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전 - 초특가판
홍상수 감독, 김상경 외 출연 / 팬텀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사람의 기억이란 참 믿을게 못 된다. 난 이 영화를 보기전엔 이 영화의 무대가 파린줄 알았다.   

(이순간 문득 생각나는데 파리는 김영호가 나오는 그 영화였구나!)

몇년전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당시 이 영화가 한창 회자되기에 빌렸다가 

낮부터 너무 많은 수다를 떤 나머지 진이 빠져 자정쯤 틀었던 이영화를  

눈을 껌뻑이며  보다 잤다. 

 

그러면서 중얼거리기를 '뭔가 화끈한 결정적인 대사나 장면이 나오면 잠이 벌떡 깰텐데..' 

그러나 그런 장면은 없었다. 아니, 그런 장면을 떠나 우린 너무 졸렸다. 

때문에 이 영화를 생각하면 항상 졸린 느낌이 들어 비됴로 빌려볼  

생각도 못했다. 

 

그러다 지난주말 티비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아주 잠오는 영화인줄 알았는데 전혀 졸리는 영화가 아니었네.

그렇다고 화끈한 영화도 아니었지만 <생활의 발견>다음으로 끌리는 홍감독의 영화였다. 

 

엄지원.  

심은하 가고 난 무주공산에 엄지원이 있었구나. ㅋㅋ  

목소리 좋고 전체적 선 좋고 좀 짧은 듯한 기럭지가 아쉬웠지만 짱쯔이도 있는데 뭘. 

장쯔인 보다는 훨 풋풋하고 촉촉했다. (장쯔이는 너무 독해 ㅎㅎ) 

 

머리나쁜 나는 막판에 엉뚱한 김명수(김동수)가 죽기 싫다고 바둥대서  

시방 야그가 어떻게 돌아가는 고야? 하며 한참을 생각했다. ^^ 

덕분에 뇌세포 몇개가 살아나지 않았나 싶다. 

... 

이 영화를 빌어 홍감독에게 하고 싶은 주문은  

'더이상 김상경을 헐떡이는 숫개로 출연시키지 말라' 

'이미지 변신좀 시켜 달라.' 는 것이다. 

 

<생활의 발견>에서 킁킁대며 따라 붙을 때는 나름 매력이 있었는데 이번엔  지루했음. 

 이제부턴 '뚝!'

 그리고 의상담당자에게 박수를~~~ 

엄지원 의상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 빨강 목도리+치마+외투+엄지원 피부색이 혼연일체.ㅋㅋㅋ 

덤으로 안경도 . 그 스타일 만든분 짝짝짝...  

단벌신사도 그 정도 되면 유명 옷 100벌이 부럽잖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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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자서전 동행 - 고난과 영광의 회전무대
이희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1월
평점 :
일시품절


내 태생이 경상도이다 보니 경상도 분위기에 젖어서 거슬러 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어설프게 아닌 '확실'하게 좋아하게 된것은 사실 10여년에 불과하다. 

그 분이 그렇게 멋진 사람인줄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ㅎㅎ..  

(다소 실정이 있든 허물이 있든 신이 아닌 다음에야, 상황이 안 받혀주는 다음에야....)

 

그리고 이희호 여사님 또한 이렇게 매력적인 분인줄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부끄럽게도 몰랐다. 이 여사는 치마두른 남자일 뿐이다라고 만 생각했을뿐.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이 여사가 너무 훌륭하다. 

일본 어느 언론인인가가 김대중은 이희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는데 

암만...  

(이책을 읽은지 두달쯤 지났는데 그새 망각해버려 당시 책을 읽고 났을때의  

그 느낌들이 하나도 생각안나네..ㅠㅠ 머리를 쥐어 짜며...)  

음, 이 희호 여사는 훌륭하고 넉넉한 인품에다 심지가 깊고 명석하시고  

그리고 끝없는 인내의 인내와 기도의 기도의 삶을 살아오신....(아, 결정적인 그 한마디가 생각안나..ㅠㅠ) 

.... 

하여간 <동행>은 읽는 내내 눈시울이 뜨거웠고 묵직한 감동을 주었다. 

여사를 통해서 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도 선입견과는 달랐다. 

동, 식물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꾸밀줄 아는 사람이었다니. 

경상도에서 쇄뇌받은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정말이지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얼마전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셨을 때 일련의 장례식 풍경을 보며 남푠에게 말했다. 

미리 말해두는데 나는 김대중 대통령 누구보다 오래사시길 바라고, 그러다 그 누구도 거부할수 없는 

다음세상으로 여행가실때 꼭 배웅할끼이다....(남편의 표정..안말린다.ㅎㅎ) 

 

이책 다른 동네 사람들도 물론 읽기를 바라지만 갱상도 아자씨 아지매들이 특히 읽었으면....^^ 

 

아참, 이여사님 글씨도 너무 완벽했다. 한글은 한글대로 한자는 한자대로. 문장도 탁월...  

게다가 붓글씨도 잘 쓰신다니... 어디 글씨 뿐이랴. 20대에 엘리너 루스벨트를 만나고  

남녀가 평등하지 않던 시대에 여남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열정을 쏟으시고...

준비된 대통령 마눌... 아니 나이만 젊으시다면 울나라 최초 여성 대통령으로 딱 어울리는.... 

  

(기억 안나네 할게 아니라 날 잡아 다시 한번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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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시크릿 윈도우 - 아웃케이스 없음
데이비드 코엡 감독, 조니 뎁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이 영화. 참 보고 싶은 영화였다. 

그런데 구할수가 없었다. 살 수도 없었다. 블루레이가 뭐시여? 

새로운 디브디 기기? 

아무튼, 언젠가는 볼수 있겠지 했는데 그때가 어제였다. 

우연히 케이블에서 다음영화 <시크릿 윈도우>라고라? 

 

해서 간만에 티비로 영화봤다. 풍경이 좋은 영화였다. 그리고 조니뎁씨의 

모양새도 좋았다. 아름다운 풍경속 별장같은집. 

그좋은 집에서 과자만 부수며 글을 쓰는 사나이.... 어찌그리 처량하고 외롭던지... 

 

<뷰티플 마인드>보다야 덜 외로워 보였지만 아무튼  검은모자 늠자는

왜자꾸 나타나서 괴롭히는 고야? 

<뷰티플...>을 볼때도 그랬지만 이 영화도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야 

우리의 주인공을 괴롭히는 놈의 사연을 알게 되었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야그는 그 사연의 탄로를 우려하기에 생략~~~ 

 

그런데, 이 디브디 소개글을 읽다가 영화보다 더 반한 대목. 

바로 언어지원이다. 무려 17개국어였나. 외수 선생님이 남들 영어공부할때 

파푸아 뉴기니어 공부하라셨는데 ... 파푸아어는 아쉽게도 없으나, 

대신 다른나라언어들이 총 망라 되어있네. 북유럽 , 영프독, 동유럽, 헤브라이어, 아랍어등. 

넘 멋지다.  

 

오늘 영화 한편 보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문득, 영프독서어 아닌 다른 나라말 하나쯤 

취미로 좀 배워보는 것도 좋겠다 하면서, 그런 제 3세계 말을 배울려면 교제는 어떻게 

구하는 것일까. 외국어 대학홈피에 들어가면 정보가 나와있을까 하며 궁리했었는데 

이 영화 디브디에 그런 언어들이 지원된다니... 못 먹는 떡이라도 방가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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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3-22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설님, 이 영화 보셨군요.
전에 사둔 디비디가 있어요.
조니 참 좋더군요. 풍경도요^^
정말 다른 언어를 배운다면 뭘 배울까, 생각해보게 되네요.ㅎㅎ

폭설 2009-03-22 15:17   좋아요 0 | URL
사람들은 불어는 부드럽고 독일어는 딱딱하다고 하던데 저는 독일어가 훨 듣기 좋아요. 독일어는 모르지만. 불어는 비음이 많아 답답하고 스페인어는
땍땍거리는 것 같고 중국어는 갑갑하기가 불어와 비슷하고...

독일어가 영어만 같아도 좋겠는디...ㅎㅎ 모든 언어는 아름다운것 같아요.^^ 한 10개국 언어를 다 현지에서 많이도 말고 한 6개월씩만 배웠으면~~~ 울동네 선교사 우리말을 너무 잘하기에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고 하니깐.

한국어 마을에서 두달배우고 와서 시방 2년 되었다는데 못하는 말이 없었어요.
^^
 
입시전쟁 잔혹사 - 학벌과 밥줄을 건 한판 승부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강준만 교수의 <입시전쟁 잔혹사>(인물과 사상사)를 보니, 대한민국 사교육은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인 1950년대부터 기승을 부렸다는 것이 아닌가. 

<1955~1956년경 국민학교 5,6학년 학생들은 월 100여 시간의 과외수업을 받느라 아침 6시에 등교해 저녁 7시가 되어서 교문을 나와야 했다. 그런 과중한 과외공부로 인해 '국민학교 아동보건 이상론' 까지 나왔다. 서울 돈암 국민학교 6학년 학생이 등굣길 노상에서 졸도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자 그것이 과외 때문이냐 평소건강 때문이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정도였다.>(본문 93쪽)

위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사회에 적용시켜도 손색이 없다. 좀 다른 게 있다면, 1950년대의 사교육 열풍은 서울이나 대도시 중심의 학생들에게 해당된 것이란 것이다. 그에 반해 오늘날의 사교육은 부유하건 가난하건 대도시건 중소도시건 구별 없이 학생이 있는 가정에는 거의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나름의 교육열 덕분에 '해방당시에는 문맹자 77%였는데 지금은 80년대 이후 출생의 경우 대졸자가 77%'라고 하니 양적 발전을 따지자면 우리나라 따라갈 나라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빛이 너무 강렬했기에 그만큼 그늘도 깊은 것인지 정말이지 굴절된 교육의 폐해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은 성적순이고, 남을 제치고 이겨야 살고, 명문대 입학하려면 강남으로 이사 가야 되고 10분만 더 공부하면 마누라가 바뀐다니' 이렇게 비교육적인 말이 어디 있는가. 자명하게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각자 개인이 느끼는 만족도에 따라 다르다. 남을 제치고 이겨야 살기보다 협동할 때 오히려 그 협동하는 가운데서 진짜 실력과 신뢰가 쌓여 상생 할 수 있다.

강남으로의 이사? 그간의 실적과 대학들의 학생선발 기준으로 봐서는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경쟁이라는 회초리로 아이들을 볶아서 일류대 보내면 부모는 만족감을 느낄지 몰라도 학생본인은? 학생본인도 과연 행복할까. 그리고 그 학생에게 과연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하는 열망이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공부 잘해 일류대 들어간 한 무리의 학생 군을 표본 추출하여 그들의 졸업이후의 삶에 대해 누가 연구할 생각은 없는지, 하고 있는지.)

일찍이 교원 노조가 있었더라면....

<교원 노조 운동은 1960년 7월 17일 '한국 교원노동조합 총 연합회'를 결성함으로써 전국적으로 통일된 체제를 갖추었다. 이때 노조에 참여한 교사는 1만 9883명이었다. 이후 2만 명을 비공개로 받아들여 전체 교사 10만 가운데 4만 명가량이 노조에 가입했다. ... 그러나 교원노조운동은 1961년 5.16쿠데타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5.16주체세력은 교원노조를 혁신계 단체로 간주하여 5월 17일부터 1500여명에 이르는 교원을 체포하였다. 그리고 이후 28년간  교원노조는 교육계의 금기가 되었다.>(본문 105~106쪽)

89년 5월 선생님들이 교원 노조의 필요성을 제기할 때 무심한 대중들은 선생님들이 왜 스스로 노동자로 자처 하냐며 이해 못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었다. 교사들 중에도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다 항변한 사람도 있었었다. '노동자라니, 신성한 교직에다 어디 감히.' 

보통사람들이고 선생님들이고간에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결국은, 박정희가 18년 장기 집권 동안 교원노조에 대해 입도 뻥긋 못하게 하고 그 다음 군사정부 역시 그것을 따랐기에 그렇게 된 것이었겠다. '28년' 이라는 장장 한세대의 기간 동안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니. 그렇지 않고 일찍이 교원노조가 제대로 키워져서 교사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교육이 이렇게 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교육과 부동산은 이란성 쌍생아, 오직 내리막길이 있을 뿐...

이 책 <입시전쟁 잔혹사>에는 책 제목 그대로 우리나라 입시가 낳은 각종 잔혹함이 총 망라되어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조선시대의 매관매직부터 치맛바람, 기러기 아빠, 우골탑, 각종 기상천외 과외, 원정출산, 노래방 도우미를 해서라도 사교육을 시켜야 되는 슬픈 모정까지 입시와 관련된 사건사고 이속에 다 있다.

강 교수는 이 뿌리 깊은 입시전쟁의 해결책으로 '일류대의 소수 정예가 대안'이라고 하였지만 내 생각은 부모들이 욕심을 버리고 자녀들에 대한 투자를 거두어들이는 게 우선해야 된다고 본다. 

'남들 다 시키는데 내 자식만 안 시키면 내 자식만 손해 아닌가.' 이런 경쟁심으로 이때까지 버텨 왔겠지만, 이젠 방향을 바꿀 때도 된 것 같다. 부동산이고 입시사교육이고 그동안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러나 이젠 아닌 것 같다. 부동산이 어느 모로 봐도 하락세이듯 사교육 또한 무너질 일만 남았다고 본다. 

학생들의 '인내력'에도 부모들의 '경제력'에도 임계점이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요즘 기숙학원 광고에는 '신앙과 과외까지 책임져 준'다는 문구가 등장할까. 신앙에라도 의지해야 할 만큼 아이들의 정서는 불안한 것이고 정규 시간 열강을 해도 과외로 다시 보충을 해야 한다면 학생의 향학열은 거의 바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부동산은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부동산은 작금의 경제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경착륙 아닌 연착륙을 유도 해야겠지만 사교육은 두려울 게 뭐가 있나. 사교육은 당장 그만두어도 손해 날 일 전혀 없다. 오히려 가계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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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박찬욱, 류승완, 추상미, 신경숙, 노희경 외 지음 / 씨네21북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한겨레>에 연재되던 철학자 김영민 교수의 영화 이야기가 끝났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본 영화도, 이분의 해석은 어찌 그리 찬란한지 그의 영화이야기를 읽고 나면 괜히 내 생각의 얕음에 주눅 들곤 했다. 

김 교수뿐 아니라, 철학자나 정신분석학자 그리고 영화감독들의 영화이야기를 볼 때마다 의문이 든다. 왜 그들이 감동한 영화들 중, 내가 못 본 옛날 영화들이 그리도 많은지. 아니면 좋은 영화 다 놔두고 하필 <메멘토>처럼 여러 번 봐야 이해 될 그런 영화들만 분석하는지. 영화에 대한 해석은 평론가나 철학자들보다 누리꾼들의 소탈하면서도 때론 심오한 평들이 훨씬 좋고 쉬이 공감이 간다. 

하여간, 이름난 사람들이 무슨 영화를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난 별 관심 없었다. 근데 이 책의 제목에 낚였다. '내 인생의 영화'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책 뒤표지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호객행위를 하니 더더욱 그 속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가 삶에 각인된 순간, 영화로 인해 삶이 뒤바뀐 역전의 찰나, 거기서 인생의 스파크가 일어난다. 영화라는 필터를 거친 삶의 찬란한 편린."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영화를 좋아했구나

<내 인생의 영화>(씨네21)에는 영화를 좋아하는 50인의 50가지가 넘는 영화들이 소개되어있다. 어려운 철학적 해석보단 쉬이 공감이 가는 소탈한 고백들이라 낚인 기분은 상쇄 되었다. 무엇보다 일단 소개하는 사람 수와 소개되는 영화의 가짓수가 많은 만큼 공감 가는 영화들도 확률적으로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을 살았어도 때론 경험의 빛깔이 나와 비슷한 분의 글을 만나면 저절로 '어머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런가 하면 내가 못해본 무용담을 소개한 분의 글은 부럽다 못해 살짝 질투까지 났다.

"보고 싶은 영화 개봉 날 첫 회에 봐야 직성이 풀렸고 '연소자 관람불가'도 학교 앞 만화방에 맡겨둔 사복, 가발, 털모자, 선글라스를 사용해 변장하면 만사형통이었다. <졸업> 역시 '불가' 영화였지만 매표소를 통과할 때 긴장감이나 가책을 느꼈던 것 같진 않다."(32쪽)

위는 누구일까? 다름 아닌, <송환>을 만든 김동원 감독의 추억이다. 나 또한 보고 싶은 영화는 예고편 보면서 찜해 놨다가 개봉 날  첫 회에 본다. 보긴 하는 데 내가 '첫 회'에 보는 것은 순전히 조조할인을 챙기기(?) 위함이 김 감독과 다르다면 다르달까.

음악 평론가 강헌씨는 영화광들이 선호하는 <대부2>보다 <대부1>이 훨씬 났다고 했다. 동지를 만난 기분이었다. 나또한 그와 똑같이 <대부1>에서 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대부1>은 젊은 알파치노의 고뇌, 말론 브란도의 강한 인상, 그리고 조폭을 모시고 살기엔 어쩐지 아까워 보이던 지적인 변호사 로버트 듀발과 젊은 날의 다이안 키튼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영화전개가 세련됨은 두말 할 것 없고.

유시민 전 의원 '내 인생의 영화'는? 

"독일서 귀국한 직후인 98년 봄쯤일 게다. 어느 술자리에서 누가 물었다. 근자에 본 영화가운데 기억에 남는 게 있느냐고. 이 영화를 거론했더니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뜨악한 표정으로, 그런 영화가 다 있냐며 눈으로 물어온 건 20대. 보진 않았지만 괜찮은 영화라는 말은 들었노라고 비위를 맞춘 건 30대. 나이 마흔을 오래 전에 넘긴 선배만이 그윽한 눈길을 보내왔다."(160쪽)

도대체 어떤 영화? 유시민 전 의원이 '내 인생의 영화'로 찍은 영화는 어쩌면 그와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였다. 이유가 뭘까. 사연을 읽어보니 영화도 영화지만 독일 유학 3년째 되던 해, '옆지기' 생일날 본 영화여서 더욱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고 한다. 

아이까지 남의 집에 맡기고 부부가 함께 보러간 영화였다는데 우리나라완 달리 당시 독일에서는 이 영화가 별로 흥행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영관에선 그들 부부 외에 할머니 한 분만 그 영화를 보았고, 그 후 조기 종영했다고 한다. 내가 기억하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대박은 몰라도 '중박'은 넘은 걸로 아는데 독일 사람들의 취향이 우리와 많이 다른가. 

어쨌건, 나도 이 영화에 관해서는 나름의 기억이 있다. 이 영화가 나올 당시, 라디오에서는 동명의 소설광고가 낭만적인 성우의 목소리로 광고되고 있었다. 성우의 목소리는 좋아도 책을 사볼 생각은 못했는데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자정쯤 이 영화를 비디오로 보고는 너무 감동한 나머지, 친구의 책꽂이에 꽂혀있던 동명의 소설을 밤새워 다 읽고는 '너무 멋있네, 어쩌네' 했었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추억을 주고 웃음을 준 영화, 힘들 때 힘이 되어 준 영화 등 다양한 영화들이 소개되어 있다.

손석희는? 노희경은? 공지영은? 김지운·박찬욱 감독은 어떤 영화가 '내 인생의 영화'였을까? 답은 이 책에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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