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우울 - 최영미의 유럽 일기
최영미 지음 / 창비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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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 어디선가 후두둑,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아마도 나뭇가지 끝에 걸려 미처 지상으로 추락하지 못한 빗방울이었으리라. 차가운 액체가 이마를 타고 흘러 뺨에 닿는 걸 느끼는 순간, 혼곤한 감상에 잠겨있던 나는 소스라쳐 깨어났다. 상쾌하면서도 찌르는 듯한 전율이 온몸으로 전달됐다.

언제부터 뿌려진 비였을까? 어제 내린 비였나, 한 시간 전, 아니면 방금 내려온 싱싱한 것이었나. 조금 전까지도 산 가지에 얹혀 숨쉬던 물방울은 내 뜨거운 이마에 와닿아, 과거로 증발해버릴 것이다.

나는 살아 있다는 것, 살아서 과거의 비를 맞는다는 사실에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비틀거렸다.-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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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미소 - 김소진 유작산문집
김소진 지음 / 솔출판사 / 1998년 4월
절판


어린 시절은 누구에게나 아련한 풍경으로만 새겨지는 법이겠지만 나 또한 그렇다. 그 무대에 나와 함께 등장했던 사람들은 모두 다 퇴장해 지금은 돌이켜 세울 수 없게 되었고, 그럴 수 없게 된 때문인지 그들 때문에 내가 받았을 괴로움 같은 건 도무지 떠오르지 않고 왠지 애틋하고 끈끈했던 기억만 몇 토막씩 머리 속에 환하게 켜지곤 한다. -16쪽

흘러가버린 시간은 형체가 없다. 단지 순간순간을 붙잡아두고 있는 기억이 있을 뿐이지 않을까. 따라서 기억이 없으면 어쩌면 시간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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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1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8월
품절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이 바뀐다. 희망을 품고, 령정으로 살아가는 살마 곁에 서면 나도 희망에 들뜬다. 정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내 삶의 희망이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내 좋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인가. 나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는 큰 꿈을 가져본다.-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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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병을 든 아빠 아이와 함께 크는 이야기
이강옥 지음 / 돌베개 / 2000년 4월
품절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들을 망각하기 때문에 이 고단하고 분답스런 세상을 견디며 살게 되는 가? 아니면 그 망각이야말로 사람의 일생을 허망하게 만드는 것일까? 일상의 아픔과 기쁨, 힘겨움이란 그 망각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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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5월
품절


인생 최대의 감동은 자신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요컨대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일이다. 예전에는 결코 할 수 없다며 포기했던 일을 지금은 할 수 있다니, 이만한 감동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과거의 내가 그랬으니 미래의 나도 그럴 것이라는 발상으로는 그런 감동을 절대로 자기화할 수 없다. 나는 미지의 존재이며, 앞으로도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은 빛을 발하고 충만해지는 것이며, 또한 영원해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펼쳐나가는 강인함이 필요하다. 마음의 명령 따위에 일일이 따를 수가 없다.-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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