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타이크 창비아동문고 237
진 켐프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오승민 그림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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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게, 그리고 작가가 숨겨 놓은 반전-이라기보다 나 자신이 선입견을 가지고 읽은 탓-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깜짝 놀라고 만 동화이다. 카네기 메달(1977)을 받았으며 영국 초등학교에서는 필독서로 지정된 작품으로,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 장애인 친구를 대하는 주인공의 태도 등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안겨 준다. 개성이 철철 넘치는 타이크와 학교 친구들, 지방의원으로 출마한 아버지를 비롯한 타이크네 가족, 재미있는 역사 수업과 전쟁놀이 등 다양한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동화 <장수 만세!>에서 그림을 접한 적 있는 오승민씨가 이 책의 삽화를 그렸는데, 각 캐릭터의 모습을 작품 내용에 맞게 참으로 잘 표현하여 작가의 의도에 일조하고 있다. 외국 작가의 동화에 우리나라 화가가 삽화를 그린 작품 중에 작품 내용과 삽화가 어울리지 않아 겉도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가끔 있던데, 이번 작품은 내용과 삽화가 찰떡궁합을 이루어 상승작용을 해 주고 있다.

 얼굴에 있는 주근깨만큼이나 장난끼가 가득할 것 같은 주인공 타이크는 학교에 무슨 문제-선생님 지갑에서 돈이 없어지거나 강당에 쥐가 나타나는 등-가 발생하면 일단 지목대상이 되는, 선생님들에게는 요주의 대상인 학생이다. 그렇지만 타이크는 말을 더듬는 대니의 대변인-거의 통역 수준-이 되기도 하고 대니가 일으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한 마디로 의리파 친구이다. 함께 놀기도 하고, 때로는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전단지 배달도 같이 하러 나가고, 비밀 아지트도 공유하고...

  타이크는 대니가 장애가 있어서 무조건적으로 감싸주는 것이라기보다는 함께 공부하고 함께 놀 수 있는 친구이니까, 정상인 친구를 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대할 따름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배려와 도움,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깊이 박혀 있는 터라 타이크의 이런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일 게다. 무엇보다 말썽을 피울지언정 거짓말은 하지 않는 정직성과 그 당당함이 바로 타이크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수업이 있던 날, 타이크는 마침내 학교를 엉망으로 무너뜨리기(?)에 성공하고 마는데 과연 어떤 일이 타이크를 폭발하게 만든 것일까? 

 막바지에 작가가 준비한 히든카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하고 읽어나가던 터라 작품 말미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다가왔다. 이는 타이크와 대니 주변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과 인물들의 특성에 몰입한 나머지 다른 생각을 가질 틈을 주지 않은 작가의 탁월한 글솜씨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도 별수 없이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구나 하는 깨우침을 준 작품. 막간에 독자에게 작은 웃음을 안겨주는, 각 장을 시작하는 부분에 실린 두세 줄의-썰렁한 듯 하면서도 촌철살인적인- 짧은 유머도 작품의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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