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두 시장 모두를 관련시장으로 인정할 경우 양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충분한 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행위자가 시장지배저 지위를 갖는 시장만을 관련시장으로 인정할 경우 경쟁당국이나 법원의 관심이 이 시장 내에서 벌어지는 일에 모아지고, 소위 ‘관련시장 밖‘에 있는 다른 시장에서 일어나는일에 대하여는 응분의 법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을 우려가 있기때문이다. - P119

첫째,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경쟁법 집행의 강화에 반대하는 견해가 있다. 이들은 (1) 데이터 독과점 사업자들이 활동하는 시장은 급격한 혁신이 일어나는 역동적 시장이라 이들의 시장지배력은 공고하지 못하며, (ii) 간접적 네트워크 외부효과나 멀티호밍의 관행 등이 이들의 시장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iii) 이들이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와 배타적거래 등 문제된 관행들은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며, (iv) 유럽위원회의 구글 검색엔진 심결 등은 문제된 관행의 반경쟁적 효과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으며 - P38

첫째, 다면시장의 간접적 네트워크 외부효과는 경쟁압력을 증대시켜 시장지배력을 약화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진입장벽을 높이고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을 저지할 수도 있다.
특히 강력한 간접적 네트워크 외부효과가 존재하는 경우 (i) 한 면에서의 지배력이 다른 면에서의 위반행위를 뒷받침하거나, (ii) 지배력을 보유한면에서 발생한 위반행위의 효과가 다른 면에 미치는 등의 방식으로, 한 면에서의 지배력이 다른 면에서의 지배력을 확대시킬 수 있다.

둘째, 멀티호밍이나 싱글호밍의 관행이 존재한다 사실만으로는시장지배력의 존부를 단정지을 수 없으며, 시장의 한 면에서 이용자들이 오직 하나의 플랫폼에만 가입할 경우 경쟁적 병목이 발생할 수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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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논의 끝에 그들은 우선 간단한 일을 한 가지 해 보기로 하고, 그해 3월 9일의 『시 잇 나우』 프로그램에서 매카시 특집을 마련했다. 시작·중간·마지막 세 군데에서 진행자 머로가 카메라를 향해 멘트한 것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매카시 상원의원의 영상이었다. 그들은 매카시가 상원 청문회에서 다른 사람을 고발한 발언들을 함께 편집해 시청자들에게 그가 다양한 이들에게 반복해서 “당신은 어떠어떠한 짓을 했기 때문에 국가를 배반한 거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렇게 연이어 매카시의 고발 장면이 나온 뒤, 프로그램 말미에서 머로는 “고발이 곧 사실은 아닙니다.”라고 핵심을 이야기했다. 고발은 사실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 <인생과의 대결 : 헤밍웨이 읽는 법>,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aP9BdfEicWAhsuuh7

3월 9일에 1부가, 일주일 뒤인 3월 16일에 똑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2부가 방송되었다. 방송의 효과는 머로 등이 맨 처음 기대하고 상상했던 것을 훌쩍 뛰어넘었다 - <인생과의 대결 : 헤밍웨이 읽는 법>,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iH6nx4XFqHjqVeoc8

절대다수의 미국인은 신문이나 라디오를 통해, 아니면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 매카시와 그의 청문회에 관해 알고 있었다. 실제로 상원 청문회에 가서 매카시가 어떤 인물인지, 어떤 어조로 말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다그치고, 욕하고, 모욕하는지 경험한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또 매카시가 득의양양하게 ‘공산당원’과 ‘스파이’를 색출할 때 그가 들고 있는 증거가 얼마나 빈약한지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었다. - <인생과의 대결 : 헤밍웨이 읽는 법>,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w2rFkDnzSi9yNude6

있는 그대로 매카시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 주었을 뿐인데도 그의 말투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리는 고발 방식은 아니나 다를까 미국 사회에 큰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상황이 역전되어 매카시를 비판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 <인생과의 대결 : 헤밍웨이 읽는 법>,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eQ4cBq47rkp5tzZi6

4월 6일, 매카시는 『시 잇 나우』에 출연해 머로의 인터뷰에 응했다. 생방송 중에 매카시는 금세 자제력을 잃고 청문회에서의 언행을 고스란히 재연하기 시작했다. 그는 “머로, 나는 당신이 누구, 누구, 누구와 가깝게 지내는지 알고 있소. 내 수중에 당신이 선량하고 정상적인 미국 시민이 아니라는 증거가 있단 말이오.”라고 했지만 머로가 증거를 내놓아 보라고 따지자 말을 빙빙 돌리며 험악한 어조로 고발만 반복했다.

수많은 사람이 매카시의 진면모를 목격한 덕분에 미국 사회는 금세 ‘매카시즘’의 집단 히스테리에서 깨어났다 - <인생과의 대결 : 헤밍웨이 읽는 법>,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HjyK4JDJ9fqoKM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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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민중의 감수성을 조작해 그들이 박해받은 과정을 잊고 미국 자본이 가져다준 발전에만 주목하게 한 일의 또 다른 포인트는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한 것이다. 사회의 집단기억 조작은 20세기 통치 기술의 거대한 진전이었다. 20세기 이전에는 아무리 사납고 잔인한 폭군도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하는 능력까지는 갖지 못했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와 새로운 전체주의 정권이 그것을 완성했고, 사실상 감각과 기억을 통제한 그 기술 체계야말로 전체주의를 전체주의로 만든 관건이었다.

통치자가 국가의 힘으로 공동의 경험과 기억을 지움으로써 분명히 일어났던 사건을 모두가 잊게 되었다. 남들이 다 잊었기 때문에 아직 기억하는 사람들까지 덩달아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게 되었다. - <이야기를 위한 삶>, 양자오 저/김택규 역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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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오늘 밖에 나갔다 갑자기 발을 헛디뎌 구덩이에 빠지는 바람에 머리가 깨져 피가 철철 났다면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런 일을 당한 거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독교 신학의 시각에서 보면 안타깝게도 그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왜냐하면 그는 인간이고 그의 선조가 하느님에게 거역해 쫓겨나는 바람에 죄인의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살다가 어떤 일을 당해도 결코 무고한 게 아니다 - <이야기를 위한 삶>, 양자오 저/김택규 역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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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예수가 세상에 내려와 길을 가다 바위에 깔렸는데 그것을 눈치 챈 사람도 구해 주는 사람도 없어 고통 속에 죽었다면, 그것도 죄 없이 수난당한 것이지만 어떻게 의미가 같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보면 예수가 수난당한 것의 포인트는 ‘민중과 민중의 해방을 위해 죄 없이 수난당한’ 데 있지 그저 ‘죄 없이 수난당한’ 데 있지 않다.

해방신학의 이론적 출발점은 예수가 죄 없이 수난당한 일을 ‘역사화’한 것이다. - <이야기를 위한 삶>, 양자오 저/김택규 역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fWsLHz4cxeYJFvtJ8

그전의 신앙은 예수가 죄 없이 수난당한 것에 집중하는 동시에 예수를 믿는 사람은 미래에 구원을 얻어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예수의 부활을 어떤 증명의 수단으로 간주하면서 예수가 정말로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사람들이 믿게 했다. 인류의 경험에서 인간의 힘으로 넘어설 수 없는 절대적 경험은 바로 죽음이며, 예수는 부활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결코 같지 않음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더 이야기할 게 뭐가 있겠는가? 부활은 예수가 확실히 하느님이 보낸 존재라는 것을 증명했다 - <이야기를 위한 삶>, 양자오 저/김택규 역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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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신학의 새로운 서술에 따르면 예수의 부활은 세상에 대한 그의 사랑과 아쉬움을 선명하게 드러낸 데에 의의가 있다. 예수는 다른 방식으로, 예컨대 하늘을 날거나 큰불로 성을 불태우는 식으로 자신의 초월적인 정체성을 증명하는 대신 자신을 불의하게 대하고 못 박아 죽인 이 세상에서 부활하는 쪽을 택했다. 이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예수는 분명 이 세상에서 대단히 굴욕적인 대우를 받았는데! 그는 충분히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는 쪽을 택할 수도 있었다. 이 세상은 그가 결코 재림하고 싶지 않은 곳이 돼야 마땅했다. 그는 하느님의 아들인데도 여기에서 오해받고 고통받고 수치스러운 방식으로 도둑 사이에서 못 박혀 죽었다. 따라서 이 세상을 사무치게 증오할 수도 있었다.

예수의 부활은 그의 박애를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세상에서 그가 해방을 추구했음을 보여 준다. 그 해방은 머나먼 하느님 나라의 행복보다 인간의 나라에서 행하는 실천과 관련이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예수가 이 세상에서 부활할 이유가 없었다 - <이야기를 위한 삶>, 양자오 저/김택규 역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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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간이 진정으로 돌아가야 할 곳은 눈앞에 있는 인간의 나라가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라고 설명했다. 하느님의 나라와 비교하면 인간의 나라는 부차적이고 공허하고 속되고 타락한 곳이며, 인간의 나라에서 벗어나야만 비로소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해방신학은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환멸에서 비롯된 새로운 사유였다. 그러한 사유 방향의 대전환은 당연히 흐루쇼프의 스탈린 체제 비판으로 소련의 기존 이미지가 와해된 것과 관련이 있었다. 해방신학의 핵심 의의는 가톨릭 신앙의 기본 가치를 새로 쓴 데 있었으며, 해방신학이 동원한 주요 수단은 예수그리스도의 이야기를 고쳐 쓰고 다시 쓴 것이었다. - <이야기를 위한 삶>, 양자오 저/김택규 역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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