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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놀이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72
기무라 유이치 글.초 신타 그림.한수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 하던 동물들이 사람들이 이용하는 물건이 되어 보는 놀이를 한다는 내용으로 <가부와 메이 이야기>의 기무라 유이치가 글을 쓰고 초 신타가 그림을 그렸다. 사람과 산 적이 있는 고양이 노라가 숲 속 동물들에게 제안한 '사람 놀이'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있는 구조물이나 사물이 되어 보는 놀이이다. 우리 아이들이 역할 놀이나 동물 놀이 등을 할 때 그 흉내를 내며 노는 것처럼 여러 동물들이 고양이가 시키는 대로 사람 놀이를 하며 힘들어 하는 모습과 대사를 통해 인간 사회의 일면을 살짝 꼬집고 있다.
초 신타의 그림은 <산 너머는 푸른 바다였다>,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훈이와 고양이>를 통해 접해봤는데, 이번 그림책은 아이가 서툰 솜씨로 물감으로 색칠을 한 듯한 느낌의 대담한 붓질로 각 동물의 신체 특징을 잘 살려낸 점이 돋보인다. 가령 흰색과 검은 색의 줄무늬가 있는 얼룩말은 교차로에 있는 횡단보도가 되어 보고, 긴 목을 지닌 기린은 철도 건널목 차단기 역할을 한다.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는 소는 지리 공부하는데 필요한 지도가 되어 보고, 새는 칼 역할을 하느라 애를 먹는다.
노라는 다른 동물들에게도 이런 저런 역할을 부여하며 신이 나는데, 과연 입 큰 하마는 무슨 역할을 하게 될까? 고양이의 명령에 휘둘리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하마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한바탕 웃게 되는 그림책이다. 책을 덮고 아이와 함께 사물 역할을 하느라 진땀을 뺀 동물들처럼 이런 저런 '사물 놀이'를 해보면 무척 재미있어 할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아이들은 우리가 사는 사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궁금해진다.
사람 놀이를 하는 동물들은 밟히고, 간지럼을 타고,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등 모두 힘들기만 하다. 그리고는 각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아프고, 간지럽고, 맛없고, 창피하고, 무겁고, 피곤하고, 어지럽고, 기분 나쁜 곳’이라고 말한다. 동물들의 판단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몇가지 사물의 역할만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도 가끔씩 사는 곳이 힘들고, 가렵고, 멋없고, 부끄럽고, 혼란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지 않던가. 저자는 우리 사회의 이런 단면을 작품 속에 풍자하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