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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좋아요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2
최내경 글, 이윤희 그림 / 마루벌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바람개비는 어떤 원리로 빙글빙글 도는 걸까? 꽃잎은 무엇을 타고 흩날릴까?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움직이는 이유는? 확연하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시원하게 불어오는 그 감촉으로, 다른 사물의 움직임을 통해 그 존재를 느낄 수 있는 바람. 때로는 거대한 폭풍우를 동반하여 창문을 덜컹거릴 정도로 세상을 뒤흔들어 놓기도 하지만 땀 흘려 움직인 뒤에 잠시 휴식을 취할 때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의 시원함과 고마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그림책은 자연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과학서는 아니지만 아이가 이야기를 하면 엄마가 말을 받는 형식의 잔잔한 대화 속에 바람이 만들어내는 자연 현상을 두루 접할 수 있다. 표지 그림에 보이는,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지는 식물의 종자 중에서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민들레 씨앗. 어렸을 때 한 번쯤은 길 가다 민들레 씨앗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가 훅~ 불어본 적이 있을 게다. 입으로 훅~ 불러 날리는 재미, 바람결에 실려 멀리 멀리~ 퍼져서 날아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어서인지 어른이 되어서도 민들레 씨앗을 발견하면 아이처럼 훅~ 불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바람이 실려 눈처럼 흩어지는 꽃잎, 살랑살랑 떨어지기 위해 바람을 기다리는 단풍잎,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는 민들레 씨앗, 그리고 땅과 놀고 싶어 파도가 되어 밀려오는 바다.... 이처럼 자연을 역동적이면서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이 아닐까 싶다. 아이가 만든 연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빨래가 잘 마르도록 도와주는 것 또한 바람. 아이와 엄마의 대화는 늘 우리 가까이에 존재하면서 일상을 함께 하는 자연의 한 요소를 일깨워 주고 있다. 마지막 장은 동음이의어를 이용하는 감각적인 문장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엄마는 그림 속에 드러나지 않지만 글을 통해 정답게 대화를 이어가는 아이와 엄마의 모습이 살포시 그려진다. 아이에게 지식을 주입하려는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엄마 혼자 열심히 설명하는 것으로 끝날 때가 종종 있는데 이 책에서처럼 대화를 통해 아이를 일깨워주고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책의 전반적인 느낌을 적자면, 타자로 친 듯한 본문 글씨체도 깔끔하게 보이고, 캔버스의 느낌을 적절하게 살린 파스텔 톤의 화풍이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내용과 잘 어우러져 차분한 느낌을 풍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