 걸쳐 선처리가 유연하고 부드러우며, 깔끔한 화풍과 유화의 깊이 있는 색감으로 환상적인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무엇보다 꼭 껴안아 주고 싶을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모습이 독자를 매료시킨다. 인상 깊은 몇 장면 중 하나. 클라라와 아샤가 숲 속을 지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습을 담은 장면에서는 세 명의 아이와 세 마리의 물고기를 만날 수 있다. 비눗방울을 타고 오르고, 하늘을 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로 한 화면에 같은 캐릭터가 두세 번 등장하는데, 이러한 화면 구성으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이나 이 작품에서 보이듯 에릭 로만은 환상과 꿈, 그리고 현실 세계를 아우르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인이 페이퍼에 '에릭 로만'과 함께 작가 '데이비드 위스너'를 언급하였는데 <구름 공항>, <자유 낙하> 등의 작품에서 보는 바와 같이 데이비드 위스너 역시 비슷한 작품 세계를 펼치는지라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떠오르는 것 같다. 이 두 작가는 글이 없거나 글의 분량을 최소화하는 한편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담은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낼 여력을 독자에게 넘기는 점-함께 책을 보는 부모들로서는 부담스러운- 또한 유사하다. 

 등에 짙은 줄무늬가 있는 푸른 물고기 아샤는 공원 연못의 장식물이지만 클라라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친구이다. 할로윈 데이에 어부로 꾸민 클라라가 메고 가는 낚싯대의 줄을 물고 얌전하게 따라가는 아샤의 모습을 보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함께 어울려 노는 둘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한 미소가 머물러 있으며, 그 모습을 보는 독자 또한 내내 미소를 띠고 있게 된다. 

 아이들이 펼치는 상상의 세계 속에서는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 같은 것은 사라지며, 대상의 크기나 행동에도 제약이 없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인형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현실 세계에는 없는 존재를 창조해 내기도 한다. 또한 그들에게 이름을 붙여 지칭함으로서 존재감과 특별함을 부여한다. 클라라에게 많은 친구들이 있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비밀스럽고 멋진 친구들이 있을 게다. 오늘밤, 아이에게는 어떤 멋진 친구가 찾아올지 한 번 물어보아야겠다. 아이와 더불어 엄마도 클라라처럼 두 팔 벌려  상상 속의 친구를 환영해준다면  내 아이의 얼굴에 얼마나 멋진 미소가 내려 앉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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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12-1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어보고 싶은 책이에요.
님, 연우 잘 크고 있지요?

아영엄마 2008-12-14 01:34   좋아요 0 | URL
별탈 없이 크고 있긴 한데 애가 밤낮이 바뀌어서 애를 먹고 있어요. ^^:

2008-12-13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