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동동 거미동동 우리시 그림책 1
제주도꼬리따기노래·권윤덕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리 동동 거미 동동~" 운율을 실어서 읽기 좋은, 계속 입에서 맴도는 제목을 단 이 시그림책은 노래하는 것처럼 읽어주기 좋은 작품이다. 어렸을 때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사과, ....,  기차는 빨라~ 빠른 건 비행기..."하는 식으로 말을 이어서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이런 것을 '꼬리따기' 형식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이 작품은 제주도꼬리따기 노래를 권윤덕님이 고쳐 쓰고 그림도 그린 그림책이다.  권윤덕님은 내가 좋아하는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 중의 한 분으로, <만희네 집>이나 <씹지않고꿀꺽벌레는 정말 안 씹어> 같은 작품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이 책도 참 마음에 든다. 

 첫 장면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집 안에 놓인 바구니에서 (삶은) 감자 한 알을 들고 집 밖으로 나온다. 집 벽과 돌담에 걸쳐 쳐진 거미줄과 그 아래 엎드려 있는 하얀 토끼가 눈길을 끄는데 이 토끼는 계속 동무처럼 아이와 함께 다닌다. 본문은 하얀 것은 토끼, 까마귀는 검다, 높은 것은 하늘 등과 같이 사물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딴 짧은 노래말로 이루어져 있다. (본문 예: 나는 것은 까마귀~ 까마귀는 검다~ 검은 것은 바위~) 앞에 언급한 노래와는 조금 다르지만 몇 번 읽어주다 보면 책을 보지 않도록 흥얼거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을 살펴 보면 제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돌담도 등장하고, 하늘처럼 드넓고 푸른 바다와 물질하는 해녀들의 모습도 담았다. 등장하는 인물, 동물, 사물의 눈을 점으로 표현하였는데 한 쪽 눈(점)을 바깥 쪽에 배치하여 입체감을 준 것이 눈길을 끈다. 아이는 토끼와 까마귀와 어깨동무를 하고 걷기도 하고, 높다란 바위 위에 올라 앉았기도 하고, 까마귀의 등에 타고 하늘을 날기도 한다.

노랫말을 따라가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아이가 찾아간 사람, 혹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살짝 가슴이 아려온다. 엄마가 일하러 가 있는 동안 아이는 심심함과 외로움을 자연을 친구 삼아 보내고 있었던 게다. 이처럼 그림 속에 물질 하러 나간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가 바닷가로 엄마를 찾아가 만나서 돌아오는 하루의 일상이 담겨 있다. 텅빈 집을 나서는 아이의 모습,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뒤에 실린 작가의 말에 실린 "너무 슬픈데, 슬프지 않게 슬픔을 그리는 방법"을 배웠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ookJourney 2007-11-02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올려주시는 리뷰들, 잘 보고 있습니다...
전, 얼마 전에 집 근처 도서관에서 <<시리동동 거미동동>> 원화전시회를 보았는데, 참 좋았답니다.

아영엄마 2007-11-03 00:27   좋아요 0 | URL
용이랑슬이랑님~ 반갑습니다. 권윤덕님의 원화를 직접 보셨다니 참 좋으셨겠어요. 도서관 근처 사시는 분들이 참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