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경 - 한국 가곡집 [재발매]
윤용하 외, 김덕기 (Duc-ki Kim), 홍혜경, 파리 관현악 앙상블 (Ensemble / 워너뮤직(WEA)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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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소프라노 홍혜경’의 독집음반 <홍혜경 한국 가곡집>(EMI)을 사게 되었다. 사고 보니 그것은 홍혜경의 첫 번째 한국 가곡집이었다. 홍혜경, 그녀에 관해서라면 외국을 주무대로 활발히 활동하는 소프라노의 한사람이라는 사실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기껏해야 어쩌다 라디오에서 단편적으로 그녀의 노래를 듣게 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녀의 독집을 사서 반복해서 듣다보니 쉬지 않고 외국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사가 적힌 소책자에 실린 홍혜경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보니 그녀는 일찍부터 성악에 재능을 보여 16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장학생으로 공부하였다고 한다. 일찍부터 외국에 나가 발군의 기량을 닦아 여러 오페라 좌를 섭렵한 그였지만 우리가곡에 대한 사랑 또한 남달랐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의 삶을 외국에서 살아온 한 예술가로서, 이 곡들은 저에게 엄청난, 아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것은 이 레코딩이 제가 어릴 적 불렀던 조국의 음악을 향한 커다란 회귀선상에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살면서 한국가곡을 듣는 것과 외국에 살면서 한국가곡을 듣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성악가로서 늘 외국노래에 파묻혀 살다가 문득 한국가곡이 불러보고 싶어지고 그리하여 한국가곡을 부르다 보면 때론 저절로 그 노래 가사들은 마디마디 그리움이 되어 맺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운 금강산> <보리밭> <그리워> <수선화> <가고파> <신 아리랑>…. 제목만으로도 짠해지는 느낌이다. 이 음반에는 홍혜경의 모국에 대한 그리움, 혹은 한국가곡에 대한 애착이 절절히 녹아있다.

목소리는 얼마나 고운지 서역 만 리 둔황 명사산의 명사십리 모래가 그리 고울까. 특히 <신 아리랑>은 클라이맥스가 좀 부족한 기존 아리랑의 단점을 아주 속 시원하게 끌어올려주어 참 좋아하던 곡이었고 그 가사를 온전히 알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이 음반을 통해 그 것을 이룰 수 있었다.

또, 나는 막연히 ‘신 아리랑’이라 해서 70, 80년대에 작곡된 곡인 줄 알았는데 작곡년도가 그보다 훨씬 전이었다. <신 아리랑>은 김동진 선생이 1942년에 양명문선생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었다.

첫 부분이 아리랑의 변주처럼 느껴지는 신 아리랑 버전이라면 후반부는 아리랑 원곡의 멜로디 그대로에다 후렴만 신 아리랑 버전이었다. 때문에 <신 아리랑>은 아리랑 본래의 느낌과 좀더 음악적으로 화려한 신 아리랑의 느낌이 공존하는 그런 노래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싸리문 여잡고 기다리는가
기러기는 달밤을 줄져간다
모란꽃 필적에 정다웁게 만난 이
흰 국화 시들 듯 시들어도 안 오네
서산엔 달도 지고 홀로 안타까운데
가슴에 얽힌 정 풀어 볼 길 없어라

아리랑 아리랑 아리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초가집 삼간을 저 산 밑에 짓고
흐르는 시내처럼 살아 볼까나.......(본래 아리랑 멜로디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신 아리랑>의 후렴부분 고음들이 너무 좋다. 이 밖에도 <고향의 노래> <그네> <그대 있음에> <사랑>등 이 음반에 실린 곡들은 제목만으로도 멜로디가 저절로 기억이 나는 그런 곡들로 채워져 있다. 아울러 홍혜경의 노래에서는 그만의 ‘아주’ 간절한 무엇이 느껴진다.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함께하는 우리가곡을 듣자면 왠지 눈물이 난다.

그리고 흐뭇한 것은 이 음반이 외국에서도 발매가 되는지, 소책자에는 가사가 우리말 외에 영어와 프랑스어로도 번안되어 있는데, 우리가곡을 영어로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을 위하여 각 곡 마다 곡 소개를 해 놓았는데 그것을 읽으며 참고할 외국인들을 생각하자니 저절로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예를 들어 <그네>의 경우 ‘한복을 곱게 입은 소녀가 바람을 가르며 그네 타는 모습을 멋지게 묘사한 노래입니다’라고. <가고파>의 경우는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곡’이며 ‘근심걱정 없던 고향의 어린 시절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고.

흔히 세계적 ‘가곡’이라하면 ‘독일가곡’이나 ‘이태리가곡’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언젠가는 ‘한국가곡’ 또한 그 못지않은 시절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발음으로 따지자면 독일어발음이나 한국어발음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요는 멜로디와 가사인데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인지도가 낮아서 그렇지 한국가곡 또한 질적인 면에서는 위 두 나라 가곡들 못지않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홍혜경의 이 첫 번째 한국가곡집이 외국에서도 널리 울려 퍼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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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 점프를 하다 - 할인판
김대승 감독, 이병헌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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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지 점프를 하다> 포스터.
*
한편의 영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천장의 백열등은 켜지고 사람들은 울다가 들킨 흔적을 재빠르게 수습하며 모두들 서둘러 일어났다. 마치 조금 늦게 나가면 손해라도 보는 듯이 우수수수 비상구 쪽으로 몰려나갔다.

나는 그 출몰객들을 보며 옆자리의 조카들에게 중얼거렸다. '도대체가 상식이 있는 사람들인가 없는 사람들인가. 영화 끝나고 영화 자막 올라갈 때, 우르르 일어나는 사람들이 제일 싫더라' 그러자, 조카들은 '고모 또 시작이구나'했다.

'생각을 해봐라. 아까 영화 볼 때 중간중간 웃어넘긴 저들이 아닌가. 그리고 슬픈 대목에선 찔끔거리기도 하던데 그런 만큼 영화가 감동적이었다는 뜻이었을 텐데 기본적인 예의가 없어. 스텝들 자막이 올라가기가 무섭게 불을 켜대는 영화관 측도 문제야. 감정을 수습(?)할 시간을 주어야 할 것 아닌가베. 그리고 이 멋진 영화를 어떤 사람들이 만들었는지 처음 보는 이름 이더래도 한번 훝어 봐 줌이 예의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해. 안 그런감?'

'고럼 고럼, 고모 말이 백 번 맞수다. 그런데 모두들 그렇게 하니 군중 심리 상 자동적으로 그렇게 되 버리는 것 같애. 오늘은 고모 땜에 라스트를 장식(?)해야겠네.....' 우리들의 작은 속삭임을 귓전으로 흘리며, 공중에서 푸르른 숲과 강물 사이를 날아가는 기분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면서 그렇게 한편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는 끝나고 있었다.

'이제 나가자' 감동(?)적인 헐리웃 영화를 좋아하는 작은조카는 우리들을 재촉했다.'나가기 싫어 못 나갈 것 같아. 극장 문을 나서서 부딪히게 될 속세(?)가 싫어.' '나도 그래 흐흐흑....'
' 어휴, 언니랑 고모랑은 정말 영화 못 보겠어. 정말 주책 스러워. 빨리 일어들 나슈'

작은조카의 성화에 못 이겨 우리들은 극장 문을 나섰다. 큰조카의 눈은 벌겋게 충혈 되어 있었고, 나 또한 마음을 수습할 길 없었다. '아아, 여운이 너무 오래 갈 것 같아. 오우 노-!' 하던 큰조카는 '오늘 기분이다. 밥은 내가 쏜다! 가자! ' 그렇게 해서 우리는 가까운 분식 점에 들러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인생이 늘 한편의 영화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 한편의 영화를 보고 극장 문을 나설 때처럼 어질어질(!) 하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현실은 건조한 사막 같아. 내 인생 그 어디에도 오아시스는 없는 것 같아. 아아, 환장할 이 청춘!'

얻어먹는 죄로 우리는 큰조카의 넋두리를 계속 들어야 했다. 물론 백 프로 공감해주면서, 유쾌하게.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는 첫눈에 반한 두 연인 인우(이병헌분)와 태희(이은주분)의 슬픈 사랑에 환상적인 터치가 가미된 영화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플랫폼에서 시간은 자꾸 가는데 오기로 한 태희는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로서 그들의 현세적 사랑은 짧게 끝난다.

제대하고 졸업하고 국어선생이 된 인우는 담임을 맡은 그의 반에서 '태희의 언어'로 말하고 '태희의 몸짓'으로 행동하는 현빈(여현수분)을 만나게 된다.

죽은 태희의 영혼이 살아 돌아 온 듯한 착각 속에서 자꾸만 현빈에게 빠져드는 인우를 두고 학교에서는 동성애자라고 소문이 자자하고, 결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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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탐험의 꿈 - 장순근 박사가 쓴 남극 탐험의 역사와 세종 기지 이야기 자연과 인간 2
장순근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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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극'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펭귄'이다. 그 펭귄은 한때 펭귄으로 분했던 개그맨 심형래씨의 뒤뚱거림과 오버랩되면서 녀석들을 생각할 때면 좀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곤 하였다. 아, 다리가 짧아서 슬픈 짐승이여.

그런데 일전에 영화 '펭귄' 예고편에서 보니 펭귄의 뒤뚱거림은 육지에서만 그럴 뿐이지 바닷물에 들어가는 순간 그 날개로 훠이훠이 노를 저으며 쌩쌩 달리는 것이 아닌가. 어머, 펭귄이 물속에서는 저렇게 날렵한 것이었네.

펭귄 다음으로 '남극'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다름 아닌 '킹 조지 섬'에 있다는 '세종기지'다.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이 외로움과 싸우며 세종기지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음은 가끔 남극일기 형식으로 소개되는 글들에서 보았기에 세종기지를 떠올리면 먼저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그 세종기지에서의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과, 남극이라는 눈과 얼음의 나라를 고향으로 하는 다양한 바다 생물들의 세계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게 되었으니 다름 아닌 장순근 박사의 <남극탐험의 꿈>(사이언스 북스)이다.

남극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리나

세종기지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한번 남극으로 가면 2,3년은 지나야 나올 수 있다는 얘기에 그곳이 감옥도 아닐진대 왜 그럴까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즉, 남극으로 한번 가는데 시간과 돈 그리고 육체적 피로가 만만찮았다.

우리나라에서 남극을 가자면 우선 서울에서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혹은 뉴질랜드의 오클랜드까지 간다. 그런 다음 그곳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칠레의 산티아고를 경유해 '푼타아레나스' 아니면,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까지 가야 한다.

'푼타아레나스'나 '우수아이아'에서부터는 비행기나 배를 타고 사우스셰틀랜드 군도의 킹 조지 섬으로 가야하는데 이게 만만치가 않았다. 가는 방법은 비행기와 배 두 가지가 있는데 비행기는 세 시간 정도면 갈 수 있으나 기상이변 등으로 회항하거나 불시착 등 위험요소가 많아 배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그런데 이 배로 가는 것도 장난이 아니었다. 날씨가 순조로울 경우 '푼타아레나스'에서는 70시간 '우수아이아'에서는 50시간 정도면 킹 조지 섬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날씨가 나쁘면 100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배를 타고 100시간이라. 100나누기 24. 즉 날씨가 좋지 않으면 '4박5일' 자나깨나 배를 타고 가야 남극에 도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완전한 뱃사람이 아니고 보통사람이 4박5일 동안 배를 타면 어떻게 되는가. 장순근 박사는 1994년 106시간 걸려 킹 조지 섬에서 '푼타아레나스'로 나온 적이 있는데 그 106시간 동안 멀미로 인해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튼 남극에 한번 가자면 이처럼 경제적 육체적으로 힘들기에 쉽게 나오지 못하고 간 김에 꼬박 몇 년씩 고생해야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1988년에 세종기지를 건설하고 남극 연구를 시작했다. 이 책에는 그 세종기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진이 풍성해 사진만으로도 남극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물 위에 섬처럼 떠있는 빙하며, 순례의 길을 떠나는 듯 길게 늘어서서 행군하는 펭귄 떼의 행렬이며, 얼음물 속에 들어가 해양생물의 표본을 채집하는 과학자의 보기만 해도 살 떨리는 모습 등 남극은 동토였지만 그 속의 군상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잘 살고 있었다.

바야흐로 황사가 '난리 부르스'를 출 모양인데 깨끗한 공기가 그리워진다면 책 속에서나마 남극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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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선 한국 가곡 1
Various Artists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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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을 처음 들었던 때가 언제였나. 중학교 시절 음악시간이었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이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에…' '보리밭'이라는, 초등시절의 동요와는 차원이 다른, 가곡이란 것을 처음 들었을 때의 신선한 설렘은 아직도 기억의 저장고에 남아 있다.

그렇게 '보리밭'을 시작으로 '동무생각', '사공의 노래', '떠나가는 배', '봄처녀' 등을 배웠다. 중학교 시절엔 도레미 자리도 제대로 몰라 이론시간이면 선생님의 진노에 식은땀을 흘렸지만 가곡을 부를 때만큼은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음악선생님은 한층 더 예술가연한 선생님이었다. 얼굴표정을 얄궂게 지으며 모든 신경을 배에다 집중하여 한 올 한 올 고음의 맑은 소리를 뽑아 올리셨다. '끝없는 구름길 어디를 향하고, 그대는 가려나 가-려나….' 선생님의 목소리가 너무도 애잔하여서 막연하게나마 별리의 아픔은 저렇게 애를 끊는 듯하구나 싶었다.

그러다 대학 2학년 때인가 본격적으로 음악이란 것에 탐닉하였는데, 한국가곡도 빼놓을 수 없는 한 장르였다. 당시 서울음반에서는 <특선한국가곡>이라는 시리즈를 내었다. 나는 그 테이프의 1번부터 6번까지를 몽땅 사서 듣고 또 들었다.

듣다가 공 테이프에 특별히 좋아하는 곡들만 엄선하여 복사를 하였다. 지금도 그때 내 나름으로 엄선한 가곡들을 들을 때 즐거웠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특히 겨울이면 눈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또 해마다 봄이면 신록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가곡의 가사와 멜로디에 항상 취해 살았다.

메조소프라노 백남옥, 바리톤 오현명, 소프라노 김윤자 등등 성악가의 이름을 외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렇게 외운 이름들을 <봄맞이 한국 가곡의 밤>인가 하는 녹화방송에서 얼굴과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연결시켜 보았을 때의 짜릿함이란.

그러다 어느 순간 엄정행은 '보리밭', 박인수는 '가고파', 백남옥은 '비목', 오현명은 '그 집 앞' 식으로 이 가수는 이 노래, 저 가수는 저 노래로 메뉴가 고정되는 것이 갑갑하였다.

메조소프라노 백남옥이 TV에 나올 때면 이번에는 다른 곡 좀 부르겠지하고 기대를 하나, 항상 보면 '비목'을 부르곤 하였다. 성악이야말로 하나의 노래로 열 사람이 부르면 열 사람의 느낌이 다 다름을, 다른 그 어떤 음악 장르보다 확연히 느낄 수 있기에 그만큼 듣는 재미가 솔솔할진대, 그런 다양함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었으니 다름 아닌 KBS 1FM의 <정다운 가곡>이었다. 정다운 가곡은 하나의 곡을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다양하게 들려주었다. 그래서 왜 정다운 가곡은 저녁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딱 30분밖에 하지 않는지 때론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다행히 90년대 초반부터 'FM 신작가곡'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기존에 들었던 사람들에 국한하지 않고 신인들의 목소리도 다양하게 들을 수 있었다.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기다림', '사비수', '님의 노래' 등등 신작가곡들은 나오는 족족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 한 몇 년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가곡을 듣지 못하다가 첫아이를 낳기 얼마 전 불교방송의 <차 한 잔의 선율>에서 바리톤 오현명이 부르는 '사월의 노래'를 들었다. 오오, 그때의 그 감격이란. 목월 시에다 곡을 붙인 사월의 노래는 기억이 가물하나 소프라노 배행숙님이 자주 부르던 노래였다.

소프라노의 음색으로만 듣던 노래를 원곡보다 조금 느리게 해서 바리톤 오현명이 부르니 아주 색다른 느낌이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나는 며칠을 걸려도 좋으니 오현명의 '사월의 노래'를 틀어주십사 기대를 하며 녹음준비 완료하고 <정다운 가곡>을 들었다.

며칠이 걸렸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나 아무튼 나는 녹음을 하였다. 나는 그 '사월의 노래'에다 '님의 노래', '기다림' 등 몇 곡을 90분짜리 테이프에 반복 녹음하여 듣고 또 들으며 그 봄을 났다. 그리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던 2002년의 봄 나는 또 다시 그 테이프를 찾아서 들으며 봄 한철을 이겨냈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가곡을 들려주고자 일부러 취침시간을 9시 30분으로 하였다.

"얘들아, 정다운 가곡 할 시간 되었다. 자러 가자."

얘들이 잠들기를 기다리며 자는 척하는 시간은 단 10분도 따분하기 쉬운데 정다운 가곡을 들으면서 잠을 재우자 그런 심심함을 면할 수 있어서 좋다.

불을 끄고 가곡에 귀 기울이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정다운 가곡>이 끝나고 <당신의 밤과 음악> 시그널이 나오면 하품을 한 번 하면서 잠이 쏟아지는 시늉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재잘거림을 그만두고 잠을 청한다. 때로는 바로 잠들지 못하고 <당신의 밤과 음악>을 십분쯤 듣다가 잠에 빠져들기도 하는 것 같았다(<당신의 밤과 음악>은 또 얼마나 영혼을 스며드는 프로인가).

결론(?)은, 30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KBS 1FM의 <정다운 가곡>은 매우 좋은 프로이다. 연주음악이야 하루 종일 들을 수 있지만 우리 가곡은 단 30분뿐이다. 그래서 그 시간이 야금야금 가는 것이 아쉽다. <정다운 가곡>이 30분이 아닌 한 시간쯤 하기를 비는 내 소원은 언제 이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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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음악 1집 : 음악을 들으러 숲으로 가다... 세상의 모든 음악 시리즈 1
Various Artists 연주 / 아울로스(Aulos Media)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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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의 모든 음악>

요즘, 클래식 음악 전문 방송 채널인 KBS 1FM의 저녁 6시부터 8시까지는 탤런트 김미숙씨가 꽉(?) 잡고 있다. 이름 하여 '세상의 모든 음악, 김미숙입니다'. 그녀는 연기자로 출발했지만 타고난 차분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클래식 음악 진행자로서도 관록을 자랑하고 있다.

이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황혼이 막 지고 어스름이 내리고, 급기야 한낮의 찬란했던 모든 풍경이 어둠 속에 묻히고 마는 뭐라 딱히 말할 수 없는 허전한 순간을 '세상의 모든 음악'은 커다란 위로로 꽉 채워준다.

프로그램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세상의 모든 음악'은 세상의 모든 좋은 음악들을 들려준다. 모두가 하루의 피곤을 풀고 휴식을 취하고픈 저녁이니 만큼 음악 선곡도 최대한 편안하고 기복이 덜한 매끄러운 곡들로 채워진다.

1, 2부로 나누어서 1부는 귀에 익숙한, 편안한 클래식을 틀어주고 2부는 그야 말로 세상의 모든 영화음악, 재즈, 샹송, 칸소네, 남미음악, 흑인영가 등 다양하게 들려준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듣는 순간은 주로 저녁밥을 먹는 다거나, 설거지를 하는 시간들이다. 밥을 먹다가 혹은 설거지를 하다가 유독 내가 좋아하는 선율을 만나게 되면 하던 일은 잠시 '일시중지' 된다. 그리고 빠져든다.

"엄마 왜 그래?"
"쉿--"

나는 오디오를 가리키며 조용히 들으라는 시늉을 한다. 아이 또한 엄마 뱃속에서부터 들어오던 '6시와 8시 사이'라서 그런지 별 방해 없이 조용해진다. 세상에는 '하나'가 되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음악과 하나의 합일을 이루는 순간만큼 황홀한 경우도 드물리라.

<이미선의 FM다이얼>

이 KBS 1FM의 저녁 6시부터 8시 사이 프로그램은 세월 따라 조금씩 바뀌어 왔다. 내가 최초로 이 시간대의 음악을 들었을 때는 15년 전쯤으로 그때는 이미선 아나운서가 진행하였다. 당시 프로그램의 이름은 ‘이미선의 FM다이얼’이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그때는 이미선 아나운서가 지금보다 15년이나 더 젊던 시절이라 그랬는지 이미선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천사의 목소리에 비할 바 아니었다. 그 이상이었다.

지금이야 컴퓨터가 있어 궁금한 것을 검색 창에 넣고 치면 뭐든 다 나오지만 그때는 오로지 목소리만 듣고 상상만 하던 시절이라 이미선 아나운서 얼굴 한번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사실 아직도 이미선 아나운서의 얼굴을 모른다.) 아니 저렇게 목소리가 멋진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도대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이기는 할까.

나는 이미선 아나운서가 불러주는 곡명을 반복해서 적으며 클래식음악의 제목을 익히곤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당시 '이미선의 FM다이얼'의 시그널이다. 시그널이 정말 멋졌는데 어느 날은 프로그램 말미에 시그널 전곡을 틀어주었다. 제목은 '안단테 베네치아노'라고 하면서.

“프로그램 중간에 시그널을 틀면 프로그램을 마치는 줄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에 시그널의 원곡은 함부로 틀어주지 못하는데 희망자가 많아서 특별히 들려드립니다.”

나는 그 시그널을 좋아하면서도 감히 엽서를 보내거나 하는 따위를 하여 압력(?)을 넣을 생각은 못하였는데 나 말고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하였나 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그 시그널 음악을 접할 때 마다 도대체 무슨 곡이지 하며 궁금해 견딜 수 없었다.

그랬는데, 그것이 나만이 아니고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집착에 시달렸다는 것에서 만나지는 못하나 무한의 친구를 가진 듯 뿌듯하였다. 아무튼 내 젊은 날의 우울한, 혹은 쓸쓸한 정서를 ‘이미선의 FM다이얼’은 많이 달래주었고 함께 해 주었다.

<저녁의 클래식>

이미선 아나운서 다음으로는 이 저녁 6시부터 8시 사이의 프로그램 제목과 진행자가 누구였는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이미선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몹시도 경도되었기에 아쉽게도 다른 분들은 잊어버렸다. 어느 핸가는 남자분이 진행한 적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내가 다시금 KBS 1FM의 저녁 6시부터 8시 사이의 프로그램에 푹 빠지게 된 것은 98년도부터이다. 당시는 결혼초기로 시간이 많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모처럼 여유를 가지고 예전에 즐겨 듣던 그 시간대에 채널을 맞출 수 있었다.

그 옛날 이미선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정신을 잃었던 것을 상기하며 요즘은 어떤 분이 하며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당시 음악의 전령사는 정세진 아나운서였다. 그런데 이 정세진 아나운서 또한 보통이 아니었다.

한 점 티끌도 없이 차분하고도 지적인 정세진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이미선 아나운서의 환상적이고 달콤한 목소리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너무도 정적이 감도는 그녀의 목소리는 내가 '저녁의 클래식'을 듣는 동안은 속세가 아니라 고요한 산사의 전망 좋은 대웅전 뜨락에서 명상에 잠기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선(禪)의 경지가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저녁의 클래식'을 진행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선의 경지 다름 아니었다. 물론 이미선 아나운서가 그러했듯이 정세진 아나운서도 어떤 모습일까 무척 궁금했었다.

다행이 정세진 아나운서는 쉬이 텔레비전에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텔레비전에는 많은 아나운서들이 있지만 내겐 유독 정세진 아나운서가 특별해 보이는데 그것은 아마도 음악과 함께한 세월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나름대로 추측해(?) 보곤 한다.

글을 마치며…

예전에 '정트리오'의 어머니인 이원숙씨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아이들 모두에게 음악을 시킨 이유가 무엇인가 물으니, 낯선 이국땅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마침, 클래식 음악은 아이들을 나쁘게 자라게 하지 않는다는 어느 교수의 연구결과를 듣게 되어 자신도 시켜 보았다고 하였다. 물론 결과는 '정트리오'가 해답을 주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청소년들은 부족함 없이 자라는 듯하지만 그 마음의 밑바닥은 공허하기 그지없는 것 같다. 나는 그들이 클래식 음악을 접하면서 마음의 위로처 하나쯤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클래식 음악은 그것을 작곡한 작곡자들의 외로움과 기쁨, 비탄 혹은 고뇌의 결정(結晶)이므로 그것을 듣는 사람마저도 고양시키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세상에는 여러 즐거움이 있지만 그중 가장 벅차고도 심금이 울리는 즐거움은 클래식 음악에 빠져 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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