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리즈를 훑어보다가 눈에 띄는 그림책 몇 권을 도서관에 예약했다. 준비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왔는데 집에 와서 보니 며칠 전 뉴베리, 칼데콧 상을 받을 책이 아닌가! (내가 무슨 책을, 왜 예약해두었는지도 다 까먹었음)


아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뉴베리 상은 그 해의 우수한 어린이, 청소년 소설, 시, 논픽션에 주는 상이고 칼데콧 상은 그림책에 주는 상이다. 이 책 Watercress의 글을 쓴 Andrea Wang은 뉴베리 아너를, 그림을 그린 Jason Chin은 칼데콧 메달을 받았다. 


이 그림책을 읽고 많이들 영화 <미나리>를 떠올렸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 사는 교포들이 미나리 대신 watercress(물냉이)를 대신 사용한다는 점도 그렇지만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 역시 영화 <미나리>와 비슷하다. 나는 미국에서도 동양인이 많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에 쭉 살고 있어 백인들 동네에 사는 동양인의 삶을 완벽히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삶이 어떨지 알 거 같다. 나에게는 너무 감동적이었던 <미나리>가 한국에서는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던 것처럼 이 책도 심심하다는 평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가족에게 있어 음식보다 추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또 있을까? 

이 가족은 함께 물냉이를 먹으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간다.



책도 좋았지만 작가의 말이 너무 좋았다.


This story is about the power of memory. Not just the beautiful memories, like the ones my mother and father had about eating watercress in China, but also the difficult ones, the memories that are sometimes too painful to share. It starts with my own distressing memory of being made to pick watercress that was growing wild by the side of the road. As the child of Chinese immigrants, growing up in a small, mostly white town in Ohio, I was very aware of how different my family and I were from everyone else. It's hard to feel like you don't belong, and collecting food from a muddy roadside ditch just made that bad feeling more intense for me-something my very practical parents didn't understand.

When I was young, my parents didn't talk about their memories of China, of growing up poor, losing siblings, and surviving war. I don't blame them—these are difficult topics to discuss with children. But it's important, too, for children to understand their family history. Perhaps if I had known about the hardships they had faced, I would have been more compassionate as a child. Maybe I would have felt more empathy and less anger. More pride in my heritage and less shame. Memories have the power to inform, to inspire, and to heal.

This story is both an apology and a love letter to my parents. It's also an encouragement to all children who feel different and to families with difficult pasts-share your memories. Tell your stories. They are essential.-A. W.


내가 대충 번역을 해봤다. 문장을 다듬거나 꼼꼼히 살피지 않아서 어색하거나 이상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 이야기는 기억의 힘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 부모님이 중국에서 물냉이를 먹은 것 같은 아름다운 기억뿐 아니라 너무 고통스러워서 나눌 수 없는 기억들까지도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길가에 야생으로 자란 물냉이를 따야 했던 나의 괴로운 기억에서 시작됩니다. 백인이 대부분인 오하이오의 작은 마을에서 중국인 이민자의 아이로 자라면서 저는 저와 가족이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다른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곳에 속하지 않는다는 느낌은 정말 힘들었어요. 거기에 길가 진흙투성이 도랑에서 먹을 것을 모은다는 건 그 느낌을 더 악화시켰죠. 매우 현실적인 나의 부모님은 이해하지 못했어요.

내가 어릴 때 우리 부모님은 중국에서의 기억, 가난하게 자랐던 것, 형제자매를 잃은 일, 전쟁에서 살아남은 기억에 대해 말하지 않았어요, 나는 부모님을 탓하지 않아요. 그런 주제들은 아이들과 이야기하기 어렵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이 자기 가족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내가 만약 부모님들이 직면했던 어려움에 대해 알았다면 어릴 때 나는 좀 더 동정적이었을 거에요. 아마 더 공감하고 화는 덜 냈겠지요. 자신의 혈통에 대해 더 자랑스러워하고 덜 창피해했겠죠. 기억은 알려주고, 영감을 주며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의 부모님께 보내는 사과이며 사랑의 편지입니다. 그리고 또한 내가 다르다고 느끼는 모든 어린이와 힘든 과거를 보낸 모든 가족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라는 격려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해주세요. 그건 정말 중요합니다.

 

요즘 동양계 미국인들이 입을 열어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이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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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2022-02-02 09: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Tell your stories. 이것 정말, 밑줄 세 번 긋고 형광펜도 칠하고 옆에 느낌표도 !! 입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모두가 자기 얘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 쓰기에 바치는 1년 살기.

길가 진흙 도랑에서 watercress 따기. 부모님은 이해 못한 나의 괴로움. ㅎㅎㅎㅎㅎ 이거 바로 이해되고 바로 제 얘기로 들을 수 있다는 것에 새삼, 역시 우리는 자기 얘기를 하면 된다..... 하게 되기도 하고요.

psyche 2022-02-02 15:03   좋아요 3 | URL
Tell your story! 가 바로 저에게도 해당된다는 생각을 못했네요.
몰리님 말씀대로 나의 이야기를 써보는 한 해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꼭 올 한해 뿐 아니라 앞으로 죽 해보는 평생의 프로젝트가 되어도 좋겠다 싶네요.
좋은 아이디어 정말 감사합니다. 몰리님!

scott 2022-02-02 1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모를 향한 러브 레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진흙 도랑에서만 자라는 물냉이 처럼
고향 땅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음식에 대한 사랑과 추억으로,,,

psyche 2022-02-02 15:13   좋아요 2 | URL
고향하면 음식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저만이 아니겠죠?
명절 때 명절 음식을 먹으면 한국이 더 그립더라고요.
scott 님 설 잘 보내셨어요? 맛있는 설 음식 많이 드셨나요?

mini74 2022-02-02 1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가족이 갖는 기억 중엔 함께 자주 먹던 음식의 맛인거 같아요.작가의 말이 뭉클하네요

psyche 2022-02-02 15:14   좋아요 3 | URL
음식과 연결된 기억들이 많고 또 오래 남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자라니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점점 줄어드는 거 같아 아쉬워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빨리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기억의집 2022-02-02 2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찬일 쉐프가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라는 책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아요. 가족 이나 친구등 공유할 수 있는 게 음식 아닌가 싶습니다!!!

psyche 2022-02-03 04:52   좋아요 2 | URL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정말 맞는 말이네요.
음식으로 떠오르는 추억이 정말 많아요. 더군다나 외국에 살다보니 음식과 더불어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더 한 거 같아요

라로 2022-02-03 14: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는 예전에 읽었는데 저도 읽으면서 미나리 생각했어요. 저도 그 영화 정말 좋았거든요. 이 책 우리 해든이를 위해서 찾아봐야겠어요.

psyche 2022-02-04 03:24   좋아요 0 | URL
저희 가족도 다 너무 좋아했는데 한국에서의 반응은 좀 시쿤둥 하더라고요. 해든이는 아직도 책을 읽죠? 아이 예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