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우산 (양장) 보림 창작 그림책
류재수 지음, 신동일 작곡 / 보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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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우산 하나가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글자 없는 그림책은 언제고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2002년 뉴욕타임즈 올해의 우수 그림책'으로 선정된 류재수씨의 작품.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역동적이면서 힘찬 기상을 담아낸 <백두산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어서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 처음에는 '재미마주'에서 출판되었는데 재출간되면서 (가격도 오르고) 출판사도 바뀌었네그려. -.-

  배경은 비 오는 날의 흐린 날씨를 반영하여 전반적으로 회색을 띠고 있는데 주택과 가게가 늘어서 있는 골목을 지나고, 구름다리를 건너는 동안에 파란 우산, 주황 우산, 초록 우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처럼 밝은 색의 우산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그림은 점차 밝은 색채로 가득 차게 된다. 작가가 이 작품에 담고자 한 것은 그림 자체의 아름다움이며, 다채로운 색의 조화, 그리고 색들의 즐거운 리듬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림책을 보고 있노라면 우산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펼쳐지는 색의 향연에 눈이 즐거워지고 기분 또한 경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산만으로도 비가 오는 상황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지만 다리를 건너는 장면에서는 빗방울이 강물에 떨어져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가는 모습으로 비가 내리고 것을 좀 더 현실감 있게 형상화하였다. 작가는 비가 올 때면 그네 밑에 물이 고이고, 놀이터를 가로질러 물줄기가 흐르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둥근 모양으로 짜 맞춰 놓은 보도블록도 지나고, 철길건널목에서 기차가 지나가길 기다리기도 하고, 횡단보도를 부지런히 건너는 우산들... 우산을 들고 가는 이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지만 조잘대는 아이들이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지막 장면은 우산들이 접힌 모습으로 우산꽂이에 꽂혀 있는 그림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하고 있다.

 어른이 되어서는 비가 올 때면 기분이 가라앉을 때가 많은데, 돌이켜 보니 어렸을 때는 비가 오는 것도 일상에서 누리는 즐거움 중의 하나였던 것 같다. (신발이 젖거나 말거나) 바닥에 고인 물로 장난을 칠 수 있어 신났고 , 예쁜 우산을 쓴다는 자체도 좋았고, 우산을 쓰고 어딘가로 가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이 작품은 그림책만으로도 보는 즐거움을 주는데 총 14개 곡이 들어 있는 CD에 담긴 음악소리를 곁들이니 그 밝고 경쾌함이 더욱 살아나는 것 같다. 잔잔한 듯이 시작했다가 통통 튀는 빗소리를 경쾌한 리듬으로 담아낸 피아노 소리는 비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내용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글자 없는 그림책이라 몇 번을 봐도 늘 새롭고,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고 다시 듣고 싶어지는 피아노 선율이 멋진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사족: '우산'하면 이 동요(우산-윤석중 작사/이계석 작곡)부터 떠올라서인지 책을 보고 있노라면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라는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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