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뱀의 습격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1
던컨 웰러 글.그림, 이병렬 옮김 / 마루벌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닌xx'라는 게임기를 꼽는다고 한다.(우리집도 예외가 아니어서 작은 아이가 TV에서 이 제품 광고를 보고는 사달라고 졸라대곤 한다.) 아이들이 TV 만화영화나 컴퓨터게임, 혹은 게임기에 몰입해 있는 모습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광경이다.

 과학문명의 발달의 소산인 TV, 컴퓨터, 게임기, DMB, MP3 등 각종 기계들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간의 대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눈은 모니터를 향해 있고, 귀는 헤드셋으로 막아버리고, 손은 마우스나 버튼을 조작하기 바쁜 사람들은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우주뱀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눈길을 끄는 이 작품은 컴퓨터, 인터넷, 각종 기기에 빠져 현실 세상, 가족, 이웃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요즘 세태를 풍자한 그림책이라 하겠다.

 소행성 마을 사람들은 자기 소행성에 설치한 '인터펫'이라는 기계를 하루 종일 갖고 노느라 이웃과의 교류가 거의 없다. 인터펫이 '자기만의 우주'인 이 마을 사람들은 인터펫을 할 때 더 행복하고, 사람을 만나면 어찌해야 할지 몰라 하며, 바깥세상을 두려워한다. 거대한 우주뱀이 나타나 소동을 벌이자 공포에 떨던 소행성 사람들은 그 실체를 알게 되자 조롱하고 욕하며 쫓아버린 후 안심한다.
 
 하얀 별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선명한 까만색의 표지 중간 부분에 구멍을 내어 속지 그림의 일부를 보여주는 것이 특색 있다. 우주뱀만 연한 청록색을 부여하고 흑백으로 일관하던 그림은 소녀가 (우주뱀을 몰고 다니던) 작은 벌레를 자기별에 불러 함께 차를 마시는 장면에서 연한 초록색을 부여해 놓았다. 인터펫으로 인해 이웃 간의 교류가 사라진, 삭막한 소행성 마을 풍경과 달리 초록의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이 소행성은 자연이 주는 푸르름과 눈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온기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누군가의 글에 욕설을 늘어놓거나 인신공격성 글로 언쟁을 일삼는 사람, 한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타격을 주는 거짓 소문을 흘리거나 상처 주는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그런 글을 올렸던 사람을 찾아내 보면 평범하고 소심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소행성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거대한 우주뱀의 실체가 나약한 작은 벌레였음이 드러나는 장면을 보며 가면을 쓰고 과격한 글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들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익숙해져서인지 사람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점점 더 어렵게 여겨진다. 그리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글을 쓰고, 물건을 사고, 세상 돌아가는 일을 살피고, 필요한 정보를 찾고, 게임을 하는 등 많은 시간을 컴퓨터에 의존하고 있는 터라 이 그림책을 보며 가슴이 뜨끔해졌다. 속표지 그림의 칠판에 적힌 "물건을 사랑하지 말고 사람을 사랑하세요"라는 문장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 같다.

* 인터펫 - 컴퓨터, 텔레비전, 전화, 비디오, DVD 플레이어, 3D 게임기, MP3, 입체 음향 스피커가 장착되어 있는 만능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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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2-1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점점 더 어렵게 여겨진다. "
저도 이 대목에 공감합니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불편한 사람이 불러내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안 만나려고 버티게 되네요.
며칠 전에는 컴퓨터 없으면 못 살 것 같다는 말까지 했더랍니다.
대상이 몇 살인가요?

2008-02-15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6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