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가 떠난 순례의 해'에

나오는 피아노 소곡이다.

 

이 책의 주제곡이라 할만한 건데,

'순례를 떠난 해'라는 앨범의

르 말 뒤 페이라는 제목이고,

소설 속 쓰쿠루의 여자친구이자,

거짓말로 그를 다른 친구들로부터 떨구어놓은 시로가

고등학교 시절 피아노로 쓰쿠루에게 연주해 줬던 곡.

 

다소 갑갑증도 불러오고 향수와 사색에 잠기게 하는 곡이네.

 

http://m.blog.daum.net/_blog/_...blogid=0YLVa&articleno=963

 

그가 쓴 이전의 소설인,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이란 음악이 주제곡이 소개된다.

그것도 링크 걸어놓으니 들어보렴.

 

http://humini-d.tistory.com/m/14

 

책을 읽으면서 만나는 문화적 역사적 시대적 민족적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읽으면,

훨씬 작가의 상상력에 가깝게 다가가고 책을 읽는 맛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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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영화감독인 유하 시인이 쓴 시집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 에 실린 시

 

■ 나무

잎새는 뿌리의 어둠을 벗어나려 하고

뿌리는 잎새의 태양을 벗어나려 한다.

나무는 나무를 벗어나려 함으로

비로소 한 그루

아름드리 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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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빈자리

 

미루나무 앙상한 가지 끝

방울새 한 마리 앉았다 날아갑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바로 그 자리

방울새 한 마리 앉았다 날아갑니다.

문득 방울새 앉았던 빈자리가

우주의 전부를 밝힐 듯

눈부시게 환합니다.

 

실은, 지극한 떨림으로 누군가를 기다려온

미루나무 가지의 마음과

단 한 번 내려앉을 그 지극함의 자리를 찾아

전 생애의 숲을 날아온 방울새의 마음이

한데 포개쳐

저물지 않는 한낮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도 미세한 떨림을 가진

미루나무 가지 하나 있어

어느 흐린 날, 그대 홀연히 앉았다 날아갔습니다.

그대 앉았던 빈 자리

이제 기다림도 슬픔도 없습니다.

다만 명상처럼 환하고 환할 뿐입니다.

먼 훗날 내 몸 사라진 뒤에도

그 빈 자리, 그대 앉았던 환한 기억으로

저 홀로 세상의 한 장을 이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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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

 

오늘도 베짱이는 허기진 노래를 불러요.

 

개미를 한입에 먹어치우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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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육체의 피뢰침이 운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들판의 느티나무, 뇌우 속에서 

낮은 소리로 혼자 울고 있다.

 

그 느티나무 아래 서 있는 나 

비를 긋기 위해서가 아니다.

 

온 머리채를 흔들며 

낙뢰를 부르는 느티나무 

나는 지금 벼락을 맞고 싶은 것이다.

 

온 머리채를 흔들며 

낙뢰를 부르는 느티나무 

수십만 볼트의 전류가 언제 

내 몸을 뚫고 갔는지 모른다.

 

시의 유배지여, 기억하는가.

난 벼락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찰나의 낙뢰 속에서 

내 몸과 대기와 대지의 주인이 되는 

나여,그 섬광의 희열 밖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비바람이 불고, 느티나무 아래 

내 육체의 피뢰침이 운다.

내 전생애가 운다. 벼락이여 오라.

 

한 순간 그대가 보여주는 섬광의 길을 따라 

나 또 한번 내몸과 대기와 대지의 주인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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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네 이름을 간절히 부른 적이 있다

 

간교한 여우도 

피를 빠는 흡혈박쥐도 

치명적인 독을 가진 뱀도 

자기의 애틋함을 전하려 애쓰는 

누군가가 있다.

 

그들이 누군가에게 애틋함을 갖는 순간 

간교함은 더욱 간교해지고 

피는 더욱 진한 피냄새를 풍기며 

독은 더욱 독한 독기를 품는다.

 

나도 네 이름을 간절히 부른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결국 

내가 내게 깊이 취했던 시간이었다.

 

------

 

■ 새의 선물

 

어느날, 하얀 깃털과 붉은 부리를 가진 새가

나의 창가를 방문했다.

그 새는 며칠을 창가에 드리워진 전깃줄에 앉아

내 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을 저어 쫒아도 날아가지 않았다.

 

깊은 밤, 내 외로움이 그 작은 새의 깊은 눈과 마주쳤을 때

난 그에게 예쁜 새장을 하나 마련해주리라 생각했다.

이 세상의 거친 바람소리보다 완벽한 자기만의 방,

그 충만한 적요를 사랑하는 자의 마음을 나는 알고 있었다.

 

새장 문을 활짝 열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사뿐히 날아와 새장 안으로 들어왔다.

가끔 문을 열어두어도 그는 날아가지 않았다.

 

며칠 후 나는 새 파는 집에 들러 

그를 위해 꼬리가 앙증맞은 암놈 한 마리를 샀다.

그러나 웬일일까 둘은 만난 그날부터

서로를 쪼아대며 쉼없이 다투는 것이었다.

짝이 맘에 들지 않는 게 아닐까요.

새집 주인은 새로운 새를 권했다.

이번엔 모든 게 잘돼가는 것 같았다.

둘은 서로를 고요하게 응시하며 사이좋게 먹이를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평온한 나날들이 흘러갔다.

 

어느 햇볕 좋은 날, 난 여느 때처럼 청소를 위해

새장 문을 열었다.

순간 그 붉은 부리의 새는

갑자기 조롱을 빠져나와 푸르르 창밖으로 날아가버리는 것이었다.

새는 전깃줄에 앉아 깊은 눈으로 한동안 나를 바라보다

훌쩍 빌딩 숲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그것이 내가 본 붉은 부리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나는 남아 있는 암컷 새를 다시 새 파는 집에 돌려주었다.

지금도 난 가끔 창가의 전깃줄에 앉아있던

그의 첫 모습을 떠올린다.

나는 진정 새 파는 집에 그의 사랑이 있다고 믿었던 걸까.

 

날 바라보던 그 붉은 부리새의 마지막 두 눈처럼

생은 때론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

 

■ 침묵의 소리  

 

개들은 처음 짖던 대로 짖고

새들은 처음 울던 대로 운다

우리는 처음 사랑의 말을 나누었으나

오늘은 굳은 입술로 침묵한다

 

------

※유하

 

각본가, 교수, 시인

 

유하는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영화 감독이다. 본명은 김영준이다. 2004년부터 동국대학교 영상정보통신대학원 영화영상제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1988년 문예중앙을 통해 시단에 등단했으며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으로 김수영 문학상을 받았다. 

 

○ 시집 대표작 

「천일마화」,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2004), <좀비처럼 걸어봐> (2003), <몰락 취미를 꿈꾸다> (2002)- 단편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 (2001),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1993), <시인 구보씨의 하루> (1990)-단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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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에 나오는 책에 대하여.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책이 없는 수도원은

재산이 없는 도시,

군대 없는 성채,

그릇 없는 부엌,

먹을 것 없는 밥상,

풀없는 뜰,

꽃 없는 목장,

잎 없는 나무 같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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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죽음 

/ 함성호

 

 

나는 내 발걸음에 취했다 

내 친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바다──,

그러나 내가 두고 온 그 백사장에서는

빈 구덩이만이 무성하여 

내 귀는 지하를 듣고 있다 

누군가 나를 낮은 포복으로 건너고 있다 

이 물소리, 

나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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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유수 

 

/ 함성호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꽃이 피는 날엔 목련꽃 담밑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 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거기에서 나는 너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 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 나는 아무 죄 없으니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배 고파서 먹었으니 어쩔 수 없었으니 

 

남아일언이라도 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니 단지,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나는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거지

 

운명이라고 해도 잡놈이라고 해도 

나는, 지금, 순간 속에 있네

그대의 장구한 약속도 벌써 나는 잊었다네 

 

그러나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 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고 싶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 시집 『너무 아름다운 병』 , 2001, 문학과지성사

 

:: 함성호

<POEMER&NO=>1963년 강원도 속초 출생. 1990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56억 7천만 년의 고독> <聖 타즈마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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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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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류소설가인 제인 오스틴이 쓴 [오만과 편견]의 책을 읽었다. 많은 등장인물의 얽히고 설킨 스토리를 따라 보면서 작가의 감성이 물씬 묻어난 대사에 흥미가 많이 생겨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큰 언니 제인과 빙리, 둘째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그리고 막내 리디아와 위컴, 콜린스 씨와 샬롯의 결혼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감정과 판단의 변화가 전개되는 것이 당시의 관습과 제도상의 배경을 이해하게 되니 훨씬 잘 다가왔다.

 

신데렐라 스토리 같지만 유순하고 요조숙녀같은 여인이 부유한 청년을 만나 신세를 피게되는 스토리가 아니라, 실리나 감정 따라 결혼하려 하지 않고, 지적인 판단력과 이성에 근거하여 상대를 선택하고 서로의 이해를 바탕으로 가정을 이루게 된다는 점에서 신데렐라는 아니다.
오만과 편견은 서로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만들 뿐더러 고립시키고 독선과 아집으로 바른 길을 가는 걸 방해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누군가를  쉽사리 내 잣대로 들이밀어 재단하던 모습을 다시 돌이켜봐야겠단 생각도 해본다. 인물묘사를 아름답고 재미진 필치로 써내려간 작가의 생애와 작품 속 인물의 비교도 흥미로웠다.

중매로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 입장에서, 어떤 감정과 입장으로, 또 아내를 어떤 판단과 생각으로 대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시 고전은 시간을 쏟을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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