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암리를 아십니까 책읽는 가족 53
장경선 지음, 류충렬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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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서로의 문화에 열광하는 이웃 나라이기도 하지만 한 나라의 역사에 무수히 많은, 그리고 깊은 생채기를 남긴 나라이기도 한 일본. 마을 사람들을 교회에 몰아 넣어 죽이고 불 지른 제암리 학살 사건도 그 생채기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에 벌어졌던 '제암리 학살'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동화이다. 가해자 쪽에 속하는 일본 아이의 눈에 비친 모습들을 통해 나라의 독립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민초들의 굳센 의지와 희생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정서를 적절하게 반영한 삽화는 류충렬님의 그림으로, <이지누의 집 이야기>를 통해서 접한 적이 있어서인지 친숙하게 느껴진다.

   나카무라는 나라를 맡아 달라고 떠넘겨 놓고는 이제 와서 나라를 되찾겠다며 만세 운동을 하고, 주재소를 습격하는 등 일본인에게 맞서는 조선인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인두로 사람을 지지고, 총을 쏘아 죽이는 등 만행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지역 일본인 회장인 아버지를 비롯한 동족의 행위 또한 아이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닭싸움터에서 만난 연화에게 마음이 끌린 나카무라는 자신이 들은 정보를 알려주고자 찾아가지만 자신이 일본인임을 숨기기 위해 벙어리인 것처럼 행동한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일본인에게 항거하는 사람들을 잡아 고문을 가하고, 만세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을 교회에 몰아 넣어 총으로 쏘아 죽이고 불을 지르는 만행을 저지른 일본의 잔인성에 치를 떨게 된다. 이 작품은 제암리 학살 이후 '쪽바리'와 '조센징'이라는 단어만큼이나 큰 간극으로 가로막힌 나카무라와 연화의 이별로 끝을 맺는다. 이 둘이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남긴 말이 긴 여운을 남기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목소리들이 미약하기만 한지라 안타깝게 여겨진다.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 선조들이 겪었던 고통과 치욕의 역사가 조금씩 잊혀지고 일본인들에게 항거했던 민초들의 희생도 퇴색되어 가는 것 같다. 

  어른이 되어 책을 통해 종종 역사적인 일들이나 인물에 대해 접할 때면 학창시절에 이런 역사의 한 부분들을 시험 공부를 위해 외웠다 잊어버리는 교과서 내용만으로 여겼던 것이 아쉽게 여겨진다. 우리 아이들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던지거나 희생당한 선조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이런 작품들을 읽으며 역사의 한 부분들을 가슴 깊이 인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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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05-15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아픈 역사는 대할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적 사실을 전해줘야 하기에...
잔잔한 이야기의 흐름속에 민족의 아픔을 제대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