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민 구보 씨의 하루 - 일상용품의 비밀스러운 삶
존 라이언.앨런 테인 더닝 지음, 고문영 옮김 / 그물코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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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물건을 소비하고 사는 걸까. 가늠하기 힘들다. <녹색 시민 구보씨의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커피부터 신문, 티셔츠, 신발, 자동차, 콜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것들이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에서 이 책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처럼 사고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이른 아침 자명종 버튼 소리를 누르기도 전에 먼저 생각나는 커피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남아메리카 대륙의 콜롬비아에 있는 작은 농장에서 일당 1000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노동 하는 농부들의 수고로 우리는 모닝커피를 즐길 수 있다. 커피 수요가 늘어나면서 커피농장은 점점 넓어졌다. 그리하여 새들의 번식지가 없어지고 천적들이 사라지자 해충이 급속히 번식해 농장 주인들은 살충제 사용을 증가시켰다. 독성 강한 화학 약품 중 일부는 노동자의 폐에 들어가기도 하고 주변 생물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옷장을 열어보면 옷이 참 많다. 충동구매에 의한 것도 있고 오랫동안 망설이다 구입한 옷도 있다. 우리의 자발적 구매 행위로 옷장에 들어찬 그 많은 옷들을 우리는 골고루 입지도 않는다. 좋아하는 옷만 골라 입고 버리기는 아까워 옷장에서 잠만 자고 있는 옷도 많다.

옷이 환경에 끼치는 가장 큰 영향은 세탁 과정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고 합성세제가 사용된다. 세탁 후 전기로 건조하면, 옷을 처음 생산할 때보다 약 10배 정도 되는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세탁기에서 건조하기보다는 태양에너지만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것은 건조기처럼 옷을 닳게 하지도 않는단다.

신발도 마찬가지. 신발장을 열어보면 신발이 참 많다. 한 사람에 몇 켤레씩, 식구가 많은 집은 자연 신발이 넘쳐나게 마련이다. 신발 편에서 녹색 시민이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오래 신을 수 있는 신발을 사라. 신발이 닳으면 고쳐 신어라. 수선은 물건을 재활용하는 유력한 방법이다. 멀리 외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당신이 사는 지역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구입하라. (중략) 당신이 무엇을 입고, 신을 것인가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자발적 가난을 서약하라." (59~60쪽)

물품이 넘쳐나면 행복하세요?

이 책은 많은 용품들 가운데 환경에 가장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동차라고 말한다. 자전거를 타면 공기도 오염되지 않고 지구 온난화 속도도 늦출 수 있다. 휘발유를 비롯한 화석 연료도 줄어들고 유독성 화학 물질의 대기배출량도 줄어든다.

그러나 자동차는 기후를 위협하는 약 2000cc 가량의 이산화탄소, 건강을 위협하는 약 200cc 가량의 일산화탄소를 내뿜는다. 매연 형태의 탄화수소와 이산화질소도 약간 내뿜는다.

물론 부족사회가 아닌 이상 자동차를 타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자동차로 이동해야 하는 거리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자동차와 관련해, 저자는 녹색시민이 해야 할 일로 다음 사항들을 제시한다.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가능하면 차를 몰지 말아야 한다. 볼 일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카풀을 실천하며, 먼 곳에 있는 할인 매장보다 근처에 있는 상점을 다니라고 충고한다. 자동차를 살 때도 가능한 한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자동차를 구입하라고 조언한다.

"불행하게도, 이제 높은 소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보다 나은 삶에 대한 환상이 되어버렸다. 전 세계인들은 이제 매일 스테이크를 먹고, 한 집에서 차를 몇 대씩 굴리면서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매일 자신의 몸무게만큼 소비하는 행위를 지속할 수 없는 것처럼, 그러한 높은 소비 수준을 전 세계 사람들이 영위한다는 것은 그저 환상일 뿐이다. 자원 소비를 줄이고 삶의 참된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생활양식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세계적인 생태학적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124쪽)

마지막으로 저자는 "물질의 소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는 살아가면서 늘 잊어버리기 쉬운 비물질적인 것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때때로 우리는 더 나은 어떤 것이 없기 때문에 소비를 즐긴다"는 진단이다.

외롭거나 불만이 넘칠 때 우리는 흔히 물건을 사들이곤 한다. 가까운 사람과 정을 나누고 지역 사회를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가꾸는 데 전념하는 것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소비를 줄이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고 한다.

물질의 풍요 속에 살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넘쳐나는 쓰레기를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들은 생각이 많아질 것이다. 꼭 필요한 소비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가볍게 구입하는 물건 하나에 얼마나 많은 수고가 깃드는지, 그 때문에 얼마나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지 생각한다면 충동구매는 물론 식상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물건을 버리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녹색 시민이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더불어 사는 삶과 환경을 생각하게 만드는 <녹색 시민 구보씨의 하루>는 많은 깨달음을 줄 것이다. 자라나는 청소년은 물론 쇼핑을 낙으로 삼는 많은 사람들의 인식 전환을 불러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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