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주의는 원주민의 몸에도 흐르지만, 동물의 몸에도 흐른다.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원주민과 아메리카들소와 늑대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원주민과 사자와의 관계를 분석하면 이들의 신체를 식민주의가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구 생태계의 지배계급은원주민과 동물의 삶터를 점령하고, 그들을 계몽해야 할 야만으로 치부하며, 그들의 몸을 자신의 정치체제에 복속시킨다.
사실 짐바브웨 사자를 멸종 위기에 빠뜨린 건 영국 제국주의다. 제국주의는 아프리카의 사자를 비롯해 코끼리, 침팬지, 고릴라를 잡아 동 - P277

물원에 처넣거나 박제해 서재, 박물관의 진열장 안에 넣었다. 동물들은그렇게 멸종 위기의 나락에 빠졌다. 그런데 이제 와서 영국의 연구기관이 황제의 사자에게 GPS를 달고 서구의 언론이 앞장서 야생동물 보전을 설파한다. 사자 세실도 영국 식민주의자 세실 로즈의 이름을 따왔다.
그는 남아프리카를 통치하던 식민지 관료였으며, 짐바브웨에서 다이아몬드를 채광하는 사업가였다. 만약 일본인 연구자들이 지리산 반달곰에 ‘이토 히로부미‘라는 이름을 붙이고 GPS를 달아 실시간으로 관찰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분개할 것이다. - P278

아프리카 야생에 대한 지배는 식민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 바뀌었다고 댄 브로킹턴은 말한다. 식민지 시절 닥치는 대로 사자를 잡아들였다면, 지금은 쿼터를 주고 사냥허가권을 판다. 보전의 외피를 둘러쓰고이윤을 창출한다. 놀라지 마시라. 주류 학자들은 스포츠 사냥이 야생 보전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기준에서는 진보적으로 보이는 세계자연기금도 스포츠 사냥을 반대하지 않는다. 옥스퍼드대학 야생 보전팀조차도 ‘지속가능한‘ 스포츠 사냥을 주장하는 미국의 이익 단체 ‘댈러스사파리클럽‘에서 일부 후원을 받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외국인 갑부에게 사냥 허가권을 주고 번 돈은 가난한 아프리카 경제에 기여한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여기에 대체로 수긍한다. 정부는 토지 소유주에게 자신의 땅을 민간 사파리로 바꾸도록 권장한다. 짐바브웨에서는야생동물의 경쟁자인 가축의 방목지 27만 제곱킬로미터가 민간 사파리로 바뀌었다. 귀족 사냥 여행의 주 고객은 미국과 유럽 등 옛 제국주의나라의 갑부들이다. 짐바브웨는 독립했지만 잡혀가는 동물, 잡아가는 인간은 달라지지 않았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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