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일 선현경의 신혼여행기 1
선현경, 이우일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초등학생 시절 이모가 보던 순정만화를 어깨 너머로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베르사이유의 장미> 또는 <캔디> 처럼 낭만적인 캐릭터들의 모습에 흠뻑 도취되어서 따라 그리기도 여러 번 했었다. 그러나 그때 잠시였다. 이모가 더 이상 만화책을 보지 않게 되자, 내게 만화책 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중학생이 되었고 그때도 여전히 만화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그 무엇이었다. 만화책 이야기로 쉴새없는 그들을 보면서도 나는 귀를 닫아버렸다. 만화의 중독성이 무서워서였을까? 생각해보면, 나는 겁쟁이다. 게임 중독처럼 만화 중독에 걸릴까 만화를 멀리했다니. 아니면, 만화 말고도 관심 둘 무엇이 있었기에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다. 만화 이야기가 길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다시 만화를 떠올리게 된다.


이 책에 후한 점수를 준다면 그림이 큰 몫을 차지할 것 같다. 아무리 잘된 묘사라 할지라도 한번 본 것만 못할 경우가 꼭 있기 마련인데, 이야기와 더불어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은 독자들에게 보는 즐거움마저 제공한다.


판에 박힌 결혼식이 있은 후, 역시 정형화된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이 통과의례일진대, 이들의 신혼여행은 특별하다. 그러니 책으로 나올 만할 법하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의 일은 차치하고라도 그들은 현재가 중요했다. 당장 때꺼리가 없더라도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었다.


그때의 여행이 평생의 자산이 될 거라 확신했던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멋진 일을 실제로 해낸 그들이 부럽다. 그들만큼 길지 않더라도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되게끔 계획한다면, 책으로 낼만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스페인 편이 기억에 남는다. 벼룩시장은 물론이고 가우디에 관한 글들이 꼭 그 나라를 가보고 싶게 만들었다. 직선을 혐오한 건축가답게 그가 설계한 많은 작품들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떠난다는 건, 비록 머물렀던 곳이 우리와 전혀 다른 세상이고, 아무런 상관없는 곳이어도 사람을 좀 슬퍼지게 하는 모양이다. 마치 여러 마리의 나비가 배 속에 꽉 차 있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남편도 무언가 아쉬운지, 10년 후에는 꼭 한번 다시 오자는 말을 했다. - 책 속에서


아내가 글을 쓰고, 남편이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더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된 것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