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오, 사라시나 그리고 장대익.


주 12
침팬지 암컷의 성기 부풀어오름(sexual swelling)과 인간 여성의 은폐된 배란(concealed ovulation)  

암컷의 성기 주위가 발갛게 부풀어오르는 현상은 침팬제뿐만 아니라 다른 영장류에서도 흔히 관찰된다. 배란기에 가장 크고 선명하게 부풀어오르며 암컷의 성호르몬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침팬지 암컷은왜 이런 식으로 수컷에게 배란기를 선전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설명이 있다. 그중 하나는 암컷이 이런 신호를 보냄으로써 수컷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그런 경쟁으로 말미암아 좋은 유전자 수컷이 자연스럽게 걸러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다른 하나는 이런 현상이 수컷들이 저지르는 영아살해를 줄여주기 때문에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모든 수컷들이 한 암컷의 부푼 성기를 보고 그 기간에 어떻게든 교미를 했다고 치자. 나중에 그 암컷에게서 새끼가 태어나면 그놈이 어떤 수컷의 자식인지가 불분명해진다. 따라서 수컷들은 함부로 그 새끼를 살해하지못할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유독 인간 여성이 배란기를 선전하지 않는다. 이를 흔히 ‘은폐된 배란‘이라고 부르는데 많은 학자들은 이런 현상과 인간의 결속의 기원을 연관지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인간만이 배란을 은폐하는 쪽으로 진화했을까? 가장 유력한 설명에 따르면 배란 은폐는 부권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었기 때문에 진화했다. 예컨대, 배란 문제는 여성으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남성을 지속적으로 자신 곁에 묶어둠으로써 그 남성이 다른 여성을 찾아다니지 못하게 만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경쟁 남성들에게도 배란 시기를 가르쳐주지 않음으로써 그 남성이 자신의 부권을 확신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른 영장류 동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숙한 상태의 아기를 낳아 기르는 인간에게는 짝 결속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여성의 배란 은폐는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여겨진다. 영장류의 성을 종합적으로 비교·정리해놓은 책으로는 Primate Sexuality: Comparative Studies of the Prosimians, Monkeys, Apes,
and Humans (Dixon, A. F., 1999)가 있다. 역자 주 - P3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부 동물들은 정치 공동체에 기여했으므로 추가로 권리를요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군견이나 경찰견, 치료 동물 등 서비스 동물service animals 이나 실험동물 등을 들 수 있다. 일부 국가나 사회에서는이들에게 은퇴 연령이나 노동시간, 은퇴 후 입양 규정 등을 정한다. 이동물들은 이론의 여지 없이 사회에 복무하기 때문이다.
71 - P341

캐나다 퀸스대학의 동물권 철학자 수 도널드슨sue Donaldson과 월 킴리커Wilt Kymlicka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주폴리스‘zoopolis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여기서 ‘주 200는 동물을 뜻하고, ‘폴리스‘polis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즉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치 공동체를 의미한다. 두 학자는 민주주의라는 원칙으로 인간과 동물을 아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주폴리스는 인간과 동물이 모두 속한 ‘동물 정치 공동체다두 학자는 "동물 운동은 난관에 봉착했다"는 문장으로 『주폴리스』를 시작한다. 동물복지, 동물 권리, 생태학 이론이 더는 운동에 활력을불어넣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인은 정치적인 기획이 없다는 데 있다. 고통에 기반한 이론들은 ‘공장식 축산 반대‘라는 대문자 정치나 ‘채식‘으로 끝나는 개인적 윤리 지침에서 멈춰버리고 만다. 학계에서는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철학, 지리학, 인류학에서 만개하고 있지만, 정치학에서 여전히 동물은 소외된 주제다. 우리가동물을 다룰 때 돌봄을 받는 대상, 해방이 되어야 할 ‘수동적 객체‘로만여길 뿐 우리 사회를 이루는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이라고 생각지 않기때문이다. - P342

우선 두 학자는 모든 동물에게 보편적 기본권이 있다고 말한다. 보호자로부터 버림받지 않을 권리,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서식지를 침범당하지 않을 권리 같은 것들 말이다. 전통적인 동물권 이론과 동물 운동이 요구했던 바다. 그리고 동물을 세 범주로 나누어 각자의 개별권이 있고 이에 따라 대우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반려동물 및 농장동물을 포함한 ‘길들인 동물‘domesticated animals, 야생 영역을 지키며 제기준에 따라 사는 ‘야생동물‘wild animals, 인간 거주지에서 문화와 야생의경계에 사는 길고양이, 다람쥐, 비둘기 등 ‘경계동물‘timinal animals에게는각기 구분되는 정치적 권리가 있다. 요약하자면, 길들인 동물에게는 시민권을, 야생동물에게는 자치권을, 경계동물에게는 거주권을 부여해야한다는 주장이다" - P3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첫 번째 단계에서 나타난 위아래로 뛰거나 소리지르고 위협하는 행동은 ‘사회적 행동‘이었다. 거울 속의 침팬지를 다른 누군가로 생각한것이다. 반면, 두 번째 단계에서 나타난 행동은 ‘자기인식 행동‘이었다.
겨울 속의 침팬지가 자기라고 생각한 것이다.
갤럽 교수는 침팬지가 ‘자기인식‘을 할 줄 안다는 것을 명확히 하기위해 2차 실험(마킹 테스트)에 들어갔다. 그는 침팬지들을 마취시킨 뒤,
눈썹과 귀 위에 빨간 물감을 칠했다. 거울 앞에 선 침팬지는 이젠 어떤반응을 보일까? 침팬지는 거울 속의 자신을 기억했다. 그리고 빨갛게표시된 눈썹과 귀를 만지고 긁어 댔다. 침팬지는 거울을 도구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침팬지가 본 건 자신임이 확실했다. 자신을 타자(거울)의눈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자의식이 있다는 것이었다.
1970년 갤럽 교수는 이러한 실험 결과를 저명한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에 ‘침팬지 : 자의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과학계는 물론 미디어가 들썩인 건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당시만 해도 ‘동물은 감정과의식, 마음이 없는 단순한 기계일 뿐‘이라는 데카르트의 주장이 학계 전반에 퍼져 있을 때였다. 거울 실험은 동물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바냈다. 지금은 동물이 어떤 형태든 인간의 자의식과 비슷한 정신 작용을한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아졌고, 최근에는 유인원과 코끼리, 돌고래 등거울 실험을 통과한 동물은 ‘비인간인격체"conhuman person 라고 주장하면서 동물원 전시·감금과 동물실험 등을 금지해야 한다며 이들의 신체적권리를 주장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갤럽 교수의 거울 실험은 지금까지2,500회 이상 논문에 인용된 ‘세기의 실험‘ 중 하나로 꼽힌다. - P314

최근에는 미국의 변호사 스티븐 와이즈가 이끄는 비인간 관리프로젝트 NhRP, Nonhuman Rights Project가 비인간인격체 운동의 중심에 서 있다. 스티븐 와이즈는 동물행동학자 도널드 그리핀의 논의를 발전시켜 동물을분류했다. 그에 따르면 욕망이 있고,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고, 그런 자신을 인식하는 자율적 의식을 가진 게 100퍼센트 확실하다면, 그 중의자율성 지수AutonomyValue는 1이다. 이런 의식이 전혀 없는 게 확실하다면0이고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는 0.5이다.
이를 이용해 와이즈는 동물을 네 가지로 나누었다. 제1 범주는 0.9이상으로 자의식의 존재 여부를 알아보는 거울 실험을 통과한 동물이다.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돌고래, 코끼리 등이다. 제2범주는 0.5 초과 0.9 미만인 동물이다. 고차원적인 자의식은 없지만 의사소통과 사고가 가능하며, 인지능력이 있다.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어류 등이 속한다. 그리고 우리가 의식의 존재 여부를 당분간 알 수 없는 동물을 제3법주(0.5)로, 자극에 단순히 반응하는 종을 제4범주(0.5 미만)로 묶었다."
비인간권리프로젝트는 유인원, 코끼리, 고래, 돌고래 등 비인간동물을 자연인이나 법인과 같은 법률상 권리주체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신체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동물의법적 지위 변경을 통해 비인간인격체의 전시·공연 금지, 동물실험 금지등을 노린다. - P3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일스가 여키스영장류연구센터로 찬텍을 만나러 갔을 때, 찬텍은미동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찬텍이 수화로 말했다.
"엄마 린, 차에 가자 집에 가자."
그녀는 찬텍에게 아프냐고 물어보았다.
찬텍은 "아프다" hurt 라고 대답했다.
"어디가 아프니?"
찬텍은 "마음"feelings 이라고 대답했다."

타자에 대한 환대가 혐오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얼마 뒤 존 트림피인문사회대학 학장은 ‘찬텍 프로젝트‘의 종결을선언한다. 그는 이 결정이 습격 사건과 관련이 없다면서도 "찬텍의 몸집이 너무 커지고 빨라져, (찬텍을 위해) 증축하려고 하는 시설 또한 적당하지 않을 것 같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보건원NH, 국립과학재단NSF 지원하는 연구 프로젝트였다. 마일스는 반대했지만 결정권이 없었다.
이 사건 뒤 찬텍은 채터누가를 떠나야 했다. 찬텍은 다시 그가 태어난 감옥 같은 케이지로 돌아갔다. 마일스가 찬텍과 함께 산 지 8년째 - P302

어떻게 보면, 찬텍은 괴물이었다. 인간도 아닌 오랑우탄도 아닌, 반인반수, 인류학계에 휘몰아친 1960~1970년대의 수화 연구 열풍은 이런 유인원을 열 마리 이상 탄생시켰다.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은 네댓 살만 되면 인간 어른보다 훨씬 센 힘을 갖는다. 화가 나서 생긴 약간의 완력에도 사람은 크게 다칠 수 있다. 그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과학자들은 그들을 집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버렸다. 말하는 유인원들은 어정쩡한 삶을 살다가 지금 연구실의 좁은 시멘트 방에서, 동물 보호소에서 아픈 과거를 삼키며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 P3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민주의는 원주민의 몸에도 흐르지만, 동물의 몸에도 흐른다.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원주민과 아메리카들소와 늑대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원주민과 사자와의 관계를 분석하면 이들의 신체를 식민주의가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구 생태계의 지배계급은원주민과 동물의 삶터를 점령하고, 그들을 계몽해야 할 야만으로 치부하며, 그들의 몸을 자신의 정치체제에 복속시킨다.
사실 짐바브웨 사자를 멸종 위기에 빠뜨린 건 영국 제국주의다. 제국주의는 아프리카의 사자를 비롯해 코끼리, 침팬지, 고릴라를 잡아 동 - P277

물원에 처넣거나 박제해 서재, 박물관의 진열장 안에 넣었다. 동물들은그렇게 멸종 위기의 나락에 빠졌다. 그런데 이제 와서 영국의 연구기관이 황제의 사자에게 GPS를 달고 서구의 언론이 앞장서 야생동물 보전을 설파한다. 사자 세실도 영국 식민주의자 세실 로즈의 이름을 따왔다.
그는 남아프리카를 통치하던 식민지 관료였으며, 짐바브웨에서 다이아몬드를 채광하는 사업가였다. 만약 일본인 연구자들이 지리산 반달곰에 ‘이토 히로부미‘라는 이름을 붙이고 GPS를 달아 실시간으로 관찰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분개할 것이다. - P278

아프리카 야생에 대한 지배는 식민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 바뀌었다고 댄 브로킹턴은 말한다. 식민지 시절 닥치는 대로 사자를 잡아들였다면, 지금은 쿼터를 주고 사냥허가권을 판다. 보전의 외피를 둘러쓰고이윤을 창출한다. 놀라지 마시라. 주류 학자들은 스포츠 사냥이 야생 보전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기준에서는 진보적으로 보이는 세계자연기금도 스포츠 사냥을 반대하지 않는다. 옥스퍼드대학 야생 보전팀조차도 ‘지속가능한‘ 스포츠 사냥을 주장하는 미국의 이익 단체 ‘댈러스사파리클럽‘에서 일부 후원을 받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외국인 갑부에게 사냥 허가권을 주고 번 돈은 가난한 아프리카 경제에 기여한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여기에 대체로 수긍한다. 정부는 토지 소유주에게 자신의 땅을 민간 사파리로 바꾸도록 권장한다. 짐바브웨에서는야생동물의 경쟁자인 가축의 방목지 27만 제곱킬로미터가 민간 사파리로 바뀌었다. 귀족 사냥 여행의 주 고객은 미국과 유럽 등 옛 제국주의나라의 갑부들이다. 짐바브웨는 독립했지만 잡혀가는 동물, 잡아가는 인간은 달라지지 않았다. - P2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