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정석 - 무에서 유를 만드는 10가지 빡신 기획 습관 기획의 정석 시리즈
박신영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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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앞서 삽질정신의 저자 박신영의 최근 저서로 그동안 갈고 닦은 기획 실력을 10개의 개념어로 다시 정리한, 그녀의 기획 노하우 최신 버전이라 할 수 있겠다.
Focus, 4MAT, Why, Drawing, Definition, Dividing, Concept, Action plan, Expectation, Storytelling

 

최신 버전답게 중요한 핵심 개념을 잘도 정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언젠가 기획을 할 때 다시 읽어보며 점검을 한다면 더 확실한 기획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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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정신 - 전설의 공모전 여왕 빡씬의 무한열정 다이어리
박신영 지음 / 다산북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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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서도 충분히 마음만 먹으면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다. 생물학적 나이를 떠나 누구에게서나 한 수 배우거나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면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인 박신영은 대학시절 다수의 공모전에서 입상하여 공모전의 여왕으로 불리우며 광고기획일, 강연 등으로 활약하였고 현재 폴앤마크라는 교육컨설팅 회사를 통해 대학과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일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그녀가 그 많은 공모전에서 입상을 하면서 깨달은 기획의 본질을 ‘삽질정신’이란 단어로 개념화하여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하는 기특한 발상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누가 하라고 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기획을 하기 원한다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조언과 내용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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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에서 휴먼으로 - '잘' 나이 들기 위해 알아야 할 휴먼 12계명
김흥숙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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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를 지나다가나 '우먼'이란 단어가 직감적으로 나를 잡아끄는 것을 느껴 꺼내 들었는데 서해문집에서 발행한 책이다. 서해문집에서 나온 책 중에서 좋아하고 신뢰하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바로 펴서 읽기 시작했다.

 

저자인 김흥숙 님은 지금은 나이 지긋한 언론인으로, 코리아타임즈, 연합통신에서 기자 생활을 오래 하셨고, 퇴사 후 칼럼리스트, 번역가, 작가로서 활동하며 재능을 통해 사회의 목탁 언론인의 역할을 올곧게 해 나가고 계신 분이다. 블로그 http://www.kimheungsook.com/ 도 운영하시길래 들어가봤더니 과연 분명하고 단호한 목소리를 내고 계신다. 한겨레 김선주 님이나 CBS 유인경 기자 같은 분을 연상시키는 시대의 촛불 한 자루 같다.

 
책은 중년, 그러니까 40대 전후에서 60대 정도의 여성을 타깃 독자로 쓴 책이다. 여성의 역할이 가정 안에서만 규정되는 것을 전제로 키워졌던 우리나라의 많은 여성들은 아직도 보부아르가 말한 ‘제2의 성’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이런 사람들에게 성 역할의 경계를 넘어 ‘제3의 성’인 진정한 휴먼으로 살아가길 권하는 글이다. 성 역할의 구분을 철폐할 것은 남성들에게 하는 말들이 대부분이지만 저자가 예리하게 지적하는 대로 여성 안에서부터 그 장벽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야 미국판 강경 페미니스트라 이런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아도 될만큼 진작에 성 역할의 구분은 간단히 뛰어 넘은지 오래이지만 다른 여성들의 각성 수준, 즉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인정하기 어려웠는데 이분의 조언을 찬찬히 읽어보자니 아직도 우먼과 맨의 범주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다소 이해도 되고 우리 사회의 여러 요소들이 어떻게 장애물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보부아르와 버지니아 울프가 일깨워 준 깨달음에서 시작하여 외모지상주의와 자본주의의 세례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길, 결혼과 비혼에 대한 진솔한 나눔,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러워야 하는 일인지 이야기를 나눠 주신다. 결국은 인생의 모든 맥락에서 우먼에 갇히지 말고 휴먼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 자유로운 인생을 후회없이 살 수 있는 길임을 아름답고 잔잔한 필체로 전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나처럼 늘 전투적인 모드로 이야기하지 않고 이렇게 한적한 공원에서 찬찬히 대화를 나누듯이 풀어주시는 것 같아 와닿는 내용이 무척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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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

예나 지금이나 아이 같은 저는 종이와 펜을 들고 그-글로리아 스타이넘-에게 가서 사인을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는 많은 유명 인사들의 사인을 받아 보았지만, 사인을 해달라는 제게 그때 그처럼 반응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는 “나도 너의 사인을 받고 싶은데… 내겐 종이가 없네.”라고 했으니까요. 저는 지금도 그가 해 준 사인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p.33

권교수–명지대 권인숙 교수-는 조 변호사–조영래 변호사-가 “실용적이고 가장 타당한 도덕적 기준 외에 허영심이나 명예욕, 고정관념에서 빚어지는 군더더기들은 단칼에 잘라내는 분”이었다고 회고합니다. “그래서 고민을 이야기하거나 어떤 의견을 주장하면 그 고민이나 주장 속에 담겨 있는 편견이나 고정관념 등의 허점을 정확하게 짚어 내 주셨고, 가장 상식적 기준으로 다시 한 번 바라보게 하셨다” (권인숙, 《선택》, 웅진닷컴, 2002, 재인용)

 
p.54

제도화된 종교란 삶에 대한 질문에 대해 남들이 마련해서 계승해 온 해답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사유 능력을 잃어버린 상대평가의 고수들은 수학 공식을 받아들이듯 의문 없이 종교를 받아들입니다.

 
p. 63

사실 우리나라처럼 사람의 외모를 중시하는 나라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에 인물을 선택할 때 보던 네 가지 조건 ‘신언서판(身言書判)’에도 외모를 뜻하는 신수가 들어 있고, “고사상에 놓는 돼지도 얼굴 보고 잡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p.94

결혼한 사람들이 들으면 기분 나빠할지 모르지만 결혼과 인격, 혹은 결혼과 행복 사이엔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습니다.

 
p.105

20세기 초 천재 작가 이상이 소설 《실화失花》에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라고 썼듯이, 관계의 유지∙발전을 위해서 얼마간의 비밀은 꼭 필요합니다. 부부 사이에서조차.

 
p.110

전쟁터에서 피는 꽃처럼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p.124

(대학 졸업 후 12년간 신문사 기자로 일하던 중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 한 후..) 하는 수 없이 제가 왜 그만두는지 털어놓았습니다. 그건 제가 ‘좋은 기자’가 되느라 바빠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을 문득 소홀히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자 노릇 12년이 되어 가던 어느 날 문득, 기자로선 유능한 기자가 되었지만 사람으로선 제가 원치 않는 사람이 되었음을 깨달은 것이지요. 일 잘한다는 말을 자주 듣다 보니 바람이 들어 기사 못 쓰는 동료들을 우습게 여겼고, 기자라는 명함을 들고 다니며 대접을 받다 보니 저도 모르게 얼굴과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남들이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에 현혹되어 제가 정말 잘난 줄 알고, 제 직함에 대한 대접을 제 인격에 대한 대접으로 착각했던 것입니다. 그때 처음으로 칭찬이 사람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p.147

일본에선 은퇴한 후 아내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남편을 ‘소다이고미そだいでみ’ 또는 ‘누레오치바めれおちば’라고 부르는데, ‘소다이고미’는 동사무소에 친고를 하고 버려야 하는 냉장고나 소파 같은 대형 폐기물을 뜻합니다. ‘누레오치바’는 ‘젖은 낙엽’이라는 뜻으로, 줄곧 아내를 따라다니는 남편이 신발 바닥에 붙은 ‘젖은 낙엽’ 같다고 해서 이런 표현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p.158

인간의 역사는 고통을 위대함으로 승화시킨 사람들의 역사입니다. 그 사람들에게 고통스러운 나날이 없었다면 자신 속의 위대함을 끌어내어 역사에 기록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는’ 것은 자신 속 위대함을 발견하는 데 장애가 되는 일이 많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당사자나 주변인들은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하겠지만요. 안락이 낭비와 태만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어두운 인생에도 무수한 반짝임이 있습니다. 아무리 큰 고통도 ‘더 나쁠 수 있었다’고 깨닫는 순간 견딜 만한 것이 되고 행복의 실마리가 됩니다.

 
p.161

자유로운 사람은 밥을 혼자 먹든 여럿이 먹든, 보석이나 명품이 있든 없든 행복합니다. 영영 마르지 않는 시내 하나를 알고 있는 사막의 낙타처럼 말입니다.

 
p.175

사회적 존재로서 남자와 여자가, 또 너와 내가 평등하다고 해서 내 인생이 가치 있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가진 시간과 재능을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쏟아 부어 공동선에 기여할 때 내 인생은 비로소 가치 있는 것이 됩니다. 자유는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가 ‘제1의 성’과 ‘제2의 성’을 벗어나 ‘제3의 성’으로 자신을 키워야 하는 이유는 바로 좀 더 자유로운 존재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자유는 법과 제도를 통해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 이상의 자유를 누리는 건 개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p.191

영국 속담엔 “걱정이란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것과 같다. 흔들의자는 당신을 움직이게 하지만 그 움직임으로는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다.”는 말이 있고, 터키엔 “나무를 파괴하는 것은 벌레들, 사람을 파괴하는 건 걱정”이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p.203

저 자신은 죽음을 출산과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스물일곱 살에 아기를 낳을 날이 다가올 때 두려운 마음이 들면, ‘인류가 존재하기 시작한 이래 낳아 오지 않았는가?’ 생각하면 두렵지 않았습니다.

 
p.210

지금 우리 사회가 성 에너지와 남성적∙여성적 가치에 탐닉하고 집착하며 인간적 추구를 게을리 하게 된 것은 죽음을 잊게 하는 생활과 환경의 탓이 큽니다. 무덤이 있는 마을의 사람들은 적어도 가끔은 죽음을 생각합니다. 가끔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큰 욕심을 부리거나 악행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타인의 죽음은 나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죽음을 한 번 생각할 때마다 나를 맑히니까요.

 
p.217

<개그콘서트> 중 ‘남보원’의 남성 출연자들의 구호를 보면 ‘요즘 젊은 여성들’의 모순적 태도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애프터는 필요없다! 계산서나 들고 가라!

들고 가라 들고 가라! 카운터는 왼쪽이다!

네 잘못엔 울면 되고! 내 잘못엔 뺨 때리냐!

울면 되냐 울면 되냐! 연기자로 데뷔해라!

네가 울면 천상 여자! 내가 울면 찌질이냐!

애교 떤다 치지 말라! 네 주먹에 눈물 난다!

벗어 달라 강요 말라! 가을밤엔 나도 춥다!

나도 안에 반팔이다! 체지방은 네가 많다!

이런 여성들,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여성들이 있는 한 진정한 남녀평등은 이루어지기 힘들 겁니다. 어쩌면 보부아르가 《제2의 성》에서 “그러나 남녀가 정말로 평등해지기 위해서는 법률∙제도∙풍습∙여론,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개선하는 것으로 충분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한 것도 바로 이런 여성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겁니다.

 
p.219

1968년 6월 보부아르가 여권 운동을 벌이며 외쳤던 구호를 상기하며 (우먼에서)‘휴먼’으로 진입하기를 바랍니다.

“바로 오늘, 생활을 고치자, 미래에 맡기지 말고, 기다리지 말고,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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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 리스트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 할인행사
롭 라이너 감독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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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간 자동차 수리공으로 일한 카터 체임버스(모건 프리먼)와 자수성가한 사업가 에드워드 콜(잭 니컬슨)은 비슷한 시기에 암에 걸려 같은 병실에 묵게 된다. 병과 항암제로 고통의 공감대를 형성한 그들은 우연한 기회로 버킷리스트라는 합의점에 이르게 되고 세계를 돌며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스카이다이빙을 시작으로 머스탱 몰며 레이싱, 아프리카 초원에서의 사파리, 피라미드 등 버킷리스트를 지워가며 여행을 한다. 카터는 콜의 가정사에 대해 알게 되고 콜은 카터의 아내의 전화를 받고 적절한 계기를 만들어 각자 집으로 돌아온다. 병세가 갑작스럽게 악화되어 카터가 먼저 하늘의 부르심을 받고 수개월 뒤 콜도 같은 길을 가게 되는 여정을 보여준다.

 

병원에서 만난 그들이 마음을 통하게 되는 모습을 보며 사회에서 부여받은 각자의 마스크를 쓰고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병마 앞에 나약한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사람이라는 게 거기서 거긴데 특별한 기회가 아니면 이렇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기 어려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집트 쿠프 왕의 피라미드 앞에서 나눈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카터가 콜에게 묻는다. 이집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천국 문 앞에서 신이 인간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한다고 하는데 무엇인지 아느냐. 콜은 모른다고 한다. 카터가 답했다. 하나는 삶에서 기쁨을 발견했냐는 것, 다른 하나는 남에게도 기쁨을 주었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콜이 자신이 아버지로서 기쁨이 되지 못했다며 딸 에밀리의 이야기를 꺼냈다. 나중엔 결국 카터의 도움으로 에밀리와 재회하게 되는데 자녀에게 부정당하는 부모의 마음을 참 아픈 표정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삶의 기쁨을 찾았느냐, 다른 사람에게도 기쁨이 되었느냐, 두고두고 생각해 볼 일이다.

 

‘아픈 몸’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만큼 둘은 버킷리스트를 지워가며 의미있게 하루하루를 보냈고 평생을 함께 한 가족의 품에서 일생을 마감한다. 인생을 바라보는 메타인지적 관점을 일깨워주는 영화였다. 하지만 그들이 해나가는 버킷리스트 항목이란 게 세계를 많이 돌아다녀야 하고 그만큼 돈이 많이 드는 일들이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수성가한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아끼지 않고 쓸 마음을 먹어야 가능한 것들이 많아 보였다는 점은 좀 아쉽다. 그리고 또 하나, 가족에 대한 좀 불편한 이해이다.

 

2인 1실의 병실에 누워 있는 그들의 모습은 전형적인 대비를 이루었다. 평생 수리공으로 일한 흑인 카터는 부유하지는 않지만 사랑하고 단정한 아내가 있고, 아버지를 신뢰하고 따르는 아들 둘, 바이올린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막내딸, 할아버지를 존경하는 손자 등 전형적으로 화목한 가정의 그림으로 그려진다. 반면 자수성가하여 막대한 부를 이루었으나 성격이 괴팍한 콜은 네 번이나 결혼했지만 찾아오는 가족이 없고, 인간미 없이 느껴지는 비서가 고급 커피 제조 기구를 들고 따라다니며 시중을 들기는 하나 누구에게라도 사랑은 받지 못하는 것처럼 그려진다.

 

이런 프레임식 대비는 솔직히 마음에 안 든다. 가난한 사람은 성격도 좋고 가정도 화목하고 아이들도 잘되고, 한 마디로 웃음꽃이 넘치고, 부자는 성격이 나빠서 주변에 가족도 친구도 없고 그저 돈만 밝히는 비서 정도만 남게 된다. 가난한 사람은 가족들이 찾아오는데 부자는 병문안객이 하나도 없다. 가난하고 착한 사람은 병에 걸려도 이렇게 행복한데 부자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다 소용이 없이 저렇게 외롭고 불행하구나.. 뭐 이런 걸 느끼라는 식이다.

 

하지만 병원 이후 장면에서는 카터의 재력 덕분이 둘이 버킷리스트를 이뤄가며 여행을 하는 것을 통해 둘이 서로 적절한 역할을 하며 공존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왜 꼭 가족이어야 할까. 열심히 일하는 남자, 가정을 돌보고 아이들을 살뜰히 챙기는 여자, 그리고 어딘가 좀 기특한 구석이 있는 아이들, 현실은 별로 그렇지도 않으면서 매체에서는 왜 이런 가족들을 보여줄까. 가족이 없으면 엄청난 절망에 빠지는 것처럼,, 실제로는 돈이 없으면 엄청난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말이다. 돈, 물질만능주의가 타파되어야 할 우상인 것처럼 가족이데올로기도 그런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4인 가족이 화목하게 수십 년을 살아갈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치명적인 상처와 억압이 생성되는 곳이 가족이고 남부럽지 않은 가정의 경계에서 소외된 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가정의 순기능이야 두말 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이런 식으로, 그러니 봐.. 가족이 소중하잖아, 가족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다고, 식의 어투는 왠지 강요로 느껴진다.

 

가족은 생존에 필요한 물, 자연, 공기와 같은 기본적인 존재로 여기고 -기본적이므로 상호 존중이 되어야 함은 물론- 그걸 그렇게 드높이지 않으면 안되나.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절대적으로 여길수록 다양한 관계로 인한 유익이 줄어드는 게 아닐까. 예수님이 가족을 미워해야 하는 필요에 대해 말씀하시고 십자가에서 자신의 가족을 해체하여 재구성하신 모습은 이런 불필요한 울타리와 경계를 경계하신 말씀은 아니었을까,,, 아주 아주 조심스럽게 더듬어 본다.

 

그리고 그렇게 드높이고 싶은 가족이 유지되려면 여자의 희생이 절대적이다. 가정은 관계의 요소가 핵심이므로 관계에 대한 감각이 길러지지 않은 남자와 가정을 이루면 여자의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가부장제를 문화적 기반으로 하는 모든 종교에서 여자를 출산과 양육을 담당하는 생물학적 존재로만 머물게 하며 가족이데올로기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신적 권위를 가지고)이것 보라구, 가정이 이렇게 소중하니 여자가 희생하고 좀 참아야지 어쩌겠어. 사실 이건 참고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출산과 양육, 인격의 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무엇보다 숭고한 일이거든, 무엇보다 생명이 가장 귀한 거 아니야, 식의 가족주의 역시 타파되어야 할 우상이 아닌가 말이다.

 

어쩌다 이야기가 옆길로 많이 샜지만 이런 가족주의 프레임 구조만 빼면 자신의 삶에 대해 각성해 보고 마음을 열고 스몰 액션으로 나아가게 하는 아주 따뜻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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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쇤부르크 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김인순 옮김 / 필로소픽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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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본능에서인가, 어디선가 책 제목을 보고 그에 대비하여 한 번 읽어두면 좋겠다 싶었다. 결론은, 나한테는,,, 자신감, 내면과 외면의 일치, 이런 적용을 하게 되었다.


가난하게 사는 법은 사실 그리 먼 경험은 아니었다. 사업 실패로 인한 집안의 몰락, 패자의 대열에 들어선 듯, 유년 시절의 내가 살던 곳은 만원 지하철과 만원 버스로 다다를 수 있는, 출구 없어 보이는 경기도의 한 구석이었다. 집안 형편에 일찍 눈이 뜨게 된 나는 타고난 성향도 그랬는지 절약과 내핍이 자연스레 몸에 배였다. 훨씬 여유가 있고 안정된 지금도 물건을 사는 기준의 대부분이 싼 값 때문이고, 싸지 않은 걸 사는 건 어색하다.


아이들도 어느새 엄마의 이런 성향을 알아차렸다. ‘엄마는 싸다고 이렇게 많이 샀어’, ‘엄마는 싸면 꼭 사.’라는 말이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그래 맞다. 필요 없는 물건을 사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고, 소비는 언제나 생필품 위주, 간식류에 돈을 쓰는게 무척 아깝다. 식재료, 음식이 썩어서 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금도 이렇게 검약을 실천하고 있는데 더 가난해지는 법이라니... 안될 것 같다..


저자는 나와 달리 부유한 집안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인지 부모님께 훌륭한 가르침을 받았을터이고, 그래서 지금과 같은 갑작스런 실직과 가난에도 이런 철학을 가지고 의연하게 대처하며, 책도 쓴 것 같다.


관광 상품을 구입하는 여행이 아닌 진정한 머무르기의 여행을 하기, 외식 대신에 손님을 집으로 초대해서 음식 나누기, 헬스클럽이 아닌 야외에서 열심히 뛰기,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보람을 발견하기, 매스미디어에 분별해서 대응하기 등 인생을 자신의 기준과 형편에 맞게 담백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진정한 주관을 가지고 환경에 주체적으로 대응하며 살 마음가짐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돈이 없는 것에 타인의 시선으로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내가 가진 것에 근거하여 만족을 누릴 수 있는 법, 마음 깊은 곳의 위선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적절하고 위트있게 제안하여 오호~ 하며 맞장구칠만 한 이야기가 많다.

내가 특별히 공감한 대목은 외식 대신에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라는 제안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어딜 가나 맛집 타령으로 sns와 웹이 다들 난리다. 맛집 정보 대홍수가 유익한 면도 물론 있겠지만 모이면 의례 맛집을 찾는 대세 속에 가정에서의 소박한 식사가 소외되는 느낌이 들었다. 신선하고, 원산지를 알 수 있는 재료로 위생적인 환경에서 조리한 각 가정에서의 식사는 대중의 입맛에 각인되기 위해 맵고 자극적인, 원산지를 알 수 없는 재료와 생소한 조미료, 향신료로 만들어진 맛집 음식보다 당연히 좋은 면이 많다. 만들어진 맛집도 많아서 이제 맛집 정보 가운데 진정한 맛집을 찾아내는 것도 능력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향을 알 수 있는 신선한 재료로 위생적으로 준비한 식사를 단 밥 한 그릇과 국 한 사발일지라도 감사하게 먹는 마음이 정말 값지게 여겨지는 시대이다. 손이 많이 가는 어린 아이들과 거의 외식을 안하며 집에서 매번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래서 고집하고자 한다. 매일 새로운 메뉴를 궁리하며 이런 저런 모양으로 담아내는 식탁이 아주 맛있지는 않겠지만 얼마나 귀한 건지 알려주고, 귀한 나의 손님들도 내 손으로 대접하기를 고집하련다.

외식 이야기 뿐 아니라 그동안 소신있게 할 수 없었던 행동들도 그런 속내를 살짝 보여주니 툭 털어내고 의연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얘들아 우리는 이제 자동차가 없단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이렇게 잘 되어 있으니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거야. 저는 식후에 바로 커피 마시는 걸 별로 안좋아해요. 배도 부르고 돈도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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