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위협을 느껴 고향인 과테말라를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아이들. 내가 번역했던 <The Only Road/장벽 너머 단 하나의 길>과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장벽 너머 단 하나의 길>이 초등 고학년용 이상으로 좀 순화(?)된 것이었다면 이 책은 청소년 용으로 훨씬 세다. 사실 <장벽 너머 단 하나의 길>도 마음 졸이면서, 가슴 아파하면서 읽었는데 그 책보다 더 세다니! 

과테말라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더 끔찍하며 죽음의 기차를 올라타서 이동하는 부분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지옥 같은 여정을 이어가면서 무너져가는 아이를 보는 건 정말 괴로웠다. 사실 이런 죽음의 여행을 하면서 어찌 제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그걸 알면서도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계속 읽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이나 책을 덮었고 이 아이들이 어떤 일을 당하는지 알게 되는 게 두려워 책을 다시 여는 걸 주저했다. 

하지만 내가 눈 감는다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고 이런 일을 몸으로 겪고 있는 아이들이 없는 게 아닌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저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억하는 것 뿐이라 계속 읽었다. 이것밖에 할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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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2-17 0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외면하지 않는 게 가장 힘들지도 몰라요. 듣고 보는 게 아픈 뉴스들이 너무 많아요.
캐러밴 기사를 가끔 읽는데 멀리 한국에서 갑갑한 마음이에요. 언니 덕에 그 속에 청소년, 어린이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psyche 2021-02-18 08:12   좋아요 1 | URL
정부가 바뀌었으니 최소 미국에서의 상황은 좀 달라지겠지. 그래도 그게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니까 안타깝기만 해. ㅜㅜ

청아 2021-02-17 0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 저도 공감합니다! 기억하고 들어줘야 한다고. 외면하면 없던 일이 되어버리기도 하잖아요. 저도 찾아 읽어볼래요!

psyche 2021-02-18 08:13   좋아요 2 | URL
기억하고 들어주는 게 어떤 도움이 될까 싶어 답답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듣는다면 작은 변화라도 일어나겠죠?

coolcat329 2021-02-17 1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책을 번역하신 분이었군요. 장벽 너머.. 제 아이도 읽었답니다. we are not . . .이 책은 아직 국내번역이 안된거죠?
만약 하시면 꼭 읽고 싶네요☺

psyche 2021-02-18 08:16   좋아요 2 | URL
어머나. 그 책을 읽은 독자(의 어머니)를 이렇게 만나다니! 뭐랄까 막 감개무량하네요. 자녀분이 재미있게 읽으셨나 궁금해요.
이 책은 번역이 안되어있고 번역이 되지 않을 듯? 장벽 너머..와 비슷한 스토리 라인인데 대상층이 애매하지 않나 싶네요. 제가 읽고 좋아도 이게 또 한국 상황에 맞아야 번역할 수 있더라고요. ㅜㅜ

coolcat329 2021-02-18 11:20   좋아요 1 | URL
감동적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번역이 안되는군요. 앞으로 좋은 책 번역 기대할게요 ~~

psyche 2021-02-20 03:28   좋아요 1 | URL
감동적이었다니 제가 더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scott 2021-02-17 1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쉬케님 가슴이 따뜻하신분 !
한아이가 성장하려면 마을 전체의 도움이 필요하듯이
우리가 눈을 질끔감고 외면하기에 아이들의 목숨이 넘 위태롭고
단하나의 희망 누군가는 들어줘야 더큰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것 같네요 ^.^

psyche 2021-02-18 08:18   좋아요 1 | URL
세상에 너무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아서 가슴 아픈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서...ㅠㅠ

2021-02-17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8 0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8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0 0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0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1-02-19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도 아이가 웃으면서 살 수 있는 나라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한국보다 더 힘든 나라도 있는 것 같더군요 어떤 나라에서는 아이가 돈 벌려고 갔지만, 돈은 거의 못 받고 일했다고 합니다 어린이한테는 일을 시키지 않아야 할 텐데...


희선

psyche 2021-02-20 03:33   좋아요 1 | URL
한국도 아이들에게 힘들긴 하지만 이 나라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는 고통이니까요. 아직도 어린이 노동력을 착취하는 곳도 있고. ㅜㅜ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아 가슴이 아프네요.

박균호 2021-02-26 0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번역가이시군요 ^^ 선생님이 번역한 책 찾아서 읽어볼께요.

psyche 2021-02-26 11:37   좋아요 1 | URL
아직 병아리?라 번역가라는 호칭이 어색하네요 ^^
저도 선생님 책 두 권 가지고 있는데 아직 못 읽었네요. 빨리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