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늘, 대바늘 다 뜰 줄 알지만 지구력이 없어 큰 걸 떠본 적은 없다. 뜨개질 시작하면 다들 떠보는 목도리는 시도도 안 해봤다. 그렇게 길게, 오랫동안 뜰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앉은 자리에서 금세 끝낼 수 있는 작은 소품만 가끔 떴다. 아마도 강아지 옷이 제일 큰 게 아니었을까?
지난가을 동생이 떠 입은 옷이 너무 맘에 들어 갑자기 나도 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에게 도안을 받아 떴는데 오메오메 이거 넘 이쁘네. 내가 뜬 거 맞아?!
첫 작품에 완전 만족한 나.
당장 도서관에 가서 대바늘 책을 쓸어왔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 맘에 드는 조끼 도안을 하나 찾았다. 이번에는 조끼에 도전! 뜰 줄 아는 것과 직접 뜨는 건 다른 법. 거기에 드라마 보며 뜨다 보니 중간에 틀려서 몇 번을 떴다 풀었다 했는지 모른다. 도안이 일본어로 되어있어 일본어를 모르는 나는 대충 감으로 하다가 잘못 떠서 쫙 풀기도 하고. 하지만 완성작을 보니 오마이갓! 넘 이뻐!!!
삘 받은 김에 가족들 것까지 도전. 주저 1도 없이 노 땡큐라고 답한 남편과 엠군은 빼고 (흥!) 딸내미들 것만 떠줘야지.
원하는 걸 고르라고 했더니 J 양이 테일러 스위프트 가디건도 뜰 수 있냐고 하네? 물론이지. 도안만 있으면 이렇게 큰소리를 쳤는데 (실은 뻥이다) 막상 딸이 구해온 도안을 보니 헉, 몽땅 글자 그것도 이상한 글이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뜨개 도안은 일본식으로 그림과 기호로 되어있다. 기호만 알면 한눈에 들어온다. 미국 도안은 뜨는 법을 말로 푼다. 물론 쓰는 약어가 있다. 겉뜨기는 k 안뜨기는 p 등등 이걸 가지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row 1: k1(selvedge) (p1 k1) 5 times, k1, p4,k1 p2tog, k1
가디건은 떠본 적도 없는데,
그림으로 되어도 제대로 뜰까 말까 싶은데,
저런 암호라니.... 과연 내가 뜰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에게는 모든 걸 알려주는 유튜브가 있다.
유튜브를 검색해서 종이에 써가며 연구하다 보니 대충 감이 온다.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했다면 뭐가 돼도 되었을텐데.
지금은 뒤판, 앞판 두 개 다 뜨고 소매 뜨는 중.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완성하려다 보니 시간만 나면 뜨개질이라 다른 건 다 올스톱 상태다. 덕분에 4월까지만 올린 독서 달력도 2022년 올해의 책도 모두 패스(하지 않고 J양 가디건만 다 뜨면 쓸 것임.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처음에는 뜨개질하며 책도 읽었는데 이 가디건은 무늬가 복잡해서 책 읽으면서 뜨니 자꾸 틀려 그냥 드라마를 틀어놓고 뜬다.
시간 날 때마다 앉아서 뜨개질하다보니 어깨도 아프고 팔, 허리 다 쑤셔서 오늘은 침대에 누워 책을 좀 읽었다. <데어 벗 포 더>를 다 읽고나서 다음 책은 뭘로 할까 하며 보니 어머나 <아무튼, 뜨개> 라는 책이 있네? 누운 채로 책을 조금 읽다가 벌떡 일어나서 다시 바늘을 잡았다. 아차, 책에 나온 yarn bowl 검색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지. 이렇게 뜨개질 도구들이 늘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