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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다. 어떤 날은 바람 한 점 없어 봄날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일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완연한 겨울의 한 가운데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옷깃을 스며드는 바람이 맵다.

요가를 한 지 넉달이 되었다. 요즘은 집에 들어가면 나오기 싫어 큰일이다. 그래도 계속 다녀야겠지 마음을 추스려본다. ㅎㅎ 요가를 해서인지 예전처럼 감기가 친구하자고 졸라대지 않아서 좋다.

그럼에도 따뜻한 국물이나 차 생각은 늘 간절하다. 식사는 따뜻한 국이 있는 것으로 하고 싶고, 녹차나 커피 보다는 다른 차들을 가까이 하고 싶었다. 율무차는 스틱으로 포장된 것을, 대추차와 유자차는 병에 재워둔 것을 구입했다. 겨울 동안에는 스타벅스나 다빈치 커피를 멀리하고 전통찻집으로 장소를 옮겨야 겠다.

역시 따뜻한 차는 마음까지 녹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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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음을 다쳤다. 인간사 복잡미묘하게 얽혀있다지만 크고 작은 갈등은 자연스레 극복되지만 오랜만에 '다쳤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뒤통수를 크게 얻어 맞았다.

한번의 만남으로라도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게 좋을 거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가. 권위적이고 인격이 의심되는 교수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걸까. 상대에 대에 얼마나 안다고 함부로 넘겨짚어 버리나. 나이를 먹었으면 그걸로 어린 사람에게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건가.

그런 교수들이 아직 대학에 남아있다는 것이, 서글플 따름이었다. 그들에게 '학문'이라는 걸 배우고 있을 학생들이 더 가엾다. 교수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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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다. 보도블록을 뒤덮은 낙엽들이 이리저리 뒹구는 모습만 보아도 왠지 마음이 울적해온다.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10월 - 가을의 노래를 듣고 있자니 마음은 더욱 가라앉는다.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게 있다면 바로 이런 음악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항상 예감 같은 무언가가 있다. 책과 만나게 되는 일종의 운명을 말하고 싶은 건데, 어떤 경로로 그 책을 알게 되었나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 소개해주지 않았지만 홀로 좋은 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전자의 몇 배는 될 성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기 전의 설렘을 닮았다고 해야 할까. 책과의 만남은 늘 그 비슷한 감정을 자아내게 한다. 이 쯤 되면 책 사랑도 중증이리라.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는 이미 사랑을 이뤄본 사람들에게는 식상할 지도 모르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설사 그럴 지라도 애처로운 그들의 사랑에 안타까움을 보내는 일에는 주저함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중편 소설에 그토록 많은 진실을 담을 수도 있는 걸까. 사랑 받기보다는 사랑하고 싶은 이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이 책을 나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홀로 카페에 갇혀버린 가여운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기형도의 ‘빈집’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 수록된 ‘엄마 걱정’이라는 시도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누군가에게 책을 권할 때 주저없이 권할 수 있을 책 가운데 우위를 차지하는 두 권, 가을이 가기 전에 다시 한번 읽어 보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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