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도토리 쪽빛그림책 1
마쓰나리 마리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도토리와 아이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잔잔한 감동을 담아 전하는 그림책. 도토리가 화자가 되어 아이와 어울려 놀던 시절과 긴 기다림 끝에 어른이 된 아이와 다시 만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코우의 생일 케이크에 장식으로 박혀 있던 도토리 하나.  엉덩이에 토리라는 이름이 적힌 코우의 도토리. 코우의 가방 속에는 도토리가 가득 들어있지만 코우에게 특별한 것은 딱 하나, 자신이 이름을 붙여 준 토리이다. 둘을 늘 함께이다. 달리기 놀이도, 물놀이도 함께 하는데(도토리는 헤엄을 못 치는데 어쩌나~~ ^^;) 그 모습을 보니 좋아하는 물건을 늘 손에 쥐고 다니고-목욕하러 들어갈 때도- 싶어 하는 작은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살며시 웃음이 난다.

 

그런데 어느 날 토리가 가방에서 떨어지면서 이별이 찾아 온다. 수채화의 담백한 느낌과 노랑과 주황이 조화를 이룬 가을 숲 속의 풍경 등 화려한 색감을 보여주는 그림이 글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해가 넘어가느라 세상이 온통 붉게 물든 장면은 하나 뿐인 친구를 잃고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코우의 격랑에 휩싸인 마음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그리고 흰 눈이 내는 겨울과 연초록의 싱그러운 풀밭, 초록이 더해가고 무성해지는 잎 등 세월의 흐름을 그림 속에 담아내고 있다.

 

  눈 내리는 겨울에 보내고 봄이 되어 싹이 돋은 토리는 코우를 보며 반가워하지만 안타깝게도 코우는 토리를 알아보지 못한다. 코우가 기억하는 토리는 엉덩이에 토리란 이름을 쓴 도토리지만 이제 토리는 더 이상 열매가 아닌 나무로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토리는 그 자리에서 늘 코우를 지켜보며 자신을 알아 볼 날을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코우가 그의 이름을 부른다. "토리?"하고...

 

 연예인이 출연자들 중에서 진짜 초등학교 친구를 찾아내는 TV 모 프로그램을 볼 때면 신기한 마음이 든다. 어릴 적 모습이 남아 있어서 일수도 있겠지만 그 친구와 함께 뛰놀던 추억이 가슴에 깊이 남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처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던 건 토리와 코우가 함께 쌓았던 애정과 우정 덕분일 것이다.  나도 오래 전 동네 골목이며 제방길을 함께 뛰놀던 소꿉동무를 다시 만난다면 서로를 알아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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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6 04: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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