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다 - 불교와 정신분석으로 읽은 신화와 동화
김권태 지음 / 서쪽나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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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불교에서는 우리가 경험한 모든것들이 표상화되어
식물의 씨앗처럼 잠재력으로 남는다고 말한다. 특히 언어와 관련된 잠재력을 ' 명언종자'라고 말하며, 이것이 마음의 모든작용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내 명언종자는 무엇에 의미를 둘까. 내말은 곧 내삶의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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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의 편지 - 사람과 시대를 잇는 또 하나의 역사 사람을 향한 인문학
손문호 지음 / 가치창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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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자니 조선의 선비들도 참 수다쟁이구나 싶다.~ 시시콜콜한 속삭임이 무척 정겹고 또 진한 우정이 느껴져 좋다.
그리고 손편지를 써본지 10년도 더 된거 같은데
이참에 나도 벗들에게 하오체의 편지를 한번 써 볼까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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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 나이 오십하고도 하나가 되었다. 세월은 도도히 흘러 막연하게 내 자유의 그때라 생각했던 오십대가 되었다. 나에게 오십이란 낱말은 해방이나 자유의 이음동의어였다.

 

세간의 우스갯말대로 마흔이 심리적으로 시속 40km라면 확실히 오십은 시속 50km의 빠르기로 내달리는 듯하다. 우리가 촛불을 들었던 그때가 어저께 같은데 벌써 햇수로 3년 전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정말이지 지천명은 어! 하는 순간 환갑 맞기 딱 좋은 화살 같은 시간 속에 있는 듯하다.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만 훌쩍 보내버리고 아차 할 것 같다. (그러면 아니, 아니되오!)

 

20184.19는 내게 있어 만 결혼 2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20년 전 4, 18일도 아니고 20일도 아닌 19일에 결혼한 것은 결혼이라는 중차대한 길에 서는 것이 막막하고 두려운 나머지 나름 기대고 싶어서였다.

 

민주주의를 외치며 하나뿐인 목숨 바치고 또 감옥 간 사람들도 있는데 민주주의를 외치지는 못할망정 그깟 가정하나 꾸리는 것을 두고 엄살을 떨 수는 없겠지. 혹은 결혼의 도정에서 순간 삐끗하더라도 1년에 한번씩 4.19를 생각하면 내 개인 문제 정도야 너끈히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말하자면 4.19 대의에 기대어 결혼의 일상을 극복하고 싶었다. (너무 거창한가?)

 

그 결과, 감사하게도 42.195km를 스무 번 달린 듯 한 긴 경기 끝에 드디어 결혼 20년 졸업장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인내의 마라톤 같던 시간들도 기쁨과 행복이 넘실거렸던 순간들도 지나고 보니, 42.195km를 스무 번 달린 것이 아닌 그냥 200m 운동장 스무 바퀴 돈 것처럼 축약되어 느껴진다.

 

정말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나 싶다. 이제는 고개를 들고 한 10cm쯤 올려다봐야하는 아이들의 키를 보니 시간이 정직하게 충실하게 흐른 것은 확실하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오마이뉴스>에 썼던 글들을 추려 묶은 것이다. 그날이 그날 같던 육아의 갑갑함이 견딜 수 없어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지난 20년 삶의 흔적 대부분이 고스란히 복원되고 저장 되어있어 감사하기도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행간을 떠올리면 괴로워서 쓴 거 같은데 글의 결과는 웃음을 주기도 하니 쓰는 과정에서 어쩌면 치유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삶은 허무하게 아름답다?

 

나는 사춘기 지나며 본격적 자아가 싹트던 시절부터 유난히도 허무(虛無)란 단어가 눈에 들어 왔다. 허무라는 감정을 느낄 때가 많았다. 허무 허무 허무. 虛無 虛無 虛無. 한글, 한자 두 가지를 연습장에 가끔씩 쓰면서 허무를 되새김 한 적도 있었다.

 

무언가 강렬히 추구해봐야 결국은 부질없는 듯 느껴졌다. 매사 치열하지 못하고 중도 작파하는 게으른 내 삶을 합리화하기에 딱 좋았다. 세월이 흘러 지천명이 되었지만 여전히 허무라는 말이 좋다. 허무한 게 허무하면서도 좋다. 허무한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라는 생각마저 든다.

 

삶이 허무하지 않다면 얼마나 비극일까. 삶이 허무해야지 허무하지 않고 인간들의 욕망이 계속 지속되고 지켜진다면 그것만큼 지옥도 없을 것이다. 한 번씩은 빌 허(), 없을 무()로 깨끗이 쓸어줘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이승의 삶이 어떠했든 그 끝은 결국 허무하게 지수화풍으로 흩어지고 우주의 먼지가 되는 게

너무 좋다. 그리고 나의 허무는 비관적 허무가 아니라 긍정의 허무라서 허무해 하면서도

현실은 즐거울 때가 많았다. 무엇보다 작고 소박한 꿈들과 자연이나 사물에 대한 호기심에 더 의미를 두었다.

 

드디어 자유의 오십이 되었고 그 초입을 넘어가고 있다. 내가 가장 갈망하는 것은 아름다운 순간들을 사는 것이다. 아름다운 순간들과 많이 조우하고 싶다. 영원과도 같은 아름다운 순간들을, 찰나를, 또는 풍경들을 많이 마주치고  싶다. 굳이 욕심이라면 나의욕심은 그러한 것에서 머무르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순간을 들으면 남들은 웃을지 모르겠다. 이를테면 작은 커피숍의 종업원이 되어(절대 주인은 하고 싶지 않다.) 음악을 마음대로 관장하고 싶다. 그런가 하면 지중해 어느 올리브 나무 밭에서 한 일주일 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리브 수확을 해보고도 싶다. 뿐 만 아니라, 나에게 올리브 체험을 시켜주는 이국의 사람에겐 원한다면 내 친정 매실 밭에서 매실 따기 일주일 맞교대를 제공해 주고 싶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

 

그리고 그동안은 한국인으로 살았다면 오십 이후 앞으로의 삶은 지구인으로 살다 가고 싶다. 지구인으로서 지구촌의 삼라만상을 응시하며 때로는 그 속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

그러다 어느 가장 찬란한 순간에 지구를 탈출하여 우주의 먼지가 되고 싶다.

 

  - <당신이라는  순간>에서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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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7 17: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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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8 06: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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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2 1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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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2 20: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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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영화 - 배혜경의 농밀한 영화읽기 51
배혜경 지음 / 세종출판사(이길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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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가던 영화관에  커다란 문제가 생기면서

거의 영화를 보지 않고 한해를 보내고

또 한해를 맞이했다.

 

뭐 그까이꺼 영화없이도 살수있는거 아냐?

하며 살았고

영화없이도 내인생은 불편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 극장 아닌데서 영화를 볼수 없어

나름 잊은척 했다.

 

그랬는데...오랜만에 영화를 읽었다.

 

영화가 고맙다는 제목을 접하자니

가장 소중한 친구를 그간 외면했구나 하는

자책이 일었다.

 

저자는 그동안 수많은 영화를 보았을 덴데

그중 엄선하고  엄선하여 51편을 추렸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그 51편중 3분의 2

내가 본 영화라는 것.

 

그리고 나머지도 보려고 예정중이다 놓친

영화이거나

제목은 익숙하게 들어본 영화라

읽기가 훨씬 수월하고 친근했다.

뿐만아니라, 나의 느낌과 저자의 감상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을것이기에 반가웠다.

 

그런데......

다 읽고 난 소감은....ㅠㅠ

 

감히 비교불가하게 저자의 감상평이 너무 찰지고

꼼꼼하고 고급스러워,

어머나! 우리 똑같은 영화 본거 맞아?

하는 패배감을 느끼게 했다.(웃음)

 

하여 비교는 고사하고 허겁지겁 저자의

탁견에 고개를 끄덕끄덕하기 바빴다.~~^^

가장 인상적이었고 공감이 갔던 것은 <세라핀>이었다.

 

나 또한 <세라핀>을 보고 저자와 비슷한 육체적 증상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세라핀이 점점 미쳐갈때 나도 미칠거 같았다.

미술 수집평론가는 책임도 못질거면서 왜 세라핀의

재능을 발견하고...아니 내눈엔 딱히 그녀의 그림이

무슨 의미인지 도통 모르겠슴,이었는데. 

 

"세라핀의 그림에는 인류의 조상들이 살아왔던

삶의 초기상태와 꿈이 여러가지 색채와 모형으로 표현된다.

`다듬어지지 않은 예술`이란 뜻으로 `원시예술` 또는

`원생예술`로 불리지만 그녀의 작업과정을 보면 오히려

그 반대라는 걸 알수 있다.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원초적 에네르기가 느껴지는 과정인데,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뜻은 그녀의 순수하기 이를데 없는 열정과

본능에 기반한 천재성을 말하는 것으로 읽힌다.-본문 282쪽"

 

영화가 끝나고 몇년이 지나도 뜬금없이 세라핀이 애잔하고

세라핀 역을 했던 배우의 안부도 궁금하기는 했으나, 

검색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이책을 읽다가 `욜랭드 모로 `이름을 확인하고 바로 검색 들어갔더니

어머나! <롱 폴링>의 로즈가 바로 이분이셨네!

<롱 폴링>의 로즈도 이따금 생각나는 주인공인데... 그러고 보니 

모로 아줌마가 대단한 사람이어라!

세라핀과 로즈가 다 그녀로 인해 피어나다니. 대배우다.

 

급선회 마무리.

아무튼 이책은 찬찬히 음미해가며 한번더 읽으면 더 좋은 책이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보기전에 한번 보고나서 한번

그렇게 두번을 읽으면 영화가 고맙다는 저자의 마음결에도

닿을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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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0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0 19: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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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0 22: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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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전라도 여행

 

 

갑오년 새해가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새해 벽두엔 갑오년이라니! 뭔가 가득차고 무겁고 왠지 팔자(?)가 센 해 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ㅍ~ 한편으로는 동학혁명이 일어났던 120년 전의 그 갑오년과 같은 ‘갑오’의 해가 돌아왔다니 무언가 감개무량!^^

녹두장군의 그 세월이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이렇게 살아 흐르고 있다니. 이런 문명을 일구고, 또 다른 문제를 파생시키며 혹자는 시간의 끄트머리에서 또 다른 이들은 인생의 시작점에서 또 저마다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본다면 장군은 어떤 기분일까.
참으로 그로부터 120년이나 부지런히 흐른 시간이 놀랍다.

더불어 녹두장군 또한 세월 속에 빗 바래지 않고 여전히 우리네 의식 속에 살아있음이 신기하다. 흑백사진 속 동학농민군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누선이 저려온다. 아무튼, 이래저래 대단한 갑오년. 지난 연말 ‘녹두장군동네 놀러가세~~’하며 친구네와
약속을 했던바 1월 1일 설 지나고 바로 전라도 행에 몸을 실었다.

아이들의 머리가 점점 커지면서 이제는 부모 따라 어디 가려하지 않으니 초등 끝물일 때 빨리 방학마다 지방 하나씩 버스와 기차로 돌자고 했었던 것을 실천한 것이었다. 강원도도 있고 충청도, 경기도도 있는데 유독 전라도가 크게 와 닿았던 것은 전라도 땅과 사람들을 한번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20년전, 아니 25년전쯤 (요샌 뭘좀 떠올릴려고 하면 죄다 10년 20년전이니 아흐, 속절없는 세월이여.)


학과답사로 또 친구와의 여행으로 두어번 둘러본 기억은 있으나 그때는 사람이 아니라 풍경만 보고 왔다. 때문에 풍경은 어슴프레 기억나도 사람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고로 이번엔 그때 봤던 그 절, 그 나무 지금도 잘 있나 확인은 물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을 느껴보는 것을 목표로 두둥! 기차타고, 버스타고, 택시타고(헥헥~)해서


먼저 전주 한옥마을에 도착했다. 한옥마을 도착하기 전 전주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탔는데 50대 중반의 택시기사님은 문화해설사를 해도 손색없을 분이었다. 동학혁명과 전봉준에 대한 얘기를 하시는데 울컥했다. 대구의 택시아저씨에게는 언감생심 들을 수 없는 식견이었다.

기사님께 감사~.


한옥마을에 딱 들어섰을 때의 느낌은 아!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하는
감탄이었다. 무엔가 시간이 정지된 느낌. 거리를 사뿐사뿐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정화가 될 것 같은....

 

지난해 큐슈 ‘유후인’온천마을 역에 내렸을 때, 역 앞으로 펼쳐진 풍경을 보고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이 나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하며 부러워했었는데 있었던 것이었다, 전주에. 돈이 된다면 뭐든 갈아 업고 시멘트 콘크리트를 올려야 직성이 풀리는 작금에 비출때 한옥마을 기와지붕은 그 자체로 기품이었다.

게다가 그곳에는 경기전과
전동성당이 고색창연히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왕년의 나이롱 신자라도 100년된 석조 성당건물을 보니 저절로 성호가 그어졌다. 물론 내용적으로 아쉬운 점도 많이 보였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눈길을 사로잡자면 무엇보다 한국적이어야 할텐데 전통 찻집 기죽이는 미끈한 커피숍이며 깨끗하긴 한데 덜렁 이불과
TV뿐인 한옥민박 풍경 등등.

민숭민숭했다. 같은 커피물을 주어도 그곳은 한옥마을이니 찻잔이라도 좀...
실내장식이라도 좀...한옥민박은 방은 확보되었는데 문화가 없는... 열두 폭 병풍이야 언감생심이겠으나 벽에 동양화 한 폭, 아니 나랏말싸미 동귁에 다라 서로 싸맛띠 아니할세..액자라도 하나 걸려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식상한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우리의 전통이 새록새록 느껴지는 한옥마을로 성장하려면 전통으로 무장해야..


 


(급전개)

아무튼, 한옥마을에서 일박하고. 선운사, 광주 망월동 찍고, 광주에서 일박. 순천만 찍고 순천에서 일박.하며 3박4일을 보냈다. 그런데 왠지 주마간산을 본 느낌. 하긴 뭐 3박 4일에 무얼 더 볼소냐. 주마간산이라도 좋았다.


 

2. 전라도 사람


 

내가 알고 있는 몇몇의 전라도 츠자를 넘어 아줌마가 된 여인들은 다들 여물고 경우가 밝았다. 혹은 싹싹했다. 저런 여성 며느리감으로 대박일세 머이런~. 아무튼 내 기억속의 전라도 사람들도 나쁘지 않은데 실지 전라도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무던한것 같았다.


 

민박집 주인새댁? 좋은 분에다 매력까정~. 외모며 내모며 얼마나 기품 있는지 전주사람이 다 그럴 것이라는환상을 심어주었다. ㅋㅋ 광주와 순천의 모텔아주머니들의 미소도 얼마나 따사로운지 모텔이 주는 쭈빗쭈빗한 기분을 싹 가시게 해주었다. 버스기사님들도 다들 친절하셨다.


3.전라도 여행 2


 

년초의 전라도 여행이 전주-고창-광주-순천이었다면 지난 봄방학 때는 순천-해남-땅끝-벌교를 돌았다. 땅끝이 왜 땅끝인고 했더니, 정말 멀고도 멀었다. 기사님 왈, 땅끝에 가서 죽자고 왔다가도 다시 시작하게 되는게 땅끝이라고, 후후~ 과연, 끝이 곧 시작임에랴. 비수기다 보니 바다전망의 깔끔한 팬션에서도 싼 가격으로 묵을수 있었다.

아뿔사,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겨우내 오지 않던 비가 왜 하필 땅끝에서 일박한 다음날 내리는지. 그것도 주룩주룩 꾸준하게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내렸다. 전망대는 고사하고.. 이따금씩 창밖을 내다보며 이제나 저제나하며 추이를 지켜보다 저녁무렵 빗줄기가 가늘어 지자 일단 벌교로 가기로 하였다.


 

벌교터미널은 어찌나 썰렁하던지. 공간은 넓은데 시간대가 초저녁이라 그런지 더 으스스 했다. 묵을곳은 멀리 갈것없이 터미널 인근 모텔로 갔는데 주인장 아저씨는 학생넷 아짐둘의 우리 모양을 위아래로 훝어보더니 고개를 갸웃갸웃...무슨?


 

“지금 방이 없는데...정 원한다면 꼭대기층 우리가 묵는 방으로 하시씨요.”


 

어안이 벙벙 그게 무슨 말씸인지?하는 표정을 짓자 안쪽의 아주머니를 부르더니


 

“일단 방을 한번 보고 묵을만 하면 묵으세요.”


 

아주머니의 안내를 받아 꼭대기층으로 가보니 만장같이 넓었다. 운동장 같은 거실에다 주방에다 방 3개에 각각 화장실이 딸려있었고 창고비슷한 데는 수천장(?) 수건에다 수십대 선풍기, 그리고 이불 화장지등등 여관필수품이 빼곡했다. 그 물품들을 보니 나이드신 두분이 여관을 운영하자면 정말 온몸이 부서지겠구나 싶었다.ㅠ


 

“평소 우리가 쓰는데 가끔 학생들 단체로 올때 내 줍니다. 넓으니까 이방 저방 아무데나 쓰세요. 거실을 써도 되고..”


 

처음 꼭대기층이라고 했을때는 비좁은 다락방인가 했는데 아니올씨다 였다. 그 너른 곳을 단돈 5만원에 여섯이서 하루 묵었다. 주인내외분께 감사~ 이튿날 창문을 열고보니 이 비수기에 왜 방이 없는지 판명이 났다.즉, 여관 50미터쯤 앞에 큰 공사가 있었다. 이제 겨우 바닥에 콘크리트를 부은 정도였는데 그 건물 다 올라갈때까지 쭈욱 우리가 묵었던 그 여관은 만원일듯~

 

만원은 좋으나 주인아주머니 방청소며 이불빨래하느라 고생이 육이로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실듯...ㅠㅠ~


태백산맥 문학관은 벌교터미털 바로 위쪽에 있었다. 아이들은 눈 깜짝할사이에 한바퀴 휘잉 돌고는 예의 똑똑한폰에 얼굴을 묻었다. 참나. 어찌생각하면 기계인간하고도 살아야 할 인생인데 스마트폰은 미래의 그것들에 비하면 장난감 수준일지도. 맘대로 하시게들. 문학관은 에미들이 접수하마.


조정래선생이 꼼꼼한줄이라 일찍이 알았지만 직접보니 더 놀랍고녀. 그 깨알같은 취재수첩의기록들... 아들, 며느리의 깔끔한 필사원고, 소박하고 오래된 필기구들.. 작가와 동시대를 산다는게 영광이다. 최근의 <정글만리>의 입담은 또 어떻고. 지금은 교육문제를 취재하고 계신다니, 머잖아 그 책이 나와 <정글만리>처럼 100쇄찍으면 교육문제 해결될까.


4. 언니와 아소산 온천여행


 


후지와라 신야의 <황천의 개>를 읽으면서 아소산을 알게 되었다. 아소산 아소산...
기회되면 꼭 한번 가고 싶다 생각했는데 지난해 친구와 그 원을 풀었다. 유황냄새가 풀풀하고 연기가 끊이지 않는 활화산. 화산이 끓어 넘쳐 굳어져서 땅심이 깊지않고 표면의 화산재로만 연명을 해야되니 큰 나무는 없고 키 작은 꽃나무와 일년생 풀로만 뒤덮힌 민둥산의 모습이 신기했다.


 

오죽하면 아소산 밑 동네 이름이 풀이 천리에 뻗어있다는 초천리(草千里)(쿠사센리)일까. 아무튼 지난해 여름에 갔을 때는 풀들이 햇볕을 받아 연초록으로 보여 무척 싱그럽고 아름다웠는데 언니와 간 지난 2월에는 그 풀들이 다 누런 건초의 상태이다 보니 풍경이 여름만 못했다.

게다가 아소산 정상은 유황연기와 안개와 비바람으로
케이블카운행이 중지되었었다. 아무 때나 가면 언제나 지구의 속살을 볼수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풀 밖에 없는 민둥산이라도 고도가 고도인지라
땅과는 차이가 있었다.


 

친구와 갔을 때는 2만5천원 짜리 게스트 하우스에 묵었다면 언니와는 1자하나 더 붙힌 전통여관(료칸)에서 묵었다. 개축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흐미 80년 된 여관이라고. 시인묵객이 머무르며 한 작품 씁네 하기 딱 좋은 고요와 정갈함이 있었다. 실지로 그러기도 했고. 부러웠다. 성철스님 그렇게 도를 닦아도 해인사 밑에 가면 다 모텔뿐인디..

 

전통 여관식 석식과 조식을 포함에 12만원인데 식사를 하지 않으면 거의 반값이라니 정직한 가격에 놀랐다. 석식조식 필수입니다 못을 밖아도 뭐랄사람 없을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으나 여러날 묵는 사람의 경우를 생각하자면 밥값 따로 방값 따로 해서 밥을 선택할수 있게 하는게 맞는지도. 또 방값은 밥값에 비하니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진듯도~ 뭐, 이래저래 적정가격인듯..ㅋㅋ)


아무튼 화산과 지진은 끔찍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그렇듯 따뜻한 온천마을을 선물로 주다니
빛과 그림자, 그림자와 빛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세상이치인가.
아니 병 준 다음에 약준 것인가. ㅎㅎ


 

기름을 때지 않아도 하루종일 뜨거운물이 콸콸 솥아지다니 게다가 깨끗하고 병까지 고칠수있는 물이 땅속에서 뿜어져 나온다니 자연의 신비는 형용할수 없음에랴. 아무도 없는 수증기 자욱한 온천여관 대욕장에서 홀로 날개짓하던 언니는 목욕탕하나를 전세낸 것 같다며 좋아하였다.

 

 

뭐에 하나 꽂히면 식상해질때까지 계속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온천마을이야 말로 그런 것 같다. 예전에 지리산이 좋아서 지리산가이드 자처하며 나 아니면 지리산 못갈사람이라 판명되면 함께가자 꼬셔서 가곤했는데 큐슈지역 온천마을이 그런것 같다.

친구도 언니도 내가 안내해야 함이 인생의 숙제이자 보람이었는데 갔다오니 또다른 사람들이 자꾸 떠오른다. ㅋㅋ~ 해서 섣부르게 공약남발할까 스스로 입단속 중이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게 한몫을 하는것 같기도 하다. 후쿠오카-부산 왕복의 고려페리의 카멜리아호 일반실에서 보면 대부분 가까워서 서로서로
왔다리 갔다리 하는것 같았다.


 

후쿠오카사람들은 부산에, 부산사람들은 후쿠오카에...두쪽다 빈 트렁크 들고오고가서 상대나라의 물건들을 쓸어담는~ㅎㅎ 나는 물건은 별 관심없고 이 마을 저 마을 돌면서 노천온천에서 자연을 감상하고픈 마음~ 독서하고싶은 마음~ 좋은 사람들과 수다삼매에 빠지고픈 마음~


 

제주 올레의 감수를 받은 큐슈 올레길을 한해 한국인 3만, 일본인 1만이 즈려 밟았다는데. 제주 올레의 경우 2년에 3만을 채웠는데반해 1년에 3만이라니 누가 그렇게 갔나 싶으면서도 그만큼 매력이 있는 겐지.. 큐슈는 삼나무 조림이 잘되어 있어 그리고 산지가 많아 철길 따라 보노라면 산이 얼마나 울울창창한지~


5. 스티븐 호킹과 제러드 다이아몬드


 


연초에 스티븐 호킹박사는 ‘인류에게는 천년의 시간 밖에 없다’라고 했다는데
한술더떠 다이아몬드 교수는 ‘무슨소리? 인류에게는 50년의 시간밖에 음따! 인간들이 이딴 식으로 살다가는.’이라고 말했다고.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1000년은 얼마나 짧은 시간이며 50년은 또 얼마나 눈깜짝 할 시간인가. 비단 두 교수의 말이 아니더라도 정말이지 이 지구상에 인간만 없으면 지구는 잘 돌아갈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부분적으로 생성과 소멸은 끝이 없이 일어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숙명이자 현상일 뿐. 인위적으로 1000년 50안에 아작을 내지는 않을 것이지 않겠는가.<인류미래보고서 2040>을 보면 공상과학영화속 장면들이 현실이 됨은 시간문제이구나 싶은...그꼴 저꼴 보기 전에 갈수 있는 내나이가 천만다행이나 후손들을 생각하면 그 모질 세월어찌들 살아갈지...ㅠㅠ


 

그러나 한편으론, 지금의 관념으론 미래가 없다 생각하겠지만 후손들은 또 후손들대로 기계인간과 더불어도 잘 살아가지 않을까싶기도 하고. 우좌간 인류의 미래엔 절망뿐이다는(물론 긍적적인 측면도 있고)역설적으로 그러므로 현재를 즐기고 나누자는결론에 도달할 수 있어 좋기도 한 것 같다. 자식들 공부? 바득바득 해서 뭐하겠니? 그저 현재를 즐겁게 살아라.


 

6. 일드 중드 영드 미드


 

컴퓨터가 광속이 되어 좋은 점은 바로 남의 나라 안방 드라마를 거의 실시간으로 볼수 있다는것. 게다가 이 똑똑한 폰님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나 접속할수 있으니 세상에나 세상에나~ 옆집새댁이 어느날


 

“언니 나 미치겠어! 일드에 빠졌어. 후지키 나오히토에 빠졌어. 언니도 보면 반할것이여!”

“고뤠? 일단 한번 보기나 해보지. 금시초문인데 도대체 누구지?”


컴으로만 보는 거였다면 켜고 끄는게 귀찮아 볼수 없었을 터인데
스마트 폰으로 보니 들고남이 너무 편해서 중독이 아니될 수가 없는...일본드라마는 45분짜리 11회정도가 대부분이라 하루에 드라마 하나 완주하는 일은 일도아니라는~ ㅋ

<사랑스런 그대에게><행복해지자><어라운드40><라스트 신데렐라><호타루의 빛>은 후지키 나오히토의 매력이 물씬물씬~


 

후지키 뿐만아니라 관심가는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좇다보면 드라마는 끝이 없어, 끝이없어. 볼시간이 없을뿐 눈이 피로할뿐. 아흐, 노안이 오기전에 스마트 폰이 나올것이지.ㅠㅠ

게다가 일드만 있나. 대만드라마 중구, 미국, 영국 등등. 세상모든 드라마를 내손안에서 터치 하나만으로 볼수 있다니...놀란건 어느 드라마에는 자막이 영어도 아니고 불어도 독어도 아니고 핀란드어인가 하며 이리저리 찾다가 결국 터키어라는 것을 알았다.~

외국어를 공부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세상인듯. 게다가 드라마를 통해서 드라마속 나라의 풍속과 정서도 알 수 있고.. 드라마 보면서 세상사람들이 다들 이해하고 친해졌으면~ㅋㅋ 하여간 한편으로는 좋은세상 한편으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


 

.......

얘기가 두서없이 길었다는. 흐미 벚꽃도 멀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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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4 11: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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