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위협을 느껴 고향인 과테말라를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아이들. 내가 번역했던 <The Only Road/장벽 너머 단 하나의 길>과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장벽 너머 단 하나의 길>이 초등 고학년용 이상으로 좀 순화(?)된 것이었다면 이 책은 청소년 용으로 훨씬 세다. 사실 <장벽 너머 단 하나의 길>도 마음 졸이면서, 가슴 아파하면서 읽었는데 그 책보다 더 세다니!
과테말라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더 끔찍하며 죽음의 기차를 올라타서 이동하는 부분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지옥 같은 여정을 이어가면서 무너져가는 아이를 보는 건 정말 괴로웠다. 사실 이런 죽음의 여행을 하면서 어찌 제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그걸 알면서도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계속 읽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이나 책을 덮었고 이 아이들이 어떤 일을 당하는지 알게 되는 게 두려워 책을 다시 여는 걸 주저했다.
하지만 내가 눈 감는다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고 이런 일을 몸으로 겪고 있는 아이들이 없는 게 아닌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저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억하는 것 뿐이라 계속 읽었다. 이것밖에 할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