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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탄생 - 대한민국에서 딸들은 어떻게 여자다운 여자로 만들어지는가
나임윤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에서 딸들은 어떻게 '여자다운 여자'로 만들어지는가'라는
표지의 설명이 말해주듯 우리나라 사회문화적 환경과 '여자'의 탄생이 아닌 '만들어짐'에 대한
분석이며 문제제기이다.
1부 여자, 태어나다
탄생에서부터 남자와 많이 다른 대우를 받았던 우리나라의 딸들과 그 이름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딸들은 여자이기 때문에 영아때부터 몸, 외모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니 안타깝기도 하고
그저 아름다움에 대한 취향으로 해석해왔던 것들에 대해서도 좀더 명확한 입장을 갖는데 도움이 되었다.
2부 여자, 학교에 가다
수학과 과학에서의 성차에 대한 분석은 내 생각이랑 많이 비슷하다.
아주 작은 차이를 가지고 쓸데없이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투입해 확대해석하고
그에 맞는 기대와 강화, 사회문화적 편견이 확대 재생산되는 순환 구조 속에
지금도 많은 여학생들이 갇혀 있다.
이제는 자본주의까지 가세해 소질과 적성을 찾아가기에 한층 어렵게 만들고 있다.
수학과 과학에서의 성차, 이 생애에 이 문제의 실마리라도 풀리는 걸 볼 수 있을까.
자신이 천착한 문제에 해결이 보이는 걸 보는 사람은
그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일듯한데
나는 어떻게 이 문제를 내 삶과 연관지을까, 고민이다.
막상 원하던 일을 할 수 있는 곳에 들어왔지만 외적인 동기와 내적인 동기가 섞여있어
내적인 동기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오히려 잘못하면 더 멀어질 수도 있는 구조에 있는 것 같다.
3부, 여자 사춘기가 되다
사춘기의 신체적 정서적 성숙과 관련된 문제, 특히 초경을 맞는 가족의 대응방식에 따라서
여자의 자신의 성에 대한 정체감과 자신감이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은 꽤 인상적이었다.
나의 두 딸들의 초경에 대해서도 제대로 맞이하고 축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4부, 여자, 사랑에 빠지다
연애중인 남녀의 호칭에 녹아 있는 차별의 문제, 데이트비용 등 이대목에서는
정말 여자들의 의식에 더 문제가 많다고 느껴진다.
여성 문제의 가장 큰 키를 쥐고 있는 것이 여성이라고 평소에 느껴왔는데
이십대의 생각없는 그녀들의 실태를 보자면 정말 한숨이 많이 나온다.
나도 한때, 이십대에는 정말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이 있어서 무척 부끄럽기는 하다.
무엇보다 나의 생각과 주장을 잃어버리고 살았던 그 시절이 정말 한탄스럽고,
이십대를 그렇게 무능히 보내도록 만든 무책임한 학창시절, 대책없는 교육과정 등이 원망스럽다.
5부, 여자, 돈의 벌다
셍계부양자 정신을 가지고 사회 생활을 해야 한다고 한다. 공감 이백프로다.
하지만 나도 집단무의식의 영향인지 역할모델의 부재인지
남편이 생계부양자를 하지 않는다면 많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고,
지금도 육아와 가정을 핑계로 성실하지 않는 대목이 있다.
입사 면접에서 커피타는 걸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 나온다면,
성차별이 아니고 남녀 모두에게 시키는 일이라면 당연히 열심히 할 거라 답하라는
예는, 다른 문제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지혜를 얻은 것 같다.
성차별, 이 민감한 문제를 승화시켜 나가는 게 어떤 것인지 약간 힌트를 얻은 것도 같고..
6부, 여자, 결혼하다
이 장의 얘기는 자세하게 쓰면 백과사전 한 질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저자께서 많이 자제하신 것 같다. 주제를 몇 가지만 골랐는데 심히 고민하셨을듯.
불평등한 결혼 준비와 결혼식의 문제는 이후 결혼 생활의 불평등과 갈등을 예고하는 것이다.
나도 좀 더 깨어 있었다면 신부대기실에서 대기하지도 않고, 팔짱도 안끼고 나오고,
뭔가 내 의지대로 많이 해봤을텐데...
7부, 여자, 아줌마되다
아줌마에 대한 논란은 얼마나 많은지, 제3의 성이라는 등, 제1의 성이었던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는
왜 이렇게 먼지. 하지만 결론은 아줌마의 저력과 여성의 대안적 실천으로 변화하는 세상 꿈꾸기다.
일단 여자라면,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사는 여자라만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