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12
버지니아 소렌슨 지음, 노경실 옮김 / 내인생의책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의 원제는 "Miracles on Maple Hill"로 도시에 살던 한 가족이 메이플 힐에서 자연의 새로운 면을 경험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쟁에 참가했다 돌아온 군인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장애를 겪는 ''전쟁후유증''을 겪는다고 한다. 참전했다 돌아온 말리의 아버지 역시 전쟁후유증으로 힘들어 하는데 그 때문인지 가족들에게도 툭하면 화를 낸다. 영원히 피곤할 거 같다고 말하는 아빠에게 엄마는 잠시 동안의 전원생활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할머니가 살았던 메이플 힐에 가보자고 한다. 온갖 ''기적''이 일어난다고 믿었던 그 곳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를 알아차리고 옷을 갈아입는 자연은 참으로 신비하고도 아름답다. 앙상한 가지들만 남아 언뜻 죽은 나무인 듯싶어도 봄이 되면 그 가지에 파릇한 새싹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태양빛과 비, 바람의 도움으로 이파리를 자라게 해 울창한 모습을 되찾는다. 풀들도 저마다 향내 나는 아름다운 꽃들을 다투어 피워내고, 다음 세대를 이어갈 씨앗을 품는다. 자연은 그렇게 끝없이 순환하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어 간다. 저자는 이처럼 신비로운 자연의 변화를 ‘기적’이라고 칭하며 작품 속에 그 모습들을 잔잔하게 담아 내고 있다.

붉은 빛이 안개처럼 피어나는 봄.
흰색과 자주색 라일락의 향기가 산들 바람에 실려 파도처럼 밀려오는 여름.
매일 아침 주홍색과 금빛이 빚어내는 가을의 기적은 짧기만 하고,

벌거벗은 나무와 언 땅 위로 눈이 내리고 녹고 다시 내리는 기나긴 겨울이 지나면 다시 어김없이 아름다운 봄이 찾아오는 자연의 모습... 짙푸른 초록과 함께 때로는 형형색색의 화려함으로, 때로는 하얀 빛으로 빛나는 자연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일들을 잠시 잊게 되고 복잡하고 답답했던 정신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자연의 모습은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것...

처음에는 다른 가족들은 주말에 들리기로 하고 아버지만 메이플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이웃인 크리스 아저씨가 산골 생활에 익숙치 않은 아버지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다. 아버지는 자연에서의 삶을 통해 조금씩 마음의 여유와 웃음을 되찾게 된다. 크리스 아저씨는 단풍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으로 시럽을 만드는 일을 하시는데 산골 생활에 익숙치 않은 아버지에게 도움을 많이 주신다. 크리스 아저씨는 말리에게 주말에 올 때면 새로운 ''기적''을 한 가지씩 보여주겠노라고 약속하신다. 그리고 이 곳에서의 생활이 아버지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자 가족 모두가 메이플에 정착하기로 마음 먹는다.

언제고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 한 권 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보이는 건 숲, 호수, 하늘, 동물들뿐이었던 월든 호숫가에서 혼자 보낸 시간들을 반추하며 써 내려간 책 <윌든>이란 작품. 본문에 나오는 "위대한 소로우가 남긴 말-내 집 앞 계단과 저 길 사이에 탐험할 것들이 너무도 많은데 왜 세계를 탐험해야 하는가!-과 난 똑같이 살았어."라는 말은 자연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말리가 메이플에서 겪는 기적 역시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치는 주변의 작은 식물들에게서도 자연의 신비로움을 찾아볼 수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안타깝게도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풍요로움을 간직한 자연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사랑하는 우리네 아이들도 자연의 기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아름답고 소중한 자연을 지켜나가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 작품에 언급되는 식물들이 외국 식물이라 낯선 종류는 어떤 꽃인지 당장은 떠올려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말리가 만끽했던 그 느낌을 공감하기 어려웠던 점이 조금 아쉽게 여겨졌는데 식물에 관한 부분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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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1-2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있어서 신께서 내려주신 4계절을 피부로 느끼는 것은 사람에게 주신 하나의 선물이라 생각이 드네요.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한주가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