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엘리엇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6
그레이엄 가드너 지음, 부희령 옮김 / 생각과느낌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엘리엇은 이른바 왕따 학생이었다. 물론 그가 왕따를 당할 만큼 잘못한 일은 없다. 갑자기 기울어진 형편 때문에 중고시장에서 산 다소 낡은 교복을 입고 다니며 말수가 적고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작은 체구를 가진 아이였을 뿐이었다. 대부분의 왕따 피해자가 그렇듯 특별한 이유 없이 엘리엇은 협박과 폭행을 당해왔다.

엘리엇은 스스로 '이미 죽었다'고 표현할 만큼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데,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피투성이가 된 아들을 보게 되고 전학시킬 것을 결심한다. 마침내 이사를 하고 새로운 학교로 전학가게 된 엘리엇은 말 그대로 '새로운 엘리엇'으로 거듭난다.

이곳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엘리엇은 부단히 노력했다. 일단 눈에 띄지 않는 게 중요했다. 또한 아이들에게 환심을 살 만큼 무언가 잘하는 게 있어야 했다. 많은 서클이 있었지만, 대부분 운동 서클이었고 엘리엇은 거의 모든 운동에 서툴렀다. 다행히도 수영만은 어릴 때부터 배웠던 터라 자신이 있었다. 엘리엇은 수영부에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명성을 드날리게 된다. 이로써 엘리엇은 적당히 눈에 띄지 않게 잘 적응하는데 성공한다.

홀민스터 중·고등학교도 이전 학교처럼 집단으로 학생을 괴롭히는 조직이 있었다. 그들은 수호자라는 이름으로 밀고자들을 곳곳에 심어두고 왕따 대상을 지목했다. 그리고 나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 그 '대상'을 괴롭혔다. 엘리엇은 이곳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학생을 목격하게 되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 광경을 보고는 파묻어버리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가 고스란히 되살아난 것이다.

'왕따'였던 엘리엇, 이젠 누굴 괴롭혀야 한다

친구를 사귈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루이즈는 엘리엇의 친구가 되기를 거부하지 않았고, 벤이라는 후배와도 친하게 되었다. '검은색과 흰색, 회색으로만 이루어진 세계'에서 루이즈는 아름답게 빛나는 어떤 색채였고 루이즈와 함께 있으면 엘리엇은 터질 듯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벤을 통해서 엘리엇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대에게 무서운 존재가 되려고 의도했던 것은 아니나 상대가 이미 그를 위협적인 인물로 감지하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엘리엇은 지난날의 자신이 생각나 벤에게 잘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는 엘리엇은 다시 또 다른 괴로움에 시달린다. 이제 왕따에서는 벗어났지만, 누군가를 괴롭혀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이토록 외로운 적은 없었다. 엘리엇은 괴로움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있기를 바랐다. 비난하지 않고 자기 말에 귀 기울여 줄 누군가가 있다면, 자기 내면에 있는 사악함을 모두 고백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 - 책 속에서

올리버라는 밀고자를 통해 수호자를 만나게 된 엘리엇은 구토가 날만큼 두려웠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엘리엇을 계속 지켜보던 수호자들은 엘리엇을 왕따가 아닌 수호자의 대열에 끼워주고는 차기 수호자가 될 훈련을 시킨다. 차근차근 훈련을 받아오던 어느 날, 수호자들은 엘리엇에게 주문을 한다. 이제 대상을 지목하고, 어떤 방법으로 괴롭힐 것인지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하고 얼마간 시간을 주었다.

처음에는 한 사람으로 시작했다. 본래의 엘리엇은 평범하게 살아가던 보통 소년이었다. 그 다음에는 두 번째 엘리엇이 나타났다. 나약하고 무기력한 소년은 괴롭힘을 당해야 했다. 그리고 차갑고, 무관심하고, 방어적이고,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는 세 번째 엘리엇이 출현했다. 그리고 이제 벤과 함께 있을 때의 엘리엇과 루이즈를 생각하는 엘리엇이 덧붙여졌다. - 책 속에서

과연, 가해자란 이름의 새로운 '엘리엇'이 될 것인가

엘리엇은 갈등에 갈등을 거듭한다. 가해자라는 이름의 새로운 엘리엇이 될 것인가, 아니면 '과거와 동일한 미래'를 일구어 나갈 것인가. 끔찍한 과거로 되돌아 갈 수는 없었다.

결국 엘리엇은 대상을 지목하고, 방법까지 제시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이전에 자신을 불러 폭력 서클의 존재에 대해 물었던 교장선생님에게 찾아가는 것으로 소설은 막을 내린다. 그 후 엘리엇은 어떻게 되었을까. 폭력 서클을 소탕하게 될 수도 있고 도리어 엘리엇이 곤경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엘리엇의 나이였을 때 왕따는 없었다. 다만 치맛바람이 거센 어머니를 두었다거나, 잘난 척하는 아이들이 마음 속 미움의 대상이 되었다 잊혀지는 게 고작이었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힘없고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장면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떤 애가 처형을 당하게 될지는 수호자들이 결정을 내려. 누가 처형을 당할지, 누가 그것을 집행할지 모두 수호자들이 선택하는 거야. 처형당할 아이만 선택하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만. … '수호자, 처형, 선택' 세련된 명칭들이었지만, 익숙하면서도 추악한 일을 가리키는 말들이었다. 덩치들, 폭력, 협박. - 책 속에서

학교 폭력은 이미 오래된 문제다.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가해자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엘리엇>은 왕따와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룸으로써 우리 사회가 진화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만의 문제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학교와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고찰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심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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