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O.S.T.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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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태어나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유럽에서 유명한 테너가 된 오페라 가수가 있다. 유럽의 각종 콩쿨과 플라시도 도밍코 주최 콩쿨에서 입상을 하며 '100년에 한번 나오는 목소리'로 찬사를 받았다.

 

2004년부터 독일 오페라단에서 활동하던 중 갑작스런 갑상선암 선고로 무대에서 내려오게 된다. 암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성대가 마비되어 정상적인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부인과 일본인 매니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일본의 성대수술 권위자에게서 수술을 받고 성대를 회복하게 된다. 재기를 앞두고 연습하던 중 암수술 과정에서 횡경막 신경이 손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본에서 재기 공연을 앞두고 알게 된 이 사실에 다시 한번 절망하지만 무대와 노래를 향한 열정과 가족, 팬들의 응원 덕에 다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다.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실제 주인공 배재철의 이야기이다.

뛰어난 예술가의 운명적 좌절과 재기를 다룬 소설인가보다 했는데 실제 테너이고 지금도 활동하는 배재철의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성대 수술 과정 장면도 영화는 실제와 매우 비슷하게 그려냈다. 부인의 직업이 실제로는 간호사라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배재철과 같이 성악을 공부했던 사람으로 나오는 건 좀 다르다.

 

운명같은 큰 아픔에도, 절망하지 않고 길을 찾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타고난 천재라고 해도 질병 앞에 무력한 인간이고 충분히 좌절할 수 있을만한 상황에서 새로운 꿈을 품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노래로 성공과 희열을 맛보았고 오페라 무대의 큰 매력을 느꼈기에 그 경험이 어느정도 원동력이 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성대수술과정에서 부르는 노래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를 보아 독실한 신앙심도 큰 힘이 되었을거라 생각한다.

 

목소리를 잃고 그도 처음에는 원망을 한다. '재능을 주셨으면 지킬 수 있게 해 주어야지..."라고 말이다. 그러나 특별한 아픔을 기회로 삼아 한층 깊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의지와 노력과 상관없는 예기치 않은 아픔이 찾아오지만 원망과 타락의 기회로 삼느냐 성숙의 기회로 삼느냐는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이렇게 결말을 아는 이야기는, 말하기가 쉽다. '절망적인 아픔을 겪었지만 불굴의 노력으로 재기에 성공하였다'라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인생 이야기는 아직 진행중인, 결말을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해서 어떻게 될까, 좋은 열매를 거두고 그동안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다며 보람을 느낄 순간이 과연 올까......

 

이런 보장이 있다면 앞뒤 안가리고 이 일에 매진할 수 있을텐데, 결말을 알 수 없는 이야기 중간에서 나는 늘 머뭇거리고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다. 희망이 보일 것 같다가도, 그렇게 쉬운 일이 있을리가.. 하며 언제고 도망갈듯이 한쪽 발만 살짝 당그고 있는 모양새다.

배재철도 이렇게 기쁘고 감격적인 순간이 다시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나의 길 끝에도 기쁘고 뿌듯한 순간이 언젠가 있으리라 믿음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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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치킨 - 까칠한 아티스트의 황당 자살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박언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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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은 영화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을 보고 쓴 글이다.

 상품을 선택해야만 글이 써 져서 어쩔 수 없이 원작 그래픽 노블을 걸고 쓴다.)

 

 

우연히 TV에서 영화를 찾다가 제목을 보고,,, 언젠가 기억에 잠시 넣어두었던 영화였던 것으로 나중에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이 났다. 시놉시스를 보니 바이올리니스트의 이야기인 것 같아 구매를 하고 보니,,, 페르세폴리스의 그 '마르잔 사트라피'가 제작한 작품이 아니던가. 역시 제목과 배우 이름이 나오는 초반 화면부터 음악과 화면 색감이 예사롭지 않다. 우연히 고른 것 치곤 너무 운이 좋았다.

 

배경은 이란. 바이올리니스트인 나세르 알리의 바이올린은 부인과의 다툼 끝에 부서져 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마음에 들법한 악기를 새로 사지만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나세르 알리는 마음에 드는 악기를 구할 수 없다는 절망으로 일주일 뒤 자살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결심 하루째, 이틀째, 삼일째, ... 이렇게 하루하루의 에피소드가 그려진다. 그리고 영화의 처음 장면-주인공의 장례식 장면-처럼 일주일 뒤 자살을 감행한다. 일주일 동안 가족들이 차례 차례 자살을 만류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모습을 회상하고, 저승사자를 만나는 장면까지 자살에 이르는 하루하루는 심각하지 않고 극적이고 심지어는 코믹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일주일이 거의 되었을 즈음엔 첫사랑 ‘이란’과의 회상이 등장한다.

 

이란과는 그녀 아버지의 반대로 헤어졌지만 나세르 알리는 그 아픔을 승화시켜 뛰어난 예술가가 되었다. 그리고 원치 않는 결혼 생활에서 사랑을 느끼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바이올린을 새로 구입하려 오가는 길에서 이란을 우연히 마주친다. 그러나 이란은 의도적으로 주인공을 모른체 하고, 주인공은 이에 극단적 슬픔과 절망을 겪고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바이올린을 구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절망,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에 숨겨둔 사랑인 이란에 대한 절망이 뒤엉켜 생에 의지를 찾지 못하고 삶을 스스로 마감하기로 한 것이다.

 

나세르 알리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바이올린이었다. 스승으로부터 받은 그 바이올린에는 첫사랑에 대한 애절함이 들어 있었다. 예술혼을 지탱해주던 바이올린이 부서지고, 우연히 마주친 이란마져 그렇게 헤어져버리자 나세르 알리는 삶을 지속할 수 없었고 극단적 선택을 한다.

 

익숙하지 않은 이란의 거리와 배우들의 모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래픽 노블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의 감각으로 인해 영화는 한 장 한 장 그림을 보듯 아름답고 극적으로 펼쳐진다. 이란 배우들의 풍부하고 새로운 표정과 모습들도 아름답다. 할머니가 되었으나 여전히 우아하고 첫사랑을 마주치고도 모른체 하며 혼자 슬픔을 터뜨리는 ‘이란’의 모습처럼 영화의 배경이 신비롭고 매력적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이 그렇게 바이올린과 사랑에 모든 걸 걸만큼 단조롭고 홀연히 벗어버릴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이건 아름다운 영화이며 소설인 것 같다. 지상의 예술가들은 예술 외에도 삶이 얽매여 있는 것이 많다. 나는 예술가가 아니라서 더 이상은 모르겠지만 예술에 자신을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예술가가 부럽다. 물론 예술을 예술로서 지키기 위한 고통이 뒤따르겠지만 짧은 인생을 긴 예술에 잇대어 살 수 있는 건 어쨌든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화의 원작은 마르잔 사트라피의 그래픽 노블 ‘자두치킨’이라고 한다. 주인공의 부인이 주인공에 대한 애정을 표현할 때 만들었던 음식이고 자두치킨에 대한 주인공의 칭찬은 그녀에게 사랑을 의미했었다고 한다. 그래픽노블에 비해 자두치킨의 상징이 약화되었으므로 영화 제목이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이 되었는지 싶다. 원작도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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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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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출간되었고 1994년 작가 존 윌리엄스가 사망한 후, 2006년 재판이 발간되면서 미국,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은 소설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출판되었는데 출판 이후부터 요즘까지 역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다른 책을 읽다가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안타깝다- 인용된 내용을 보고 호기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러고보니 인터넷 서점에서도 호응이 크고 팟캐스트에 등장하는 등 요즘 핫한 책인 것 같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대출 예약을 한 끝에 읽게 되었는데......

 

서론이 이렇게 긴 이유는.. 나에게는 저렇게 큰 감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간쯤 읽었을 때까지도 별 감동이 없어서, 신경쓰는 일이 많던 시즌이라 집중이 안되서 그런지, 아니면 내 감성에 무슨 결함이 있어서 그런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서평도 찾아보고 블로그도 뒤져보면서 이 책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도 했었다.

 

다 읽은 지금, 대다수 독자들의 의견과 같이 ‘평범’ ‘우직함’ ‘열정’ ‘안타까움’이 점철된 우리네 평범한 사람의 인생이야기라는데 공감한다. 초반부에 있는 것처럼 한두 단락 정도로 요약할만한 평범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이다. 구석 구석 감동도 있고 안도감과 슬픔도 있다. 농부의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대학에 입학한 뒤 문학의 맛을 느껴 영문학자의 길을 걷게 되고, 첫눈에 반해 결혼을 했지만 내내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고, 아이와 친밀함을 나누던 시기도 있었지만 어쨌든 자녀도 나름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갈등과 반목 가운데서도 놓지 않은 학자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평생에 잊을 수 없는 로맨스까지...

 

대부분의 사람이 이정도의 굴곡진 인생을 사는 것 같다. 전쟁이나 극심한 고통, 갈등 또는 극단적인 사랑의 사건 등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의 일대기를 극적인 문체로 그려내어 독자 자신의 삶을 조명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은 이 소설의 매력이라 인정한다. 누구나 각자에게 심각했던 어떤 일을 그려내자면 스토너가 겪은 일들 정도의 심각성은 있을 것 같다. 모두가 그렇게 충분히 소설같은 일들을 겪으면서 살아간다.

 

(평범한 인생을 극적으로 그려낸 면에서는 최근에 읽은 펄 벅의 <대지>와 후속편 <아들들> <분열된일가>에서 훨씬 큰 감동을 얻었다. 중국 근대화 무렵을 배경으로 한 농부 가족의 3대에 걸친 일대기로 같은 동양인으로서 이해와 공감이 훨씬 잘 되었다. 펄 벅의 부모는 중국으로 건너 온 미국인 선교사이었다고 하는데 미국인으로서 중국인 가정 3대의 이야기를 무척 실감나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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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는 공부 - 점수와 등수를 뛰어넘는 두근두근 공부 이야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기획 / 시사IN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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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공부 생태계를 꿈꾸는 공부 이야기>

MIT박사 출신으로 유명한 김진애 건축가는 공부란 자생력있는 유기적인 것이라며 '공부 생태계'를 제안한다.

서울대를 나왔지만 MIT에 유학가서 진정한 공부를 처음 경험했다며 이를 공부 생태계라고 했다.

공부에 대해 서열화된 개념을 탈피해서 누구나 문제를 발견하고 어디선가 어떤 활동들을 시도하고

실패, 성공, 경험 축적을 통해 일과 노하우와 돈이 돌고 에너지가 일어나는 것이 공부 생태계이다.

짦게 축약하기 어렵지만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기성세대들에게는 전복적인 상상력을 요하는 것이다.

 

일과 공부, 그리고 두 자녀 양육과 함께 누구보다 바쁜 중년을 보낸 그가 부모들에게 하는 몇 가지 당부도 있다.

결론적으로 아이들을 신뢰하고 안정적인 행복감, 그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자는

원론적이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부모가 얼마나 긍정적인 태도로 아이들을 대하고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경험하느냐에 달린 것이라는 원초적인 진리를 되새기게 해준다.

 

나도 어느새.. 이제는 이런 자녀교육 성공 경험담을 들어도 총론과 각론은 구분할 줄 알게 된 것 같다.

자세한 방법론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고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면,

결론은 항상 사랑과 신뢰, 안정 등 기초적인 것들인 것 같다.

 

2장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공부, 초등편>

경기도 남양주의 밀알두레학교라는 초중고 통합 대안학교의 교장인 정기원 선생님의 이야기이다.

대안학교 교사로서 기존 교육과 차별화된 가치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공부'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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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블랙 장르의 재발견 1
오스카 와일드 지음, 서민아 옮김 / 예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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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는 화가의 모델이었다.

매력있고 잘생겼던 그는 화가와 그 친구 헨리에게 호감을 샀고

초상화가 완성된 후에도 이들과 관계를 이어간다.

그런데 초상화는 살아있는 사람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모습이 변한다.

그레이가 나쁜 일을 저지를때마다 그 죄가를 치르듯 인상이 험악하게 변해간다.

이 사실을 알고 그레이는 초상화를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방에 감추어 둔다.

그레이가 악행을 저지를수록 초상화는 점점 험상궂게 변해가고

반대로 그레이는 아름답고 순수한 얼굴과 젊음을 간직한다.

그레이는 초상화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살인까지 저지르고

결국 초상화를 찢으며 자살에 이른다.

 

매력적이고 순수하고 고상해 보이는 인간의 이면에 있는

또다른 추악한 진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레이처럼 누구나 다른 사람이 상상도 못할 죄악을 마음 한켠에 품고 살아갈 것이다.

그레이는 화가를 통해서 만난 헨리에 의해 악한 심성이 부추켜졌으나

근본은 그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죄악의 뿌리가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악행들을 사람은 어느 누구도 모를 수 있었지만 초상화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이 내면을 감추려고 해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언젠가 본심이 느껴지고 어떻게든 드러나게 되어 있다.

초상화가 아닌 자신의 얼굴이든, 말이든 표정이든, 가까운 사람에게든

어떤 방법이든 사람에게서는 냄새가 나고 내면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진실한 모습에서는 어느 정도 악취가 난다.

 

 

그레이와 헨리, 그리고 화가와의 관계, 동성애적 뉘앙스 등

문화적으로 약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그레이가 바질을 살해하고 뒤처리를 부탁한 예전 친구에게

어떤 내용의 글을 보여줬기에 그가 순순히 협조하고

자살까지 하는지는 이야기가 끝이 나도 밝혀지지 않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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