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시작되는 봄이다. 예전부터 나는 유독 봄이라는 계절에서 두근거림을 주체할수 없었다. 올해 봄 또한 예외일 수 없다.3월의 마지막, 동촌 아양교 주변 산책로를 걷자니 강변 양쪽으로 끝도없이 도열해 있는 벚나무들의 자태에 탄성이 절로 났다.
벚꽃의 은은한 향기와 수양버들의 수줍은 새잎, 그리고 살랑이는 따뜻한 바람이 내 마음의 빗장을 열개했다. 봄이 온줄도 모르고 땅만 보고 걸었던 내 무감했던 날들을 부드럽게 꾸짖고 있었다.
어찌 계절은 나이가 들수록 더 새롭게 느껴지는가. 벚꽃잎도 지난해의 그것보다 훨씬 풍성해진것 같았다. 사람만이 갈수록 볼 품 없어진다. 자연이라는 뭇 생명들은 망설임도 아쉬움도 없이 마구 내달리면서도 늙지 않는다.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올때면 잠시 늙는것 같다가도 이내 봄 옷을 갈아입고 인간들의 가슴에 불을 댕긴다. 다시 돌아올 기약이 있기에 미련없이 그때그때 퇴장하리라.
잠시 함께 공부한 인연들과 시험을 치르고 해방 된 기분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십리 꽃길을 정원으로 두고있는 강변둔치의 한 작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었다.
아양교 강변의 풀들과 꽃들로 매번 다른 카페 풍경을 연출하여, 오는 손님마다 놀라게하는 주인장은 이번 봄도 변함없이 동촌 강변의 봄을 카페안에 연출해 놓고 있었다.
강변의 새소리는 마침 우리가 갔을때는 ' 토셀리의 세레나데'로 대신하고 있었다.
언제 보아도 우아한 첼로들은 카페 한면 바닥에 여전하게 모로 누워 있었다. 카페 '야노쉬'에서 첼로 음악을 들으면 유난히 더 스며드는데 그것은 아마도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소리가 저 누워있는 첼로들의 몸속을 한번 휘감고 나와서 그런것일까.
하여간 놀랍다. 봄도 봄의 카페음악도. 봄은 해마다 와도 매번 새롭다. 이 봄길은 걸어도 걸어도 발이 아프지 않을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