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왕자 - 반양장 동화 보물창고 17
오스카 와일드 지음, 소민영 옮김, 나현정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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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희곡 작가이자 소설가, 그리고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동화 작가였던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9편이 실려 있는 작품.-<행복한 왕자(1888)>와 <석류나무의 집(1892)>을 한 권에 담았음.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행복한 왕자]를 비롯하여 [나이팅게일과 장미], [어린 왕], [별 아이] 등의 작품을 완역본으로 접할 수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속에는 행복, 사랑, 희생, 예술, 우정의 본질과 고결함이 녹아 있으며 자만하는 자나 귀족들의 교만과 허세를 엿볼 수 있다. 

 [행복한 왕자], [욕심쟁이 거인], 이 두 편은 그림책이나 동화책으로 접한 적이 있으나 대충 내용만 알거나 처음 접하는 작품들도 있었다. [나이팅게일과 장미]에서는 인간이 부르짖는 진실한 사랑이란 것이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를 그린 반면, [어부와 영혼]에서는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진실한 사랑의 견고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 왕]은 탐욕, 겉모습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꼬집는 내용으로 사회 비판적인 면을 두드러지게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작가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이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도 그런 쪽에 속하지 않나 싶다. 

 우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헌신적인 친구]를 읽고 있노라면 방앗간 주인의 뻔뻔스러움과 어수룩하게까지 여겨지는 한스의 순박함에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방앗간 주인은 '진정한 친구는 모든 것을 나눠 가져야 한다'고 하면서 가난한 한스에게서 끊임없이 뺏기만 하고, 주지도 않은 손수레에 대한 보답을 강요한다. 말로만 우정의 본질과 미덕을 늘어놓는 방앗간 주인과 우정을 지키기 위해 죽은 한스의 모습이 대비되는 이야기로, 작가는 이 작품 속에서 평론가를 비꼬기도 하고 교훈의 위험성(?)을 언급하여 살짝 웃게 만들기도 한다. 

 그의 동화는 '착한 사람(주인공)은 복을 받아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결말짓는 옛이야기와 다른 점이 더욱 인상적이다.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 한스, 어부 등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사람들에게 버림받거나 죽음에 이르는 등 비극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하지만 그 속에서 아름답게 빛을 발하는 희생의 고결함이 가슴에 와 닿는다. '탐미주의'를 주도한 작가답게 그의 작품 곳곳에는 아름다움이 배여 있다. 행복한 왕자가 남기고 간 보석과 금조각들이 작품 하나하나에 녹아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오스카 와일드가 남긴 동화들을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각 이야기들이 주는 감동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고,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 책을 읽으며 아이가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고민도 되었는데,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다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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