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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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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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는 수많은 20세기 지도자들이 등장한다.

 

이중 장제스, 마오쩌뚱, 장칭과 더불어 등장하는 인물이 쑹메이링인데,

장제스(장개석)의 부인 쑹메이링(송미령)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네.

 

그녀의 안니들과 그녀의 각기 다른 삶. 그리고 대만에서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력에 대해 누군가 정리한 글을 보니, 오즐리스 노블리제라는 말이 생각나는구나.

미국에 살면서 감리교목사였던

송가수의 딸들...

권력과 결혼한 송미령,

돈과 결혼한 송애령

조국과 결혼한 송경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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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의 아버지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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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상상력사전을 쓸 정도로 엄청난 상상력의 소설가라고 인정해.

그의 소설 '나무', '개미', '개미혁명', '신, '피피용' 등  어떤 소설이나 그의 저작이면, 우리나라 도서시장에 나오다마자 언제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오곤 해왔지. 탄탄한 한국 팬층을 두고 있는 프랑스 작가. 외모가 어찌보면 알베르 보통 씨랑 비슷하더군. 탈모증. ^ ^

파피용에선 지구의 멸망으로 탈출하는 우주선 타고 간 두 남녀가 결국은 새별을 찾아 도착한 곳에서 인류 기원을 이뤄가는데 그곳이 다시 지구라는 설정이더라.

아마도 이 '아버지들의 아버지'의 후속작이란 생각이 드네.

 

빠진고리라는 제목의1권에서 살해된 과학자 피에르 아비제앙이 발견했다는 그 고리가 결국은 돼지와 원숭이의 교배종이군.

 

진화론도 창조론도 둘다 신앙에 기초하고 있어. 지희가 지지하고픈 우주기원설 역시.... 근데 그 신앙에 바탕한 인생관에는 크나큰 간극이 이루어진다는 거지. 진화론은 도덕주의를 갖고 갈 수 없고 경쟁과 인동차별을 낳을 수 있다고 소설에서도 밝히고 있더구나. 라마르크의 용불용설도 멘델이 발견한 후천적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것에 위배되지. 우주에서 날라왔을 거라는 운석설도 최초의 근원에 대해선 입을 다물 수밖에 없고 밀이야.

 

나는 비행기에서 만난 그 신부님의 논조를 동조한단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을 창조하시니라.'라는 말씀을 믿는 것. 그리고 육체로 오셨던 예수님도 창조주이었다란 사실을 믿고 있고. 크리스찬이라 글 믿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게 훨씬더 설득력이 크다고 생각해. 갈릴레오 얘기처럼 오늘날엔 이리 주장하는게 갈릴레오스럽다고 할지라도 말이야.

 

이 책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의문을 추적한 소설로 정말 수작이라고 보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온갖 허구 속을 헤매는 한 소설가의 공상과학소설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야. 추리소설을 보듯 따라가는 흥미가 있더구나.

 

원시시대의 '나'가 하이에나에게 쫓기는 장면, 암컷과 교배하다가 또다른 수컷과 격투하는 장면, 동굴속 뱀의 또아리 속에서 아가리를 찢어놓는 장면, 하마를 잡으려다가 암사자에게 당하는 장면 등 야생 속 원시인류의 생존기에 대한 상상력도 멋지더라.

 

한편 사육장과 도살장에서 동물들이 사육되고 도살되는 묘사는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 내용을 연상하게 했어. 속에서 울렁증이 도지더구나. 이런 것 알면 고기 못먹을 듯싶어. 아무튼 나도 2권까지 착실히 읽어볼게.

 

1999년 낸 책이니 벌써 15년이나 전에 쓴 거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정말 멋진 친구야.

 

집마다 지은 이가 있으니 만물을 지으신 이는 하나님이시라 (히브리서 3장 4절)

 

■ 등장인물

피에르 아제비앙 : 인류진화를 찾아서 빠진고리를 발견했다고 하지만 살해됨.
뤼크레스 넴로드 : [르 게퇴르 모데론] 언론사의 수습 여기자
크리스티안 테나르디에 : 사회부장(여자)
프랑크 고티에 : 과학부장, 사회부원
막심 보지라르
플로랑 펠리그니 : 범죄문제 전문 기자
클로틸드 플랑카오에트 : 환경문제 전문 여기자
기슬랭 베르주롱
케빈 아버트볼 : 전천후기자
이지도르 카첸버그 : 저수탑에 은둔한 기자 출신의 작가
샌드슨 교수 : 천문학자, 아제비앙 살해함
콩라드 교수 : 파기자연사박물관 동물원과 원숭이 책임자
솔랑주 반리스베트 박사 : 아제비앙의 정부. 원숭이 조련사. [미모사병원] 외과의사
소피 엘뤼앙 : 아제비앙의 전 부인, 엘뤼앙 회사의 사장
뤼시엥 엘뤼앙 : 식품가공 기술자
아네스 : 소피 알뤼앙의 여비서
제임스 멕로린 : 은고롱고로 국립공원 고생물학자

하이에나

나의 동생 : 하이에나에게 먹힘
암컷
다른 수컷 :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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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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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옛그림읽기의 즐거움 2'에서 첫 그림은
단원 김홍도가 그린 송하맹호도이다.

 

호랑이 그림위 소나무에 있는 굵은 붓질은 이유가 있었다.
호랑이가 소나무에 남기는 영역표시를 그려넣은 것이란다.

이를 호랑이 전문가인 임순남씨를 만나서 캐내었다고 한다.

그림 한점에 대한 강렬한 집착과 해석을 해낸 오주석선생님의 집념이 존경스럽다. ^ ^

또한 이렇게 표현을 해낸 단원 김홍도,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신비스럽다.

 

아래는 관련 블로그 :
KBS 명작스캔들 *송하맹호도(단원檀園 김홍도)*회화 임순남 생태학 감수 

http://m.blog.daum.net/tigercamp/93

 

두번째로 소개한 단원의 그림은 '마상청앵도'. 선비의 뒷 여백이 시원하게 느껴지고, 꾀꼬리 소리에 올려다보는 선비와 시종의 시선처리도 재미지다. 길과 버들나무의 가지와 싯구가 이루는 약간의 사선처리 또한 그림에 통일성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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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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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대표단편소설인 '대성당' 12편을 다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을 번역한 김연수 작가의 마지막 후기가 제일 좋았단다.

이 소설에 대해서 알게 된 건, 작년 세월호 사건때, 빨간책방 이동진씨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소설 전문을 낭독해 주어서 알게 되었어. 그리고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 사두었다가 이제서야 출퇴근시에 오고가면서 완독을 하게 되었어.

 

레이먼드 카버를 기리는 듯한 영화 '버드맨'은 올해 아카데미상 4관왕(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각본상)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영화 처음에 레이먼드 카버의 시로 시작하고 있고, 영화에서 나오는 연극은 이 작가의 소설인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이란 작품이다.

한번의 끊김도 없이 화면을 계속 따라가는 롱테이크 카메라 수법이 매우 특징적이었다.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 등 배우들의 열연이 인상깊었다. 내면의 버드맨과의 자신과의 내적인 갈등들, 그리고 연극과 현실을 구분없이 연기해내는 배우 등... 마지막 장면에서 리건 톰슨이 창문으로 나가서 버드맨이 되어 하늘로 날아간 것인지 조금 궁금하기도 하더군. 딸의 시각으로만 처리되어 있기 때문에...

 

한편 영화의 배우 삶은 마치 레이먼드 카버가 가난, 알콜중독, 가정불화, 이혼 등으로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45세 이후 전미도서상 후보,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는 등 재기하는 삶을 살다가 재혼을 하고, 그해 50세에 폐암으로 죽는 것과 많이 오버랩이 되더군.

 

소설집에서 작가는 소통의 단절 속에 살아가는 삶,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위안과 구원을 가져다주는 것은 '신경써서'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 역할로 등장하는 인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는 빵집 주인, [열]에서는 웹스터 부인, [대성당]에서는 맹인인 로버트이다.

귀를 달고 있지만, 듣지 않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과의 만남이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인간관계이다. 그것이 집의 부부관계이건, 타인과의 관계이건 말이다.

알콜 중독으로 인해 보호시설에도 들락거린 경험을 살려서 작가는 아내와 떨어져서 살거나(신경써서, 내가 전화를 거는 곳), 때로는 잠시 남의 집을 빌려서 살거나(셰프의 집) 하는 남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소설속 남편들은 실직하여 소파에서 뭉개면서 TV만 보고 있거나(보존, 비타민, 굴레) 한다.

떨어진 자식이 보고파서 찾아가지만, 만나기 부담스런 맘에 돌아서기도 한다(칸막이 객실). 아내와는 소통이 잘 안되고, 아내가 만나는 사람에 대해서 경계한다(굴레, 대성장).

그러나 그들에게 닥치는 작은 사건이건 작은 만남이건간에 깃털과 같은 가벼운 것일지라도, 인생 자체를 반대방향으로 가게 하는 것이 되곤 한다(깃털들).

 

본다고 하는 자가 실제로는 보지 못하는 것이 있으며,

보지 못하는 자가 보는 자를 새로운 자리로 안내할 수 있다는 것을 [대성당] 소설은 보여주면서, 우리 삶에서 소통이 가져오는 힘을 보여주는 놀라운 작품이었다. 귀지로 인해 듣지 못하는 고통에서 아내의 도움으로 듣게 되었지만, 아내의 말을 듣지 않는 남편처럼 우리는 내 말만 쏟아놓을 뿐, 타인의 말에 신경써서 들어주는 걸 힘겨워하고 있는 것이다.

8살된 아들을 뺑소니 차사고로 잃게 된 부모의 슬픔과 허탈감과 분노를 녹여주었던 뚱뚱보 빵집 아저씨의 금방구운 계피빵과 들어주는 마음이 이 사회의 해답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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