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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 서점

/ 강은교

 

제7회 서정시학작품상

 

 

아마도 너는 거기서

희푸른 나무 간판에 생(生)이라는 글자가 발돋움하고 서서 저녁 별빛을 만지는 것을 볼 것이다.

 

글자 뒤에선 비탈이 빼꼼이 입술을 내밀 것이다

혹은 꿈길이 금빛 머리칼을 팔락일 것이다

 

잘 안 열리는 문을 두 손으로 밀고 들어오면

헌 책장을 밟고 선 문턱이 세상의 온갖 무게를 받아안고 낑낑거리고 있는 것을 볼 것이다

 

구불거리는 계단으로 다가서면

눈시울들이 너를 향해 쭈삣쭈삣 내려올 것이다.

 

그 꼭대기에 겁에 질린 듯 새하얘진 얼굴로 밑을 내려다 보고 있는 철쭉 한그루

 

아마도 너는 그 때

사람들이 수첩처럼 조심히 벼랑들을 꺼내 탁자에 얹는 것을 볼 것이다

꽃잎 밑 나 닮은 의자 위엔 연분홍 그늘들이 웅성이며 내려앉을 것이고,

 

아, 거길 아는가

꿈길이 벼랑의 속마음에 깃을 대고

가슴이 진자줏빛 오미자차처럼 끓고 있는 그곳을

남몰래 눈시울을 닦는, 너울대는 옷소매들, 돛들을, 떠 있는 배들을

배들은 오늘 어딘가 아름다운 항구로 떠날 것이다

 

http://news.donga.com/3/03/20141127/68198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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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  김용택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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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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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옛 그림읽기의 즐거움 1에서 다루고 있는 12폭의 옛 그림들.

<달마상>, <고사관수도>, <몽유도원도>, <자화상>, <주상관매도>, <진단타려도>, <세한도>, <동자견려도>, <씨름>, <무동>, <설송도>, <인왕제색도>

각각의 한 폭들에 얽힌 이야기, 화가, 그리고 그림 속 설명들이 주옥같다.

<달마상>의 붓을 그린 순서를 보여주는 것에 따라 눈으로 따라가니 그럴듯 싶다.

<자화상>에선 지워져 날라간 옷과 귀 등에 대한 얘기도 흥미롭다.

<진단타려도>를 통해 당시 선한 왕의 등장에 기뻐하는 맘을 그림으로 담았다는 것도 재미지다.

<세한도>에 얽힌 스승과 제자의 서신교류와 그 정이 듬뿍 느껴지는 것도 남다르다.

<씨름>에 담긴 인물들의 각기 표정들과 태도 설명은 압권이 아닐 수 없다.

<인왕제색도>는 오랜 글과 그림의 친구인 사천 이병연의 회복을 기리는 겸재 정선의 간절한 바람이 실린 그림일 것이라고 한다.

 

그림 속에 자연 사물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시대에 대한 회한과 이상향에 대한 바라는 것 등이 있다고 하니, 진정 옛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는 말이 이해가 간다.

 

이번 책은 그림을 읽어내고자 오랫동안 관찰하며, 그 즐거움을 누리면서 이를 고스란히 전달해주려한 저자의 마음이 가득 느껴지는 책이다. 2권도 사서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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