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너머 할미꽃 우리나라 그림책 4
이상교 지음, 김수경 그림 / 봄봄출판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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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기며 꽃이 흰털로 뒤덮여 있고 꽃대가 구부정한 모습이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센, 허리 굽은 할머니를 연상시키는 할미꽃. 할미꽃에는 추운 겨울날 그리워하던 딸(혹은 손녀)을 찾아 가다 죽은 할머니의 넋이 꽃으로 피어났다는 전설이 담겨 있다. 이 그림책은 막내딸을 찾아 가다 고갯마루에서 숨을 거둔 홀어머니가 이듬해 봄, 무덤가에 꽃으로 피어났다는 애닲은 할미꽃의 사연을 그리고 있다. 그림은 한지 느낌을 살린 부드러운 화풍으로 한지를 이용해 눈발이 휘날리는 겨울을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본문에 유사한 대사나 형식이 세 번 반복되거나 의성어, 의태어 등을 풍성하게 사용하여 옛이야기의 느낌을 살렸다. 

 바느질 솜씨가 뛰어난 큰 딸과 음식 솜씨가 뛰어난 작은 딸, 별 재간 없는 막내, 이 마음씨 착한 세 딸은 "이 다음에 어머니는 제가 꼭 모실게요."라고 말하지만 딸들이 시집가게 되자 어머니는 자기 걱정일랑 말고 잘 지내라고 당부를 한다. 자식 셋을 홀몸으로 키워야 하는 어머니의 고단함이 얼마나 깊겠는가마는 어머니는 세 딸이 어여쁘게 자라는 것을 기쁨으로 삼고 하나라도 더 해주기 위해 밤낮으로 애를 쓴다. 나도 이제 어미가 되어서일까, 자식이 보고 싶어도 내색하지 않고 그리워하는 부모의 마음, 큰딸과 작은딸을 찾아갔다가 대문 앞에서 돌아서면서도 딸들을 탓하지 않았을 어머니의 마음이 먼저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할미꽃 전설에 관한 이야기를 접할 때면 늘 마음 한 구석이 뜨끔해진다. 이 그림책 속의 두 딸은 시댁 제사라서, 시누이가 몸 풀러 와서 라며 친정어머니를 문간에서 돌려보낸다. 나 역시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게 되자 내 가족과 시댁 식구, 시댁 일을 먼저 챙기다 보니 친정 부모님은 뒷전이 되어 버리곤 했었다. 명절이며 생신 때도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 한 통 거는 것으로 끝낼 때가 많았다. '다음에는..., 내년에는...' 하며 한 해 두 해 미루다 결국 두 분 다 돌아가신 후에야 왜 좀 더 일찍 챙겨드리고, 살피지 못했나, 뒤늦은 후회를 하며 산다. 

 
꽃에 얽힌 전설은 그 이야기 속에 꽃이 피는 시기를 비롯하여 꽃의 색깔과 형태, 특징이나 분위기, 꽃말 등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들이 포함되어 있다. 여러 꽃에 관한 전설을 담은 동화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애잔하고 슬픈 내용도 있지만 다양한 일화를 접할 수 있어 옛이야기만큼이나 재미있다. (꽃에 관한 전설은 인터넷 상에도 많이 올라와 있으니 읽어보고 아이에게 들려주면 재미있어 할 듯.)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말을 달고 사는 우리 집 작은 아이는 책 속의 세 딸처럼 "이 다음에 꼭 엄마를 모시고 살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는데 정말 그리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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