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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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대한 뭉클한 반성과 통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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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이소이 요시미쓰 지음, 홍성민 옮김 / 펄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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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p28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었다. 새틀라이트 캠퍼스가 무슨 말이냐며 당시 도쿄도의 담당자에게 전화로 거센 항의를 받은 것이었다. ... 하물며 빌딩 내에서 해도 된다고 허락했을 리 없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화를 냈다.

다행히 게이오대학에서 문제를 해결해 별 탈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금은 대학들이 도심의 건물을 빌려 사회인 교육과 대학원 수업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는데 게이오대학과의 선구적인 시도가 그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p35 때마침 제삼의 장소The Third Palce’라는 용어가 등장해 사무실도 집도 아닌, 그것들의 중간 영역으로서의 카페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거다 싶었다. 자신만의 제삼의 장소’, 마음이 편하고 행복을 불어넣는 장소를 만들자.

 

p49 조용히 내 말을 듣고 나서 그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꼭 같이 해보자고 격려해 주었다. 난생처음 나의 말에 귀 기울여준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이루 그와 함께 반년 동안 일본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다. ... 당시 나는 52세로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나이였지만 용기 내어 많은 사람 앞에서 동네도서관에 대한 꿈을 이야기했다. 그 자리에 있던 청년들 모두 한마음으로 격려하고 응원해주었다.

 

p56 배움에는 나이나 성별, 지위 따위 사회적 조건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런 차별없는 배움의 나눔을 실현하고 싶었다. 오랜 고민과 논의 끝에 저마다 책을 갖고 모여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을 싱행해보기로 했다. 책에 관해 각자 의견을 말하다보면 어떤 점에 공감했는지 알 수 있고, 서로의 흥미와 관심사도 알게 된다. ... 책을 매개로 하면 지위나 입장이 아닌, 상대방을 사람 그 가체로서 받아들일 수 있고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배움을 나눌 수 있다.

 

p63 동네도서관은 사람의 힘을 믿고 꿈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활동이다. 자신이 먼저 용기 내어 첫걸음을 떼면 반드시 함께하는 사람이 생긴다. 일단 시작할 용기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손을 내밀고 등을 밀어준다

 

p86 현재 일본에는 8만개가 넘는 절이 있다. 현대인의 생활과 밀접한 편의점의 수가 4만개라고 하니까 숫자상으로는 딱 두배다. 그런데도 평소에는 대개의 절이 문을 닫아놓아서 사람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 커뮤니티와 사람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절이 되도록 동네도서관과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

 

p129 현대인의 생활환경은 대중을 철저히 이용자로 만들고 있다. 행정이나 기업에서 모든 시설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우리는 그 시설과 서비스를 그저 이용할 뿐이다. 이것은 언뜻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참여의식을 떨어뜨려 매사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코스요리처럼 차례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선택만 하나 보니 싫증이 나기 때문이다. 도서관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발상을 바꿔 이용자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도서관으로 방향을 바꿨다.

 

p134 흔히 강연자를 초대하는 이벤트에서는 참가자가 많을수록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참가자가 적으면 강연자에세 실례이고 이벤트도 실패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역시 주최자나 강연자의 일방적인 편견일 뿐이다. 참가자는 가능하면 강연자와 가까이서 토론하며 질문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하려면 사람 수가 적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모든 사람이 충분히 토론에 참여할 수 있으므로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남의 눈치를 보거나 우물쭈물하지 않고 질문할 수 있다. 참가자 수가 적으면 말하는 사람도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부담없는 만남이 이루어진다. 높은 강단에서 많은 사람을 내려다보며 강연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강연자나 사람 모으는 일에만 혈안이 되기 쉬운 주최자가 오히려 본래 소통의 믜미를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p155 혼자 활동을 하면 불안하다. 동네도서관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과연 생각대로 실현될까, 의미 있는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개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끼리 연계해 서로를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p188 동네도서관에는 당연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참가하는데 보다 우선하는 것이 사람이다. 서로 책을 소개하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가치관을 접할 수 있다. ... 자신이 가져온 책을 소개한 뒤 다른 사람이 그 책을 빌려 가 읽고 감상을 말할 때의 기쁨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 누군가 자신의 가치관을 공유할 때 느끼는 기쁨이다. 이 기쁨이 동네도서관이 늘어나는 원동력이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책 제목을 접했을 때, 이거다, 싶었다. 언젠가 이사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큰 도서관 옆에서 살겠다는 바램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보니 내가 사는 주변에 도서관을 만드는 것도 바램을 이루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수동적인 이용자나 서비스 수혜자의 자리가 아닌 운영자로서의 보람과 성취감, 나눔과 공유를 통한 연대감까지 맛보게 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첫걸음을 내디디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손을 내밀 것이라 한 말을 간직하고 싶다. 일본의 절처럼 많은 우리나라 교회들에도 이런 동네도서관과의 협업이 새로운 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함께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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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가족 - 중산층 가족의 입시 사용법
김현주 지음 / 새물결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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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2 문자메세지와 생애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부모가 자녀들에게 소중한 존재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읽을 수 있다. 중년 부모들은 휴대폰 문자 창을 통해 자녀와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속마음이 재촉하는 것보다 한 박자 느린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또한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소박한 애장품에 대한 답변에서 보듯이 자녀의 성장 여정을 마음에 기록하고 보관하는 임무에 충실함으로써 자녀에 대한 깊은 애정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부모의 참된 자랑과 가족의 긍지에 대해, 사색의 힘에 대해 자녀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만난 부모들은 거인과 같은 아버지, 희생적인 어머니라는 전통적인 부모상 대신 코칭 전문가로서의 부모상을 모색한다.

 

p** 그런데 부모들은 자녀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명예도 얻는 그런 길을 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도 사회에서 인정받는 대학졸업장을 받아 든 후에 이 모험적인 여정에 나서기를 바란다. 혹시 고려한 길이 여의치 않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 대학 졸업장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뒷심이 되어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길은 끝까지 치열하게 이루어내지 못하면 평범한 샐러리맨보다 못한 허망한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p104 그런데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자녀의 실패가 가족 전체의 실패로 여겨짐에 따라 자녀가 특정 학벌을 취득하기 위해서 부모의 경제적 문화적 자본이 총동원되는 구조이다. 따라서 어떤 뜻있는 부모가 자녀에게 사교육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해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자녀에게 경쟁 대상인 친구뿐만 아니라 친구의 부모와도 동시에 상대해 경쟁하라는 뜻이 된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공부한 적이 없다는 자괴감을 대체로 공감하는 대부분의 신세대 자녀들은 공부의 중요성만큼은 잘 인지하고 있다. 공부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공부밖에는 미래를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찌감치 특정 분야에 매료된 소수의 자녀들을 제외하고 공부는 대학 진학을 위한 수단 이상 이하도 아니다. 이들에게 대학 진학은 돈도 많이 벌고 힘들지 않게 살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할 징검다리다. 공부는 곧 대학 진학, 대학 진학은 곧 돈과 성공을 뜻한다. 부모에 대한 존경심과 갈등이 교차하는 유일한 지점도 공부를 둘러싼 관계 맺기 문제와 관련된다. 부모들은 공부 잘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돈 많이 벌라는 직설적 표현을 한 적이 없건만 자녀들의 머릿속에는 돈이 최고야라는 뜻의 메시지가 강력하게 떠돈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중산층 이하로 살게 될 것 같은 두려움도 엄습한다.

 

p135 세계화의 흐름에 따라 국가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업적주의와 엘리트주의는 보편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육 낙원이라 불렸던 프랑스와 독일의 교육체제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에 적응하는 과정으로서 부모의 자녀교육열 또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고유명사의 성격마저 띠고 있는 교육열에 대한 시각은 특수성 프레임으로부터 일정 부분 빠져나와야 한다. 특수성 프레임에 갇힌 사유는 한국 사회의 교육열이 노정하는 왜곡의 지점을 올바른 각도에서 마주하지 못하고 냉소주의에 빠지게 할 뿐이다.

 

p208 이렇게 상반된 교육 현실 속에서 어떻게 이 두 나라는 나란히 최상위권 성적을 올릴 수 있었을까? 우선 핀란드의 교육적 성과는 국가의 교육철학에 따라 전사회적으로 리모델링을 하다시피 한 교육지원 체에의 변화를 통해 얻은 결실이다. 단 한명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는다는 핀란드의 복지제도와 교육철학의 성과인 것이다. 반면 한국의 교육적 성과는 교육의 무게를 국가가 아닌 가족이 사교육을 통해 온전히 짊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국가는 다만 이러한 집안 간의 전면적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심판관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

 

p** 결국 미래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량의 지식 정보가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한 창의적 성격의 지식이다. 창의적 지식이란 결핍을 극복하는 능력, 본질에 집중하는 힘, 뿌리와 날개를 동시에 지니는 능력, 자신의 노동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p191 부모들의 모호한 열정인 인서울대학은 과연 투자에 걸맞은 교환가치를 우리에게 제공해줄까? 이미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래사회의 변화상을 이해하면 그것에 대한 답은 좀 더 분명해질 것이다.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에서 사람대접 받고 살려면 괜찮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웃집 개도 수긍할 것 같은 이런 논리는 상식의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괜찮은 대학을 나오면 지금 당장 번듯한 직장을 갖지 못해도, 결혼 적령기를 조금 넘겨도, 인격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도 대충 감안이 되는 분위기다. 어쨌든 모든 것은 괜찮은 대학에서 시작된다고들 생각한다. 뭐 반드시 일류대를 보내 최고의 직업을 갖고 남들이 선망하는 자위에 오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사회에서 발붙이고 살아가기 위한 기본을 하기 위해서는 괜찮은 대학을 나와야 하니까 그걸 위해서 힘들더라도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거라고 말한다. ‘인서울대학을 위한 입시가족의 모습이다.

 

자녀의 대학 입시가 가족의 주요 이슈인 우리나라 많은 가정의 모습을 표현한 단어가 책 제목인 입시 가족이다. 단지 자녀가 고등학생인 2,3년 동안이 아니라 자녀가 태어나고 유아기, 유년기, 청소년기를 거치는 모든 과정에서 입시가 가장 중요한 화두이고 초점이다. 입시 때문에 유아들도 교육의 장에 내몰리고 초등학생들의 여가 생활, 청소년기의 모든 생활도 입시에 의해 정렬된다. 괜찮은 대학을 들어간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별로 할말이 없다. 대학 교육에 대해 어차피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괜찮은 대학의 합격통지서가 인생의 정점이 된다.

 

신앙을 중심에 두고 살아야 한다고 배우고 믿는 사람들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한다. 자녀가 없던 시절 피상적으로는 대학이 인생의 최고의 목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막상 자녀를 키우는 대열에 들어서고 보니 모두들 느끼는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신앙을 토대로한 공동체에서도 목사를 필두로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공부는 해야 하지 않나, 대학은 가야 하지 않나 말한다. 한국의 최고 종교인 대학교를 누구나 마음 속에 약간은 모셔 두고 있는 것 같다.

 

나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입시가족과 내 이상인 그냥 가족 사이의 어딘가에서 가끔씩 이쪽, 저쪽으로 기울며 스스로 자책하거나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모습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분석해 준 면에서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적어도 이상을 추구한다고 말하며 그렇게 살지 않는 나의 모습을 잘 비추어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고 추구하는 이상 보다는 그런 내 모습을 잘 아는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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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1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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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 모든 사람의 삶은 제각기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길의 시도이며 좁은 오솔길을 가리켜 보여주는 일이다.

 

p52 이제 나는 고백을 한 셈이었다. 다른 사람한테, 낯선 사람한테. 그러자 구원의 예감이 강렬한 향기처럼 풍겨왔다!

 

p57 그렇게 나는 눈먼 가슴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옛날의 사랑스러운 밝은 세계에 종속되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이 유일한 세계가 아님을 잘 알면서도. 그러지 않았더라면 나는 데미안을 붙잡고 그에게 비밀을 털어놓았을 것이다. 내가 그러지 않은 것이 당시는 그의 이상한 생각에 대한 지극히 올바른 불신처럼 생각되었지만, 실제로는 두려움에 지나지 않았다. 데미안은 내게 부모님보다 더 많은 것을 기대했을테니까. 훨씬 더 많은 것을. 자극과 경고, 조롱과 아이러니를 동원해서 나를 훨씬 더 독립적으로 만들려고 했을테니까. , 지금은 안다.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을 가는 것보다 사람이 더 싫어하는 일은 없다는 것을!

 

p222 [작품 해설] ‘너 자신만의 길을 가라데미안의 메시지는 1차세계대전 직후 젊은이들의 마음에 엄청난 파동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관습과 도덕, 종교가 내세우던 온갖 가르침은 대규모 전쟁을 통해 속에 감춘 모순과 허점을 낱낱이 드러내던 참이었다. 과거의 가르침은 젊은이들에게 삶의 지표가 될 수 없었다. 이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해야 했다. 데미안은 정확히 그 모범을 보여주었다. 토마스만도 그것을 느꼈고, 그래서 헤세가 작가인 줄 모를 때부터 이미 이 작품을 좋아했다. 그는 물론 처음부터 작품 구조의 이중성을 간파했다. ... 이 작품은 너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메시지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열을 극복하고 참된 나 자신에 도달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도 담고 있다. 이 과정이 바로 작품의 심층구조를 이룬다. 심층구조로 들어가려면 융 심리학의 일반적 개념 몇 가지를 알아야 한다.

1. 도구가 되는 개념 몇 개

(1) 의식과 무의식

무의식 :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나 우리 안에 이미 들어있는 것과 개인이 살면서 축적된 것. 다층적이고 깊은 층위를 가지고 있음. 사회나 집단구성원, 조상들의 축적된 체험까지 포함.

에고 : 의식에 기반한 나. 기억, 욕망, 일상생활

초자아 : 의식하지 못하는 진짜 나. 의식과 무의식의 소리를 함께 듣는 진짜 나

(2) 무의식에 접근하는 통로,

의식할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에 접근하는 통로. 꿈 꾼 사람 개인의 해석이 중요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만 누구나 오직 자기 자신만을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3) 인격화하여 꿈에 등장하는 무의식 : 꿈은 무의식을 이미지로 바꾸어 보여준다. 초자아도 꿈에 등장할 수 있으며 자신 또는 타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2 에밀 싱클레어의 길 개성화 과정

... 밝은 세계는 의식의 세계, 어두운 세계는 무의식의 세계이다. 싱클레어의 길은 이 두 세계를 통합한 것, 즉 아프락사스에게로 가는 길이다. 싱클레어의 길은 이런 통합을 향해 나아간다. 그의 길도 인격이 상처를 입고 그것을 고통스러워하는 데서 시작된다” ...

우리 시대는 더 섬세한 젊은이들을 힘들게 합니다. 어디서나 인간을 획일화하려 하고 그들의 개인적 특성을 가능하면 잘라내려 합니다. 영혼은 그에 맞서 항서하는데 그건 정당한 일이죠. (...) 그것을 진지하게 여기는 사람은 그런 체험들을 극복하고 그가 강한 사람이라면 그는 싱클레어세어 데미안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 보니 작품해설을 읽어야 조금 이해가 되는 난해한 소설이다.

200쪽이 안되는 이야기를 읽다가 두어번 쯤 작품 해설을 읽고 다시 읽어나갔다.

헤세의 나이 40세쯤에 지은 소설인데 10대에서 시작하여 20대가 된 젊은이의 성장과정에서의 심리적, 의식의 변화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안나 카레니나의 경우 당시 사회에서 불륜의 가운데 있는 여성을 주체로 설정하여 쓴 소설이라는 것이 무척 파격이었다고 한 비평을 읽은 적이 있다. 데미안도 같은 맥락이 있을 것 같다. 1차대전 직후 불안한 전체주의 시대에서 획일화된 무기 같은 그들을 개성화 과정을 거친 인간으로 그려내는 것,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 과정을 거치는 미묘한 변화를 다양한 은유로 그려내는 것이 파격이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은 이렇게 시대를 선도하거나 은유하며 인생보다 긴 예술로서의 가치를 지닌 것 같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아 한계가 있겠지만 전쟁 앞에 선 인간으로서 두려움, 분노 그리고 어떤 미지의 의식들이 당시의 작가 헤세와 독자들을 어떤 경지로 밀어내었을 것이다. 백년 즘 전에 데미안이 전후 독일에서 큰 반향을 얻었던 것처럼 지금 우리의 맥락에 발딛고 있는 한국 문학에서도 위로와 공감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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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니콜라이 고골 지음, 이항재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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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눈밭, 모피 모자에 두꺼운 코트, 빨갛게 얼어붙은 듯한 러시아인의 얼굴,

러시아에서는 외투가 생명과 매우 밀접한 것이겠다.

 

어쩌면 삶은 간결하게 정리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외투 한 벌을 위해 살았고 외투를 빼앗긴 후 삶의 의미를 상실했다.

고적하게 먼 나라 다른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일들은 늘 주변에 지금도 벌어지는 장면이 아닐까.

 

우리에게는 마치,, 안정적인 주거,

열약한 환경에 사는 어떤 나라 사람들에게는 맑은 물과 양식 등과 같은 것이 아닐까.

전세값을 마련하느라 죽도록 일하고,

일과 삶의 균형같은건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

그런데 어렵게 마련한 삶터 또는 일터를 불의한 세력가들의 이해관계 다툼 때문에

허망하게 날려 버린다면...

분노와 슬픔을 못이기고 목숨을 놓아버린 후

불귀의 객이 되어 누군가를 찾아다닌다는 이야기라면..

 

솔직히 도스트예프스키가 한 말로 알려진 "우리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때문에 더 알려진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외투를 위해 일하고 아끼고 더욱 아끼는 주인공의 모습과

외투를 빼앗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버랩되는 어떤 장면들 때문에

<외투>는 앞으로도 계속 살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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