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니크 드라마티컬리 디퍼런트 모이스춰라이징 젤(오일프리) - 125ml
크리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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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처음 썼을 때는 정말 드라마틱했지요. 오일 프리라는 제품이 그렇게 좋을 수 있다니 저에게는 경이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몇 해 동안 계속 이 제품을 써왔습니다. 그러다 나이가 들다보니 조금씩 기름기는 빠지기 시작해서 언제부터인가 얼굴 가장자리 부위부터 건조해지네요. 지성에서 복합성으로 바뀐 것 같아요. 지금은 여름에만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답니다.  나머지 계절에는 조금 더 유분감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요.

피지 분비가 왕성한 청소년부터 이십대 초중반까지는 사계절 내내 쓰셔도 무난한 제품입니다. 바르고 나서 얼굴이 당기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유분이 없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화장을 해도 쉬이 번들거리지 않고 화장이 오래 지속되고.. 좋은 제품이예요.

알라딘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으니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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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 선현경의 신혼여행기 1
선현경, 이우일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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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초등학생 시절 이모가 보던 순정만화를 어깨 너머로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베르사이유의 장미> 또는 <캔디> 처럼 낭만적인 캐릭터들의 모습에 흠뻑 도취되어서 따라 그리기도 여러 번 했었다. 그러나 그때 잠시였다. 이모가 더 이상 만화책을 보지 않게 되자, 내게 만화책 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중학생이 되었고 그때도 여전히 만화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그 무엇이었다. 만화책 이야기로 쉴새없는 그들을 보면서도 나는 귀를 닫아버렸다. 만화의 중독성이 무서워서였을까? 생각해보면, 나는 겁쟁이다. 게임 중독처럼 만화 중독에 걸릴까 만화를 멀리했다니. 아니면, 만화 말고도 관심 둘 무엇이 있었기에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다. 만화 이야기가 길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다시 만화를 떠올리게 된다.


이 책에 후한 점수를 준다면 그림이 큰 몫을 차지할 것 같다. 아무리 잘된 묘사라 할지라도 한번 본 것만 못할 경우가 꼭 있기 마련인데, 이야기와 더불어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은 독자들에게 보는 즐거움마저 제공한다.


판에 박힌 결혼식이 있은 후, 역시 정형화된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이 통과의례일진대, 이들의 신혼여행은 특별하다. 그러니 책으로 나올 만할 법하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의 일은 차치하고라도 그들은 현재가 중요했다. 당장 때꺼리가 없더라도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었다.


그때의 여행이 평생의 자산이 될 거라 확신했던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멋진 일을 실제로 해낸 그들이 부럽다. 그들만큼 길지 않더라도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되게끔 계획한다면, 책으로 낼만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스페인 편이 기억에 남는다. 벼룩시장은 물론이고 가우디에 관한 글들이 꼭 그 나라를 가보고 싶게 만들었다. 직선을 혐오한 건축가답게 그가 설계한 많은 작품들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떠난다는 건, 비록 머물렀던 곳이 우리와 전혀 다른 세상이고, 아무런 상관없는 곳이어도 사람을 좀 슬퍼지게 하는 모양이다. 마치 여러 마리의 나비가 배 속에 꽉 차 있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남편도 무언가 아쉬운지, 10년 후에는 꼭 한번 다시 오자는 말을 했다. - 책 속에서


아내가 글을 쓰고, 남편이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더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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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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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정적인 직업도 없으며, 결혼도 안 했고, 은행에 잔고도 거의 없으며, 꿈꿀 사랑도 없는, 그리고 서른 살에도 그대로일 가능성이 농후한 어쩌면 마흔 살에도 그리 다르지 않을 백수가 여기 있다.

아버지 집에 살고 있으니 집이나 먹을 것 걱정은 없을 테고 용돈은 아르바이트로 충당해서 쓴다. 정신노동은 절대 사양이고 강도 높은 육체노동도 마찬가지다. 피시방이나 편의점, 주유소 같은 곳에서 서연은 잠깐씩 일을 한다.

아르바이트로 번 수입은 대부분 책 사는데 들어갔다. 서연의 유일한 낙이 바로 책을 읽는 것이었으므로. 일하기 싫다기보다는 책 읽는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아서 일할 수 없는 서연의 일상으로 메워진 소설은 더도 덜도 아닌 독서광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내가 지금 책을 읽으면서 노닥노닥 그럭저럭 잘 지낼 수 있음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십 대에 읽고 싶은 책이나 읽으면서 지낼 수 있는 시간과 돈이 있다는 건 어쨌든 축복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가끔 심하게 욕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불행이라고 여기지 않는 부모가 있다는 것도. 아버지는 나에게 취직하라고 닦달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명함을 가진 직업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서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78쪽)"

스물여덟 백수 상태의 주인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졌거나 그 나이가 지난 독자들이 유리할 것이다. 실제로 소설의 주인공과도 같은 인물들을 주위에 포진해 있기에 소설 속 주인공이 이채롭게만 보인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부류의 일상을 체계화된 언어에 담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왔다.

모든 게 불확실해도 책 읽는 순간만은 허무하지 않아

졸업을 하면 으레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해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천편일률적인 삶의 모델에서 비켜난 주인공의 현재는 남들과 많이 다르다. 서연에게는 하고 싶은 일도 미래를 꿈꾸는 일도 오로지 책으로 통하는 길에 관한 것뿐이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더라도 오로지 하나,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삶이 허무하지 않다는 확신이 서연의 온 머릿속을 장악하고 있었다.

서연의 친구인 유희와 채린, 그리고 첫사랑 경과 절판된 책을 서연에게 팔던 남자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서연에게 영향을 주고 그들도 서연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인물로 다들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유희는 걸핏하면 직장을 때려치우나 특유의 능력으로 곧잘 새 직장을 구하는 문제아다. 유희에게는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유희가 이번에는 취직이 아니라 소설을 쓰겠다고 나서며 서연에게 조언을 구해 온다.

채린은 대학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했다. 비디오가게를 겸한 책방을 하고 있는데 새로운 사랑이 찾아와 갈등을 겪다가 마침내는 이혼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새 연인과 함께 할 수도 없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또한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첫사랑과 공유했던 책을 팔고 있는 남자가 있다. 서연은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책들을 그에게 구입하면서 차츰 그와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런 모습을 경이 보게 된 것이다. 친구도 아닌 연인도 아닌 애매모호한 관계의 경은 그 광경을 보고 질투라도 하게 된 모양이다. 그동안은 그냥 만났던 거고 이제 연애나 하자고 꼬드기는 경이 서연은 낯설기만 하다. 그동안 몸을 사리던 경이었는데 어쩐 일인가 의아하면서도 서연은 흔들리지 않았다. 서연은 사랑을 “난파가 예정된 배에 승선하는 것과도 같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동의하는 독자들이 많을까.

"우리가 제대로 된 이성 관계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렇게 될 뻔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미친 짓이라는 걸 경도 알고 나도 안다. 욕망의 기호가 다른 사람들이 잠깐의 유혹에 넘어가 사랑하게 되는 것, 아니, 사랑한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만큼 불행한 경우가 없다. 그것은 난파가 예정된 배에 승선하는 것과 같다. 그런 면에서 적어도 경과 나는 둘 다 영리했다. (213쪽)"

1년에 평균 500권의 책을 읽는 서연은 10년 동안 5천 권의 읽었고, 100년 산다고 해도 인간은 고작 5만 권 밖에 못 읽고 죽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에도 인생은 너무나 짧다. 소설은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소설에는 무궁무진한 소재들이 있지만 백수와 책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서 어쩌면 잠재적인 백수들의 양산에 이바지할지도 모를 이 책은 한여름 시원하게 내리는 소나기처럼 독자들의 가슴을 시나브로 적셔나갈 것이다.

쉽게 읽히면서도 재미있고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를 떠올리게 만들며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소설이었다. 비상을 꿈꾸며 오늘도 내일도 오로지 책만 읽는 백수의 유쾌한 이야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200%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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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시민 구보 씨의 하루 - 일상용품의 비밀스러운 삶
존 라이언.앨런 테인 더닝 지음, 고문영 옮김 / 그물코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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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물건을 소비하고 사는 걸까. 가늠하기 힘들다. <녹색 시민 구보씨의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커피부터 신문, 티셔츠, 신발, 자동차, 콜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것들이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에서 이 책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처럼 사고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이른 아침 자명종 버튼 소리를 누르기도 전에 먼저 생각나는 커피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남아메리카 대륙의 콜롬비아에 있는 작은 농장에서 일당 1000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노동 하는 농부들의 수고로 우리는 모닝커피를 즐길 수 있다. 커피 수요가 늘어나면서 커피농장은 점점 넓어졌다. 그리하여 새들의 번식지가 없어지고 천적들이 사라지자 해충이 급속히 번식해 농장 주인들은 살충제 사용을 증가시켰다. 독성 강한 화학 약품 중 일부는 노동자의 폐에 들어가기도 하고 주변 생물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옷장을 열어보면 옷이 참 많다. 충동구매에 의한 것도 있고 오랫동안 망설이다 구입한 옷도 있다. 우리의 자발적 구매 행위로 옷장에 들어찬 그 많은 옷들을 우리는 골고루 입지도 않는다. 좋아하는 옷만 골라 입고 버리기는 아까워 옷장에서 잠만 자고 있는 옷도 많다.

옷이 환경에 끼치는 가장 큰 영향은 세탁 과정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고 합성세제가 사용된다. 세탁 후 전기로 건조하면, 옷을 처음 생산할 때보다 약 10배 정도 되는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세탁기에서 건조하기보다는 태양에너지만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것은 건조기처럼 옷을 닳게 하지도 않는단다.

신발도 마찬가지. 신발장을 열어보면 신발이 참 많다. 한 사람에 몇 켤레씩, 식구가 많은 집은 자연 신발이 넘쳐나게 마련이다. 신발 편에서 녹색 시민이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오래 신을 수 있는 신발을 사라. 신발이 닳으면 고쳐 신어라. 수선은 물건을 재활용하는 유력한 방법이다. 멀리 외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당신이 사는 지역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구입하라. (중략) 당신이 무엇을 입고, 신을 것인가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자발적 가난을 서약하라." (59~60쪽)

물품이 넘쳐나면 행복하세요?

이 책은 많은 용품들 가운데 환경에 가장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동차라고 말한다. 자전거를 타면 공기도 오염되지 않고 지구 온난화 속도도 늦출 수 있다. 휘발유를 비롯한 화석 연료도 줄어들고 유독성 화학 물질의 대기배출량도 줄어든다.

그러나 자동차는 기후를 위협하는 약 2000cc 가량의 이산화탄소, 건강을 위협하는 약 200cc 가량의 일산화탄소를 내뿜는다. 매연 형태의 탄화수소와 이산화질소도 약간 내뿜는다.

물론 부족사회가 아닌 이상 자동차를 타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자동차로 이동해야 하는 거리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자동차와 관련해, 저자는 녹색시민이 해야 할 일로 다음 사항들을 제시한다.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가능하면 차를 몰지 말아야 한다. 볼 일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카풀을 실천하며, 먼 곳에 있는 할인 매장보다 근처에 있는 상점을 다니라고 충고한다. 자동차를 살 때도 가능한 한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자동차를 구입하라고 조언한다.

"불행하게도, 이제 높은 소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보다 나은 삶에 대한 환상이 되어버렸다. 전 세계인들은 이제 매일 스테이크를 먹고, 한 집에서 차를 몇 대씩 굴리면서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매일 자신의 몸무게만큼 소비하는 행위를 지속할 수 없는 것처럼, 그러한 높은 소비 수준을 전 세계 사람들이 영위한다는 것은 그저 환상일 뿐이다. 자원 소비를 줄이고 삶의 참된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생활양식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세계적인 생태학적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124쪽)

마지막으로 저자는 "물질의 소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는 살아가면서 늘 잊어버리기 쉬운 비물질적인 것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때때로 우리는 더 나은 어떤 것이 없기 때문에 소비를 즐긴다"는 진단이다.

외롭거나 불만이 넘칠 때 우리는 흔히 물건을 사들이곤 한다. 가까운 사람과 정을 나누고 지역 사회를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가꾸는 데 전념하는 것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소비를 줄이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고 한다.

물질의 풍요 속에 살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넘쳐나는 쓰레기를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들은 생각이 많아질 것이다. 꼭 필요한 소비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가볍게 구입하는 물건 하나에 얼마나 많은 수고가 깃드는지, 그 때문에 얼마나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지 생각한다면 충동구매는 물론 식상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물건을 버리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녹색 시민이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더불어 사는 삶과 환경을 생각하게 만드는 <녹색 시민 구보씨의 하루>는 많은 깨달음을 줄 것이다. 자라나는 청소년은 물론 쇼핑을 낙으로 삼는 많은 사람들의 인식 전환을 불러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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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엘리엇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6
그레이엄 가드너 지음, 부희령 옮김 / 생각과느낌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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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엘리엇은 이른바 왕따 학생이었다. 물론 그가 왕따를 당할 만큼 잘못한 일은 없다. 갑자기 기울어진 형편 때문에 중고시장에서 산 다소 낡은 교복을 입고 다니며 말수가 적고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작은 체구를 가진 아이였을 뿐이었다. 대부분의 왕따 피해자가 그렇듯 특별한 이유 없이 엘리엇은 협박과 폭행을 당해왔다.

엘리엇은 스스로 '이미 죽었다'고 표현할 만큼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데,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피투성이가 된 아들을 보게 되고 전학시킬 것을 결심한다. 마침내 이사를 하고 새로운 학교로 전학가게 된 엘리엇은 말 그대로 '새로운 엘리엇'으로 거듭난다.

이곳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엘리엇은 부단히 노력했다. 일단 눈에 띄지 않는 게 중요했다. 또한 아이들에게 환심을 살 만큼 무언가 잘하는 게 있어야 했다. 많은 서클이 있었지만, 대부분 운동 서클이었고 엘리엇은 거의 모든 운동에 서툴렀다. 다행히도 수영만은 어릴 때부터 배웠던 터라 자신이 있었다. 엘리엇은 수영부에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명성을 드날리게 된다. 이로써 엘리엇은 적당히 눈에 띄지 않게 잘 적응하는데 성공한다.

홀민스터 중·고등학교도 이전 학교처럼 집단으로 학생을 괴롭히는 조직이 있었다. 그들은 수호자라는 이름으로 밀고자들을 곳곳에 심어두고 왕따 대상을 지목했다. 그리고 나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 그 '대상'을 괴롭혔다. 엘리엇은 이곳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학생을 목격하게 되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 광경을 보고는 파묻어버리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가 고스란히 되살아난 것이다.

'왕따'였던 엘리엇, 이젠 누굴 괴롭혀야 한다

친구를 사귈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루이즈는 엘리엇의 친구가 되기를 거부하지 않았고, 벤이라는 후배와도 친하게 되었다. '검은색과 흰색, 회색으로만 이루어진 세계'에서 루이즈는 아름답게 빛나는 어떤 색채였고 루이즈와 함께 있으면 엘리엇은 터질 듯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벤을 통해서 엘리엇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대에게 무서운 존재가 되려고 의도했던 것은 아니나 상대가 이미 그를 위협적인 인물로 감지하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엘리엇은 지난날의 자신이 생각나 벤에게 잘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는 엘리엇은 다시 또 다른 괴로움에 시달린다. 이제 왕따에서는 벗어났지만, 누군가를 괴롭혀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이토록 외로운 적은 없었다. 엘리엇은 괴로움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있기를 바랐다. 비난하지 않고 자기 말에 귀 기울여 줄 누군가가 있다면, 자기 내면에 있는 사악함을 모두 고백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 - 책 속에서

올리버라는 밀고자를 통해 수호자를 만나게 된 엘리엇은 구토가 날만큼 두려웠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엘리엇을 계속 지켜보던 수호자들은 엘리엇을 왕따가 아닌 수호자의 대열에 끼워주고는 차기 수호자가 될 훈련을 시킨다. 차근차근 훈련을 받아오던 어느 날, 수호자들은 엘리엇에게 주문을 한다. 이제 대상을 지목하고, 어떤 방법으로 괴롭힐 것인지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하고 얼마간 시간을 주었다.

처음에는 한 사람으로 시작했다. 본래의 엘리엇은 평범하게 살아가던 보통 소년이었다. 그 다음에는 두 번째 엘리엇이 나타났다. 나약하고 무기력한 소년은 괴롭힘을 당해야 했다. 그리고 차갑고, 무관심하고, 방어적이고,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는 세 번째 엘리엇이 출현했다. 그리고 이제 벤과 함께 있을 때의 엘리엇과 루이즈를 생각하는 엘리엇이 덧붙여졌다. - 책 속에서

과연, 가해자란 이름의 새로운 '엘리엇'이 될 것인가

엘리엇은 갈등에 갈등을 거듭한다. 가해자라는 이름의 새로운 엘리엇이 될 것인가, 아니면 '과거와 동일한 미래'를 일구어 나갈 것인가. 끔찍한 과거로 되돌아 갈 수는 없었다.

결국 엘리엇은 대상을 지목하고, 방법까지 제시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이전에 자신을 불러 폭력 서클의 존재에 대해 물었던 교장선생님에게 찾아가는 것으로 소설은 막을 내린다. 그 후 엘리엇은 어떻게 되었을까. 폭력 서클을 소탕하게 될 수도 있고 도리어 엘리엇이 곤경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엘리엇의 나이였을 때 왕따는 없었다. 다만 치맛바람이 거센 어머니를 두었다거나, 잘난 척하는 아이들이 마음 속 미움의 대상이 되었다 잊혀지는 게 고작이었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힘없고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장면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떤 애가 처형을 당하게 될지는 수호자들이 결정을 내려. 누가 처형을 당할지, 누가 그것을 집행할지 모두 수호자들이 선택하는 거야. 처형당할 아이만 선택하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만. … '수호자, 처형, 선택' 세련된 명칭들이었지만, 익숙하면서도 추악한 일을 가리키는 말들이었다. 덩치들, 폭력, 협박. - 책 속에서

학교 폭력은 이미 오래된 문제다.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가해자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엘리엇>은 왕따와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룸으로써 우리 사회가 진화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만의 문제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학교와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고찰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심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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