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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안의 알약
슈테피 폰 볼프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귄위가 하늘을 찌르던 교회에 의해 마녀 사냥이 행해지던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피임약'을 발명하게 된 한 처녀와 그 일행들이 엮어 가는 여정이 웃음을 선사하는 책. 역사 속의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진지한 역사소설이 아니라 '역사 코미디' 소설이다. 작품 속에 마녀 사냥, 초야권, 페스트 등 역사적인 일들과 상상력을 덧씌운 실존 인물들, 그리고 개성이 넘치는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탈출기가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노처녀에 속하는 18세의 릴리안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중세 시대에서의 여성의 지위는 그야말로 노예 수준에 가까웠는데, 다음 글을 보면 그녀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밭에서 일했고, .... 아버지가 원하기만 한다면 매일 시퍼렇게 멍이 들 정도로 두들겨 패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p.45~46)" 여자라는 이유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해야 했던 시대를 살아가던 릴리안은 체칠리에의 집에서 약초 공부를 하던 중 우연한 발견을 통해 피임약을 만들게 된다. 아이를 원치 않는 여자들의 임신을 막아주는 혁명적인 알약을!! 그러나 릴리안이 알약을 주었던 친구가 남편의 매질에 약에 대해 실토하면서 잡혀가게 되는데....
책을 읽다 보면 마법 행위로 고발 당하는 일이 얼마나 간단한지를 알 수 있다. 꽃을 따는 소녀나 방귀를 계속 끼는 사람도 고발을 당할 수 있고, 이를 부인하면 고문이 행해질 수 있다. 아내에게 정이 떨어진 남편의 말에 의해 화형대에 세워질 수도 있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세상이지 않은가~ 릴리안은 약 때문에 마녀로 지목되어 화형 당할 상황에 처하자 이를 피해 친구들과 함께 마을을 탈출하기로 한다.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마치 종합선물셋트 같은 느낌을 안겨준다. 가업을 잇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형리가 되었지만 자신의 직업을 끔찍히도 싫어하는 베르트람, 온갖 공포증을 창조해내며 늘 두려움에 떠는는 어릿광대 라우렌티우스를 비롯하여 뚱뚱한 시종 브라반투스, 성의 화신이라도 된 것처럼 대놓고 밝혀대는 백작부인, 릴리안이 키우던-400kg이나 나가는 젖소도 나중에 동행하게 된다. 그리고 마르틴 루터, 로빈 훗, 파라켈수스, 보티첼리, 미켈란 젤로와 한 손의 손가락이 여섯 개였다는 헨리 8세의 아내 앤 불린 등과 같이 역사속의 인물도 속속 등장하며, 모비 딕과 에이하브 선장 같이 문학 작품 속의 인물도 등장시켜 이야기의 재미를 높여주고 있다.
원작에서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슈렉(에니매이션)의 여러 등장인물들처럼 엉뚱하고 엽기적이라고나 할까~. 릴리안 일행이 마을을 탈출한 후에 이들과 만나게 되는 상황이나 함께 길을 가며 벌이는 온갖 사건들이 웃음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릴리안만큼이나 재기발랄하고 거침없는 문체가 잠시 이 뜨거운 여름의 무더위를 잊게 해 준다. 본문 뒤의 '이야기의 진실'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내용들 중 사실인 부분을 짚어 놓았으니 참고로 하면 좋을 듯 하다. 별점은 3.5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